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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성분 청소 세제, 장기간 흡입하면?

입력 2018.02.27 17:06
  • 최정연·하이닥 건강의학기자

최근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 수많은 여성이 깜짝 놀랐다. 노르웨이 베르겐대학교 연구팀의 조사에서 가정용 청소 세제를 주기적으로 사용한 여성에게 매일 담배 한 갑을 피운 것과 유사한 정도의 폐 손상이 나타났기 때문.

연구진은 평균 연령 34세의 남녀 6천여 명의 폐 기능을 조사하고 20년 후 다시 추적 검사를 했다. 평소 집을 직접 청소하는지, 청소부로 일한 적이 있는지, 액체 타입 청소 세제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를 함께 조사했다.

집 청소하는 여성집 청소하는 여성

연구 결과 주기적으로 청소를 한 여성의 폐 기능이 현저하게 저하된 것을 확인했고 일주일에 1회 정도 집 청소만 한 여성에서도 청소를 직업으로 삼는 이들과 비슷한 수준의 폐 기능 저하가 나타났다. 무엇보다 폐 건강에 상당히 해로운 흡연과 유사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가사를 도맡는 여성들을 경악하게 한 것. 게다가 스프레이 형태와 액상형 세제 모두 흡입 정도나 유해성에 있어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화학 성분 세정제는 폐 기능을 현저하게 저하시키고 천식과 각종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니 주부들에게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청소용 세제 흡입이 이렇게 위험한 이유는 무엇일까.

청소용 세제, 무엇이 문제일까?

살균 소독제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락스의 주성분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주로 세정, 방취, 표백, 산화 등의 목적으로 사용한다. 이 세정제의 주성분인 염소는 휘발성이 강하고 순식간에 기화해 염소가스로 바뀌는 특성이 있고, 이를 흡입하면 콧속이 헐거나 호흡곤란이 나타나며 기관지염 등 호흡기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드문 경우이지만 신경심리학적 후유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목에 통증이 있는 여성목에 통증이 있는 여성

하이닥 직업환경의학과 상담의사 송유준 전문의는 “염소 가스에 노출되어 호흡이 힘들다면 반응성 기도 과민 증후군, RADS(Reactive Airway Dysfunction Syndrome)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고농도의 자극성 가스, 증기, 분진, 연무질 등에 기도가 노출되면 상피세포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차아염소산나트륨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RADS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 RADS가 나타나면 지속적으로 기침을 하거나 호흡 곤란, 가슴 답답함 등을 호소하게 되며 노출 강도가 심할 경우 이후 수일에서 수개월 간 증상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노출 강도가 심하지 않고 호흡기계 증상이 경미하다면 손상이 자연적으로 회복될 수 있지만 노출 강도가 심하면 기관지 확장증, 만성 기도폐쇄, 기관지 과민 반응, 천식 유사 증상 및 이로 인한 후유증까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1~2주 후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호흡기내과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차아염소산나트륨이 눈에 닿으면 각막 손상이나 포도막염 악화 위험이 있고, 피부 구성성분 중 단백질 변성에 영향을 미쳐 염증이나 색소 침착 등 피부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장갑을 착용하고 청소하는 남성장갑을 착용하고 청소하는 남성

더욱 안전하게 청소하는 방법은?

전문가들은 "화학용품 사용을 삼가야 하고, 청소는 물과 걸레 한 장이면 충분하다”고 말하지만 일상에서 각종 곰팡이와 찌든 때를 마주하는 이에게 그리 현실적인 대안은 아닌 듯하다.

우선 청소 시, 화학 성분 세정제를 사용한다면 마스크와 장갑 착용이 필수다.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최대한 많은 양의 물에 희석해 사용하는 것이 좋고, 천연 세정제인 베이킹소다로 대체해 청소하는 것이 안전하다. 곰팡이와 유해균이 없는 깨끗한 거주 환경도 중요하지만 한번 손상된 폐는 회복될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송유준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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