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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호흡기내과 명의, 최천웅 교수가 말하는 미세먼지와 건강

입력 2018.01.29 18:16
  • 최정연·하이닥 건강의학기자

인간의 기본권에는 행복추구권이 있다. 하지만 삶의 원초적 요소인 공기가 미세먼지로 오염된 요즘에는 이를 어떻게 좇아야 하는지 막막할 따름이다. 법 앞에 평등하다더니 이건 모든 국민이 미세먼지 앞에 평등하게 그리고 적나라하게 노출된 모양새다. 중국의 조사에 따르면 미세먼지로 인해 평균수명이 3년가량 줄 수 있고 호흡기질환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미세먼지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기대수명이 늘어났다며 ‘백세시대’라는 말을 자주 듣는 요즘이다. 우리는 백 세를 살고 싶다는 내밀한 욕망과 정말 백 세까지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은밀한 불안감이 묘하게 혼재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기 환경 속에서 백 세를 살아도 무슨 의미가 있으며 과연 그만큼 버틸 수는 있는 것인지 자조적인 질문을 건네게 된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던 중 호흡기내과 최천웅 교수의 <호흡이 10년을 더 살게 한다>라는 신간의 서문이 눈에 들어왔다.

최천웅 교수최천웅 교수

“매일 2.5ℓ의 물을 마신다면 공기는 8천ℓ 이상을 마신다. 깨끗한 물은 어렵지 않게 선택할 수 있지만 공기는 그럴 수 없다. 호흡 건강을 위협하는 것들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건강 수명을 늘리는 길이다.”

EBS 건강 프로그램 <명의>의 ‘호흡기에서 혈관까지, 미세먼지의 습격’ 편에 출연했던 그가 우리에게 꼭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건강하게 숨쉬는 방법을 공유하기 위해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한파와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동시에 찾아온 날,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최천웅 교수를 만났다.

출간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미세먼지가 지속적으로 심해져 건강을 너무나도 위협하는 요즘입니다. EBS <명의> 출연 후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많은 문의를 받았습니다. 질문하시는 모든 분에게 일일이 다 설명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 많은 분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실내에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공기청정기가 없다고 호흡기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물론 미세먼지가 심해서 환기하기 힘든 날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면 실내 공기 관리에 도움이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 환경이 좋은 날에는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실내공기를 순환시킬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주방의 후드나 건물의 환기 시스템을 사용해 환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기청정기를 사용한다면 필터 세척 등 청결하고 꾸준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가습기 소독제 사건에서 볼 수 있듯, 그리고 여름철에는 에어컨의 레지오넬라균에 의해 폐렴 환자가 급증하는 것처럼 공기청정기 역시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외부 미세먼지가 집으로 유입될 수 있고 집안에서도 미세먼지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나 장시간 요리를 할 때 집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활하면 어떨까요?

외부에서 유입된 미세먼지와 집 안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의 성질은 비슷합니다. 하지만 내부 먼지는 주방 후드를 통해 관리할 수 있으므로 실내에서 굳이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도로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것은 맞지만 환기 시스템을 통해 자동차로 들어온 공기는 외부 공기보다 오염도가 낮으므로 자동차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항상 설명하듯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한다면 KF80이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심한 날 야외에서 장시간 활동을 해야 한다면 KF94 이상을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스크마스크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린 날에는 어떻게 환기를 해야 할까요? 환기할 때 현관문을 열라고 말씀하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미세먼지가 온종일 심한 날에는 창문을 열어 환기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잠시라도 낮아지면 환기를 할 수는 있겠으나 주방 후드나 건물 환기 시스템을 이용해 환기하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공기가 좋은 날에는 일반적으로 외부공기가 실내보다 깨끗한 편이므로 지속적인 환기가 필수입니다. 하지만 맞바람으로 실내공기를 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마주 보는 창을 열 수 없는 집에서는 환기 시 현관문을 열어야 공기를 더 효율적으로 순환시킬 수 있습니다.

현재의 대기 환경이 천식이나 알레르기 질환 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합니다.

