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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후 발그레한 얼굴은 심장 위험 신호

입력 2018.03.22 15:53
  • 김선희·하이닥 건강의학기자

앞으로 음주 후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은 음주를 자제하고, 주변에서도 이들에게 술을 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이들이 과음을 지속하는 경우 심장의 구조와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송윤미 교수와 순환기내과 이상철 교수 연구팀은 심장 관련 질환이나 증상이 없는 성인 남성 854명을 대상으로 음주가 심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심장 초음파 검사를 진행했다.

술병을 들고 있는 남성술병을 들고 있는 남성

먼저 평소 술을 마신다고 답한 708명 중 278명(39.3%)이 음주 후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음주 후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눠 심장 초음파 검사를 비교했다.

검사 결과 음주 후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의 좌심방 크기는 평균 29.42㎖/㎡로,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7%가량 커져 있었다. 좌심방 크기는 음주 후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 중에서도 평소 음주량이 많을수록 커졌다. 반면 음주 후 얼굴색에 변화가 없는 사람에게서는 이러한 좌심방 크기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좌심방 크기 변화를 가져오는 음주량은 하루에 마시는 알코올양이 일반 소주 반병에 해당하는 196g을 넘어설 때로 확인됐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 분해에 의해 체내에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생성된다. 연구팀은 “음주 후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은 이 물질에 더 취약하기 때문에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체내에 누적돼 심장의 구조에도 변화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좌심방 크기가 커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연구팀은 “좌심방의 용적이 커지면 피를 받아들이는 심장의 이완 기능도 함께 떨어져 심장 노화도 빨라지고 노인성 부정맥의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음주 후 얼굴색의 변화가 없는 사람에게 술이 무해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명시했다. 음주 후 얼굴색에 변화가 없던 사람들도 과도한 음주를 하는 경우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들만큼은 아니지만 좌심실의 크기가 커지고 이완 기능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송윤미 교수는 “적당한 음주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음주 후 얼굴이 붉어지는 사람은 그 기준을 매우 낮게 봐야 한다”며 “얼굴색이 붉어지는 건 자신의 심장이 술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보내는 적신호인 만큼 반드시 금주 또는 절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알코올중독 임상시험 연구(Alcoholism Clinical & Experiment Research)’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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