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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그 남자의 여유증 이야기① 여유증 재수술과 정신적 공황

입력 2014.10.28 00:00
  • 황성배·봄날의외과의원 전문의

외과 전문의인 필자에게는 작은 습관이 있는데, 그것은 수술할 환자와의 증상이나 진료내용을 기록해 둘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나 심경 등에 대해서도 세부적으로 적어놓는 것이다. 사람은 각기 다른 환경과 성격을 갖고 있고, 이 때문에 같은 질환이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데 차이가 많아서 환자의 성향에 맞춰 진료하기 위함이다. 즉 내성적이고 부정적인 성격의 환자에게는 더 극심했던 경우의 환자를 이야기해주고, 가볍게 생각하는 환자분껜 심각했던 경우를 이야기해주기 위해서이다. 내 기억력에도 한계가 있으니 적어서 보여주곤 했다.

처음으로 내가 소개하고 싶은 사례는 바로 여유증으로 인해 정신적인 공황까지 겪었던 환자의 이야기다. 실제로 여유증으로 인한 재발 혹은 재수술, 흉터 등의 문제로 심각한 고민 끝에 정신적인 문제를 갖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환자가 여유증을 질환이 아닌 가볍게 생각하고 접근했던 분들이 대다수였기에 여유증을 미용수술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에 내 작은 글이 변화를 주었으면 한다.

고민하는 남자고민하는 남자

# K 씨(24세)의 부모는 아들이 활발한 성격이었다고 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어울려 졸업 후에도 조기축구회 활동을 하고, 학교에서도 체육대회 때면 응원을 준비한다고 며칠씩 집에 안 들어올 정도로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이었다고.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부모님 옆에 앉아있는 K 씨는 전혀 그런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그늘져 보였다. K 씨에게 여유증은 큰 고민거리가 아니었지만, 여유증일 수 있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수술을 받으러 가기 전까지도 활발했던 아들, 기대감에 부풀었던 아들이 수술 후 변했다. 자꾸 가슴엔 물이 차고, 수술받은 부위가 벌어지고, 시간이 지나자 다시 가슴은 풍선 부풀듯 부풀어 올라왔다. 아들은 점차 밖에 나가기 싫어하고, 예민해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보다 못한 부모님은 재수술을 결심하게 되었다.

▲ 여유증 수술, 무엇이 재수술을 만드는가?

여유증 재발원인 1위는 바로 수술 후에도 겹겹이 남아있는 유선조직 때문이다. 여유증은 두 가지로 나뉜다고 볼 수 있는데, 유선조직이 발달한 진성 여유증과 유선조직이 발달이 없이 지방만 뭉친 가성 여유증이다. K 씨의 경우는 전자인 진성 여유증이었기 때문에 반드시 유선조직이 완전히 제거되어야만 했으나 그렇게 되지 못했기 때문에 재발이나 수술 후에 좋은 않은 예후가 나타난 것이다.

모든 여유증을 수술하는 의사가 이러한 실수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 유방 외과 전문의로 술기나 임상경험이 부족하다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이다. 특히나 현재처럼 여유증이 미용에만 초점이 맞춰져 경쟁하듯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들이 이성적으로, 이를 분간해 내기란 쉽지 않다. 결국, 더 자세히 알아보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현실이다. 분과의 개념이 이렇듯 계속 희미해져 지워진다면 이러한 문제는 더 크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 재발한 경우 재수술로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까?

유선 조직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을 경우 재수술을 통해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또한, 지방흡입이 잘못되어 움푹 팼거나 불균형인 경우에도 재수술을 통해서 얼마든지 균형조절은 가능하다. 하지만 흉터의 경우는 다른 문제이다. 어디를 절개해서 수술했느냐에 따라서 흉터가 남는지가 갈릴 수 있다. 만약 유륜 하부를 통해서 절개했다면 흉터가 남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지방흡입 등으로 인해 겨드랑이와 옆구리 쪽을 통해 수술한 경우 흉터가 남을 수밖에 없다. 안전성의 논란은 없으나 흉터의 문제에선 수술방법에 따라 다르다.

▲ 여유증, 성형이 아니라 질환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필자는 진료나 칼럼을 통해 늘 강조한다. 여성형 유방증은 성형이 아니라 질환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여유증은 통증이 거의 없고 외형적인 문제라는 인식 때문에 접근 방법이 잘못되어가고 있다. 예를 들면 담석증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은 “제 담석이 몇 cm이기에 이렇게 아픈가요?” 라고 하거나 맹장(충수염)환자는 “제가 맹장이 터진 건가요? 그래서 이렇게 아픈가요” 라고 물어보지만, 여유증 환자가 “제가 이렇게 가슴이 부푼 것은 유선조직이 많이 발달해서인가요? 혹은 지방으로 때문인가요?” 라고 묻는 환자는 10의 1명이나 될까? 분명히 지금 현 상황의 책임은 의사와 병원들에도 있지만, 환자들의 인식변화도 필요한 시점이다.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여유증을 위해서 본인과 가족의 질환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도 중요하다.

<글 = 담소유외과의원 황성배 원장 (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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