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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떨기, 건강에는 오히려 약(薬)된다?

입력 2017.12.08 15:51
  • 반동규·포이즌의원 전문의

누구나 어린 시절 무심코 다리를 달달 떠는 습관으로 어른들께 복 떨어져 나간다고 야단맞은 적이 있거나 혼이 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다리를 떠는 것이 그리 보기 좋은 상황만은 아니다.

하지만 다리 떨기는 의학적 소견으로는 꼭 나쁜 버릇만은 아니다. 주변에 해를 끼치거나 눈살을 찌푸릴 상황만 아니라면 다리를 적당히 떨 것을 오히려 권장한다. 그 이유는 다리를 떠는 동작 자체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어 다리의 부종 및 저림 증상으로 고통받는 사무직 여성들에게 권장될만한 동작이기 때문이다.

가벼운 다리 떨기, 하지정맥류 예방, 혈액순환 및 부종에 도움

다리다리

심장의 펌핑으로 순환하는 동맥과 달리 정맥은 자체압력이 전혀 없다. 그래서 가만히 서 있거나 앉아만 있게 된다면 혈류장애가 발생하면서 다리의 부종 및 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장시간 유지 시에는 만성정맥순환부전의 상태까지 나타날 수 있다.

다리를 떠는 습관은 이때 빛을 발할 수 있는데, 부동자세로 인해 장시간 혈류가 정체되는 것을 막아 혈액순환개선은 물론 부종 및 저림 증상 완화 그리고 나아가 하지정맥류와 같은 혈관질환의 예방에도 매우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정맥류란 다리의 정맥 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돕는 판막에 이상이 생기면서 피가 몰리고 팽창하여, 흔히 심줄이라고 말하는 혈관이 울퉁불퉁 튀어나오는 질환이다. 이는 다리의 부종 및 저림, 당김, 근육경련(자다가 쥐가 나는 것), 통증 그리고 혈관이 돌출된 부위로의 열감, 당기는 느낌 등 다양한 자각증상을 나타나게 하는 특징이 있다.

또한, 장시간 방치 시에는 피부가 검게 괴사하는 등의 합병증도 유발될 수 있기에 가볍게 볼만한 질환은 아니다. 심장의 펌핑으로 순환하는 동맥혈과 달리 정맥혈은 중력을 이기면서 심장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동맥에서 심장과 같은 기능을 해주는 기관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장딴지 근육의 수축, 이완 운동이다.

정맥에 근접해 있는 종아리의 근육들이 수축, 이완할 때마다 펌프질 되는 추진력으로 혈액이 움직이게 되는데, 이때 종아리의 근육은 주로 걸을 때나 발목이 위아래로 움직일 때 등의 경우에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따라서 다리를 떨면 이와 유사하게 펌프 작용이 되어 혈액순환 촉진 및 하지정맥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버스 및 지하철 그리고 공연장과 같은 다중 공공시설에서 다리를 떠는 습관은 보기에 안 좋고 주변에 불편함을 줄 수도 있는 만큼, 발목을 돌리거나 발목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등의 간단한 동작을 수차례 주기적으로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혈액순환개선 및 하지정맥류 예방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들

1. 장시간 서 있을 경우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준다.
2. 걷기, 수영 등 가벼운 운동을 꾸준히 한다.
3. 적정 체중을 유지한다.
4. 휴식. 수면 시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한다.
5. 타박상. 찰과상 등 다리에 외상을 입지 않도록 주의한다.
6. 다리를 꼬거나 쪼그려 앉지 않는다.
7. 사우나, 족욕 등 뜨거운 곳에 다리를 오래 노출하지 않는다.
8. 굽 높은 신발이나 꽉 죄는 옷을 피한다.
9. 과도한 음주나 흡연을 삼간다.
10.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신는다.

‘하지정맥류’는 진행성 질환이기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다리 피부에 울퉁불퉁한 혈관들이 돌출되어 있고 혈관 도플러 초음파 검사 결과 원인이 되는 주요정맥에 역류가 발견된다면 레이저요법을 기초로한 복합수술요법이 적합한 치료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주요 정맥에 역류가 없고 손등에서 주로 관찰되는 파란색혈관(망상정맥)들이 나타나 보이는 정도 혹은 육안상으로 관찰되는 혈관이 전부라면 비수술적요법인 혈관경화요법(주사요법)만으로도 간단히 치료 받을 수 있으니 방치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반동규 원장 (흉부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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