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닥

하이닥 의학기자 박정민 원장ㅣ출처: 하이닥


당뇨발 환자의 발에 혈액순환 부전 증상이 매우 심하게 관찰되는 경우가 있다. 보행 시 동통이 느껴지고 조금만 걸어도 쥐가 나는 듯한 통증이 반복되어 다리를 심하게 절뚝이거나, 당뇨발 환자 발의 작은 상처가 호전되지 않고 괴사가 진행되는 경우에는 하지 혈액순환 부전에 의한 당뇨발 합병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후 검사를 통해 혈관의 협착이 관찰되면 혈관확장술을 시행하게 된다.

이때 당뇨발 혈액순환 부전 환자에게 있어 혈관확장술을 시행하는 것은 치료의 끝이 아니라 치료의 시작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시술 후 호전되었다고 해도 치료가 끝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어야 이후 상황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

혈관확장술 시술 이후, 마른괴사와 젖은괴사로 진행
시술 전후로 발생된 발의 괴사는 시술의 진행 상태에 따라, 그리고 발의 괴사 부위나 감염 동반 상태에 따라 마른괴사 부분과 젖은괴사 부분으로 나뉘게 된다. 마른괴사(Dry gangrene)는 괴사 된 피부 부위의 혈류가 완전하게 차단되고 괴사 조직이 분리되듯이 정상조직과 명확한 경계를 가지면서 심부 조직까지 마치 미라처럼 완전하게 마른 상태의 괴사를 말한다.

젖은괴사(Wet gangrene)는 심한 감염과 그로 인한 가스를 동반한 삼출물이 관찰되는 경우로, 마른괴사 부위와 정상 조직 경계 부위에 보통 잘 관찰된다. 죽은 조직과 살아있는 정상 조직의 경계 부위에 죽은 조직을 먹고 살아가는 균들이 침투하면서 감염에 의한 삼출물을 만들고 심한 경우 가스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는 감염 속도가 매우 빠르게 상부로 진행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후에 따라 세심하게 치료 계획 세워 합병증 예방해야
당뇨발 환자가 혈관 시술을 시행하고 나면 다음과 같은 예후를 보이게 된다.
1. 마른괴사가 경계 지어지면서 특별한 감염이 유발되지 않는 경우
2. 마른괴사와 젖은괴사가 함께 나타나면서 젖은괴사 주위로 감염이 진행되는 경우
3. 젖은괴사 부위 혈액순환이 좋아지면서 오히려 감염이 심화되어 가스괴사 등으로 악화되는 경우.

예후에 따라 환자의 치료 방향이 결정된다. 마른괴사가 더 진행되지 않고 감염도 없으면서 경계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경우는 2차 감염이 발생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소독 치료와 약물 치료를 시행하면서 상처 양상을 지켜볼 수 있다. 젖은괴사 부위의 주위 감염이 유발되는 양상이 관찰된다면 감염된 조직을 일부 걷어내는 변연절제술 등을 시도해 보면서 감염이 상부로 파급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치료를 해주어 급격한 악화를 막아야 한다.

혈관확장술 시행 후 간혹 혈관확장술이 잘 되어 상처가 그냥 아무는 줄 알고 집에서 치료하다가 급격하게 감염이 악화되어 내원하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한다. 시술 후 혈류가 증가되면 오히려 젖은 감염 부위가 보행이나 활동으로 인해서 악화될 수 있다. 젖은괴사 부위 조직 부종이 발생하고 감염이 상부로 진행되어 가스괴사를 만드는 경우에는 주저하지 말고 수술적 처치를 병행해야 한다. 그 시기를 놓치면 결국 어렵게 혈관확장술까지 잘 하고 나서 발을 절단하게 되는 불상사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혈관확장술을 시행할 경우 당뇨발 센터에서 시술 후 환자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여 변화하는 상태에 맞춰 즉각적인 치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뇨발 환자와 보호자는 혈관확장술을 통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관확장술 후 위장관 출혈이나 혈류량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심장의 부담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환자의 상태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렇듯 당뇨발 환자가 혈관확장술을 시행할 경우, 반드시 당뇨발 센터를 방문하여 시술 전과 후의 치료 계획을 세우고, 순환기내과, 신장내과, 내분비내과, 호흡기내과 등의 협력과들과 협진을 준비하여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치료 계획을 통해 환자에게 정확한 치료를 제공하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