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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아도 재발하는 접촉피부염, 알고 보니 ‘이것’이 원인?

입력 2024.04.22 10:00
  • 신나경·청아한의원 한의사
하이닥 의학기자 신나경 원장ㅣ출처: 하이닥하이닥 의학기자 신나경 원장ㅣ출처: 하이닥
알레르기 검사를 받아보아도 특별한 원인이 없고 새로운 화장품이나 옷, 침구류를 사용한 것이 아님에도 주기적으로 접촉피부염이 재발하는, 특정 계절만 되면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증상의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다. 이러한 환자들은 피부과에서 연고와 약치료를 받아보아도 그 효과 또한 일시적인 경우가 많다.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되는, 명확한 원인이 파악되지 않는 접촉피부염은 의심해 보아야

접촉피부염이 특별한 원인 없이 1년 이상 재발을 반복하는 경우라면 혹시 내가 다른 피부질환은 아닐지 의심이 필요하다.

증상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로션, 시계, 옷, 이불과 같은 의심 요인을 새로 사용하거나 교체한 이후 증상이 시작되었다면 접촉피부염에 준한 치료를 우선적으로 적용해 보는 것이 맞다. 그러나 원인 물질이 명확하지 않으면서 피부과 치료를 받아보아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 치료가 된 줄 알았으나 특정 원인 물질과의 접촉 없이도 컨디션에 따라 주기적으로 증상이 재발하고 악화하는 경우는 알레르기피부염 또는 만성 재발성 습진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단순한 접촉피부염이 아닐 경우 치료 방법 또한 달라져야

접촉피부염은 증상 유발 요인을 제거하면, 예를 들어 새로 사용한 화장품으로 인한 접촉피부염이 발생했을 경우 해당 제품의 사용을 중단하면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증상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때 피부과에서 약과 연고를 이용한 치료를 받을 경우 그 호전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더불어 원인 물질을 피해주면 재발까지 방지가 가능하다.

그런데 접촉피부염으로 알았던 피부 증상의 잦은 재발로 스테로이드 치료제를 4주 이상 사용하고 있거나, 높은 등급의 연고를 넓은 범위에 분포하여 사용하고 있을 경우 리바운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나 알레르기피부염 또는 아토피, 화폐상 습진과 같은 만성 재발성 습진으로 인한 증상일 경우 치료제의 사용상 주의 사항에 적혀 있는 권고 치료 기간 이상의 사용은 더 이상 해당 치료제만으로는 원하는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우리 몸이 스스로 염증을 해결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면역반응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치료제만으로는 피부가 일정 수준 이상 자력으로 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 면역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면역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알레르기피부염, 만성 재발성 습진 환자들의 몸 안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이상 면역반응, 면역계의 과민반응을 중단시킬 수 있어야 한다.

붉어지는 피부, 참기 힘든 가려움, 발진이 일어나고 각질이 쌓이는 것은 모두 면역계의 이상으로 인한 결과물이다.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은 적군이 들어왔을 때만 공격하는 면역반응이 일어나야 하는데 집먼지진드기, 동물 털, 밀가루, 계란과 같은 일상적인 물질들까지도 적군으로 인식해 피부 문제가 지속된다.

결국 공격해야 할 대상과 아닌 대상을 잘 구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 우리 면역계를 안정시켜주는 과정이 면역력과 관련된 피부질환의 치료와 직결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억지로 면역반응을 멈추게 하는 치료제에만 의존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이상 면역반응이 시작되게 만든 그 원인을 우리 몸 안에서 찾아 해결해 주어야 한다.

면역계의 이상 반응이 시작된 원인을 찾는 법

가장 먼저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알레르기 검사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환자들의 컨디션에 따라 알레르기 검사 결과가 다르게 나오거나, 알레르기 검사나 건강검진 상으로는 특별한 문제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지속적인 면역계 이상 반응으로 인해 면역계가 불안정해 지면 외부 환경요인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태가 된다. 때문에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검사를 받으면 전보다 알레르기 수치가 높거나 양성인 물질이 많게 나올 수 있다. 검사 상으로는 정상이지만 조금만 환경이 변해도 가려움증이 악화되거나 추가적인 증상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몸 안에 숨어 있는 피부염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특정 검사 결과만을 맹목적으로 쫓아서는 안 된다.

해당 검사 결과 뿐 아니라 의료진이 환자와 직접 만나 오랜 시간을 들여 진행하는 문진을 통해 얻게 되는 결과(①증상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현재까지의 몸 상태 ②환자가 느끼고 있는 신체의 변화·이상 증상 등)를 바탕으로 원인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실제 환자들에게서 파악되는 대표적인 요인들로는 소화기 문제, 수면 패턴 문제, 감기에 잘 걸리거나 만성적인 비염을 달고 사는 등 온도 변화에 민감한 몸 상태 등이 있다.

문제 원인을 뿌리 뽑아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치료

제초제를 살포해서 잡초를 말리려 하면 그 순간 잡초는 줄어들 수 있겠지만 정원의 흙이 건강하게 남아있지는 못한다. 더욱이 어딘가에 잡초가 남아있다면 시간이 지났을 때 다시 정원이 잡초로 무성해 질 수 있다. 그러나 손이 가고 오래 걸리더라도 잡초를 하나하나 찾아 뿌리를 뽑게 되면 종국에는 건강한 흙으로 아름다운 정원을 가꿀 수 있다.

몸 안에 숨은 문제의 원인을 찾아 해당 요인을 치료해 피부에 나타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마치 정원에 무성한 잡초를 하나하나 찾아 뿌리째 뽑아주는 작업과 비슷하다.

잦은 소화불량(체기), 복부 팽만감(가스), 만성 설사(무른 변), 수면장애(불면증), 후비루와 같은 증상들이 면역계 피부질환을 유발하고 있다면, 이러한 증상들의 시작점이 되는 체내 문제가 지속되는 한 만성적인 염증반응은 멈추지 않는다.

아무리 효과 좋은 치료제를 사용하여 일시적으로 이상 면역반응을 잠재우더라도 약효가 종료되면 다시금 증상이 재발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긴장하면 쉽게 배탈이 나거나 찬 음료를 마시면 무른 변을 보는 소화기 문제를 해결하자 만성적인 가려움 증상이 점차 사그라지는 경과를 확인할 수 있듯, 염증 유발요인을 제거해 주고 연결된 체내 문제가 해결되면 내 몸이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되찾아 자연스럽게 피부 증상이 호전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알레르기피부염, 만성 재발성 습진은 피부질환이지만 실제로는 단순히 피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 몸이 갖고 있는 자연 치유 능력을 회복하면서 피부를 건강하게 만드는 원인 치료의 적용이 필요하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신나경 원장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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