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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부검’으로 드러난 자살 사망자의 경고신호는?

입력 2018.05.04 17:35
  • 박혜선·하이닥 건강의학기자

보건복지부는 중앙심리부검센터를 통해 실시한 심리 부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심리 부검이란 자살사망자의 유가족 진술과 기록을 통해 사망자의 심리 행동 양상 및 변화를 확인해 자살의 구체적인 원인을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조사 방법이다. 이번에 발표된 결과는 2015~2017년까지 3년간 중앙심리부검센터로 신청·의뢰된 자살사망자 289명의 사례를 분석한 것이다.

고개숙인 여성과 위로하는 여성고개숙인 여성과 위로하는 여성

자살 사망자, 자살 징후 드러내는 경고신호 보낸다

자살 사망자의 대부분(92.0%)은 사망 전 언어·행동·정서상태(‘죽고 싶다’는 말, 주변 정리, 우울, 불안 등)의 변화를 통해 자살 징후를 드러내는 경고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살 유가족의 21.4%만이 고인의 사망 전에 경고신호를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인의 사망 전에 자살 경고신호를 인지한 유가족들도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전문가에게 연계하는 등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자살 사망자 상당수는 약물과 알코올 등 자극을 추구하거나(36.0%), 자해(12.8%) 또는 자살시도(35.6%)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과정에서 발생한 경제 문제, 가족 및 대인관계 스트레스가 자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신건강, 가족, 경제적 문제 등이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

자살 사망자의 스트레스 요인은 △정신건강 문제(87.5%) △가족 관계(64.0%) △경제적 문제(60.9%) △직업 관련 문제(53.6%) 순으로 나타났다(복수응답).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해서는 수면 문제(62.3%), 체중 증가 및 감소(42.6%), 폭식 또는 식욕감소(39.8%)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살사망자의 경제적 문제는 △부채(71.0%), △수입감소(32.4%) 가 주요 유형으로 나타났다(복수응답).

자살경고 신호와 스트레스 요인, 연령대별로 달라

한편 자살 경고신호와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스트레스 등은 자살 사망자의 연령대별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청년기(19세~34세)는 △연애 관계·학업 스트레스, △성인기 이전 부정적 사건을 경험한 비율(51.3%)이 타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중년기(35세~49세)는 △직업 관련(59.4%) 및 경제적 문제 스트레스(69.8%)가 높고 특히 부채(주로 주택관련 부채)로 인한 스트레스가 타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장년기(50세~64세)는 △직장 스트레스(59.7%), 특히 실업 상태로 인한 문제 및 경제적 문제 스트레스(64.9%)가 높았고 △정신건강 치료나 상담을 받은 비율(59.7%)과 △과거 자살시도 경험(48.1%) 비율이 높은 것이 주요 특징이다.

노년기(65세 이상)는 △신체 건강과 관련한 스트레스 비중이 높았으며(80.6%), △혼자 지내거나 친구가 1~3명밖에 없는 등 사회적 관계가 취약한 경우가 타 연령대에 비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심리부검센터 전홍진 센터장은 “가족·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이전과 다른 언어적, 정서적, 행동적 변화를 보인다면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1577-0199) 및 정신의료기관 등 자살 예방 전문기관에 상담해야 한다”면서 “주변의 관심을 통해 살릴 수 있는 생명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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