천식이나 알레르기 등은 선천적으로 인자를 가지고 태어나는 경향이 강하지만 건강 상태를 잘 유지하거나 거주 환경이 좋다면 평생 모르고 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세먼지처럼 호흡기 건강에 치명적인 악화인자로 인해 신체가 자극받거나 면역력이 저하되면 어느 날 갑자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외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질병에 대한 환경인자를 줄이는 최상의 관리법일 수 있습니다.

기도와 식도는 통로가 다르기 때문에 음식으로는 기도를 씻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음식과는 다르게 수분 섭취는 늘 중요한 건강 관리법으로 손꼽힙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삼겹살처럼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으라거나 도라지가 기관지에 좋다는 등의 이야기가 많지만 사실 의학적으로 근거를 찾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수분은 다릅니다. 기관지의 자체 정화 능력을 돕는 섬모가 마르면 기능이 저하됩니다. 수분, 즉 물은 섬모를 비롯해 신체 각 기관의 체내 습기 유지를 돕고 점액으로 점막을 코팅해 신체 보호 기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수영이 호흡기 환자들에게 좋은 운동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켜주는 방법도 될 수 있을까요?

호흡기환자 중 특히 천식 환자에게 수영을 권하는 것은 따뜻하고 습한 환경이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미세먼지로 인해 천식 증상이 심해진 이에게는 수영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영이 미세먼지로 인해 발생한 다른 호흡기 질환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만성폐쇄성폐질환, 즉 COPD 질환자에게는 공기 좋은 날 빠르게 걷는 운동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호흡이 10년을 더 살게 한다호흡이 10년을 더 살게 한다

저서에서 폐활량은 증가할 수 없다고 설명하셨습니다.

가장 흔한 오해가 운동을 오래 하거나 많이 하면 폐 근육이 단련되어 폐활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폐 기능은 각자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으로, 운동을 열심히 해도 폐활량이 증가하지는 않습니다. 폐활량이 늘었다고 느끼는 것은 폐를 운동시키는 호흡근의 능력이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폐 기능은 일반적으로 20대 초반에 최고조에 이르고 이후 서서히 줄어듭니다. 흡연한다면 자연적인 노화와 더불어 폐 기능이 빠르게 저하되면서 호흡이 가빠지는 시점이 훨씬 앞당겨집니다. 한번 망가진 폐와 기관지는 재생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폐활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폐가 최상의 상태를 최대한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노인이 아닌 일반 성인에게는 인플루엔자와 폐렴 백신 접종을 권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세먼지로 인해 모두의 폐 기능이 저하될 수 있는 상황인데 그렇다면 건강한 성인이어도 백신을 접종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우선 인플루엔자 예방 백신은 현재 무료접종 대상과 별도로 성인까지 모두 접종을 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폐렴 예방 백신은 50세 이상부터는 접종을 권고하고 있고 만성질환자와 65세 이상은 반드시 접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면역력 강화만큼이나 신체 균형,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면역력이라는 표현은 모호한 경향이 있습니다. 인터넷이나 언론에서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면역력이 너무 강하면 오히려 자가면역질환이 생길 수 있으며 보양식이나 건강식을 많이 먹는다고 면역력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신체가 제 기능을 잘할 수 있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미세먼지가 체내에 들어와 염증을 유발해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일상에서의 적절한 식습관 유지, 충분한 수면과 운동 등 꾸준한 건강 관리만으로도 항상성 유지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유해 대기 환경에서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됩니다.

아이와 노인은 질병의 공격에 더욱 취약한 특성이 있습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외출 시간을 최소화하고 KF80의 마스크 착용이 필수입니다. 미세먼지로부터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최상의 방법은 노출 시간을 최소화하고 모든 건강 관리법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것입니다. 앞에서도 설명했듯 호흡기 건강의 핵심은 기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며 지키는 것입니다.

최천웅 교수최천웅 교수

최천웅 교수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박사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호흡기내과 교수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호흡기센터장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차세대 목련교수 선정

EBS 명의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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