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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가을에만 발생하는 우울증, 심한 계절적 변화


- 상담내용 :
안녕하세요?
모든 사람들이 어느정도는 계절에 따라서 기분도 변하고 성격의 차이도 생기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렇다고 믿어왔습니다만 다가오는 계절이 무섭다고 느껴질 정도라 한번 상담을 받아보는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글 드려봅니다.

발단이 된 시기는 6년전 유학생활이었는데요, 지역특성상 거의 3개월간을 단 하루도 햇빛을 보지 못하고 우기속에서 지냈습니다. 실로 많은 주위친구들이 향수병이 심해지는 기간이라 나름의 걱정을 했고 우울증에 시달려 한국으로 돌아가고마는 친구들도 있었지요.. 저 역시 워낙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에 처음 느껴보는 심한 무기력과 향수병을 겪었는데요..

그 뒤로 한국에 와서도 가을철이 되면 심하게 기분이 가라앉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도대체 이유가 없었음에도.. 마치 궁지에 몰린 느낌, 벼랑끝에 내몰린 느낌을 받고 (힘들게 취직한) 직장에 사표를 내고 나왔습니다. 이해가되지 않는 행동이었지만 그때 받았던 느낌이 기억이 나는터라 걱정이 됩니다.
이듬해... 늦가을엔 한달 이상을 방문밖으로 나가지 않고 무기력에 빠져 침대에서 살아버린 것 것 같습니다...

봄이 오면...
몸이 굉장히 잘 반응합니다. 남들보다 두세배는 의욕도 생기고..(친구들은 스프링하이라고 부를정도로 도취상태에 빠집니다)하고자 하는일에 다시 도전합니다.
(남들도 봄날 기분이 좋은 것은 마찬가지겠지요..하지만..)

이유없이 끝(?)의 충동을 느낄정도로 분명 남들보다는 심하게 가을을 타는 것은 분명한데요... 매년 가을철만 되면 충분한 햇빛쪼이기, 술마시지 않기, 우울한음악 듣지말기등..나름 노력을 하고있지만 다시 가을이 다가옴을 몸이 느끼는지 기분이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올 가을은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혹시 계절성 우울증이나 조울증 사례도 있는지요?? 
계절을 심하게 타는 사람은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요?



answer Re:가을에만 발생하는 우울증, 심한 계절적 변화
장홍석
장홍석 장홍석 하이닥 스코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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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신과 전문의 장홍석입니다.

계절에 따른 기분과 의욕의 변화가 주 증상으로 이해됩니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 사표를 낼 정도였다면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습니다.

귀하의 어려움을 제가 이해한 대로 정리해 보면, 1) 6년 전 햇빛을 잘 볼 수 없는 유학 생활을 하던 곳에서 심한 무기력과 우울감을 경험하신 이후, 2) 귀국하신 이후에도 가을철이 되면 근거와 이유를 알 수 없게 통상적인 생활에 방해를 받을 정도의 의욕의 저하, 무기력, 압박감, 우울감을 경험하시며, 3) 겨울을 지나 봄이 되면 기분의 상태가 호전되나, 그 정도가 다소 정도를 지나쳐서 의욕이나 행동에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습니다
.

여러 방법들을 동원하여 노력을 하셨지만 잘 되지 않으시다면 좌절감이 크실 것 같습니다
.

귀하께서 스스로 의심하고 계신 상태는 계절성 우울증과 조울증(양극성 정동장애)이신 것 같습니다.

이 두 상태의 감별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기분상태의 변화 중 봄에 경험하시는 에너지의 증가가 과연 조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인지, 아니면 가을, 겨울 동안의 우울상태의 회복에 대한 반응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 봄이나 여름에 에너지가 증가된 동안 일이나 대인관계적인 면에서 생산적이고 원만하며 과도한 부분이 없고, 수면, 식사, 성생활이 통상적인 범위에서 잘 유지된다면 조증이나 경조증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계절성 정동장애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릴 것 같습니다.

보통 계절성 우울증에서는 통상적인 주요우울증과는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서 비전형 우울증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불면보다는 과다수면이 나타나고, 식욕의 저하보다는 식욕의 증가된 경우가 많으며, 몸에 납추를 달아놓은 것처럼 축축 처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물론 이렇다고 해서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확진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울증의 우울상태에서도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확진을 위해서는 전문의와 면담을 통한 상세한 병력청취 및 기분상태 변화에 대한 추이에 대한 점검, 필요한 경우 심리검사 등을 요합니다.

또한 계절성 우울증이나 조울증과 유사한 상태를 보일 수 있는 다른 신체적 질환에 대한 감별이 필요합니다(갑상선기능이상증 등이 해당합니다).

이렇게 진단을 한 이후 치료과정에서 치료의 반응을 보면서 확진을 하게 됩니다
.

치료법으로는 계절성 우울증과 조울증의 치료법은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조울증의 경우 통상적인 항우울제를 쓰게 되면 오히려 상태와 경과가 악화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합니다.

기분 조절제라는 약을 항우울제보다 먼저 투약을 하게 되고 필요한 경우 항우울제를 병용 처방합니다.

계절성 우울증의 경우 여러 항우울제 중 현재 가장 심한 증세에 가장 적합한 항우울제를 선택하여 쓰면서, 귀하께서 노력하신 것과 같은 행동조절, 인지적 재교정 등의 정신치료를 병행합니다.

어떤 경우이든 약만 쓰는 것 보다는 스트레스 조절, 행동조절, 인지교정과 같은 정신치료적인 방법을 병행하는 것이 치료효과가 좋습니다.

귀하께서 스스로 많이 노력을 하셨지만, 자꾸 생활의 연속성이 깨어질 정도로 고통을 받고 계신 듯 합니다.

이제는 보다 전문적인 의견을 구하고, 필요하면 치료를 받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단순하게 계절을 심하게 타는 정도를 벗어나는 것으로 생각되어,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을 생략하였으니 양해 부탁 드립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어 본인 스스로와 생활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시고, 건강한 생활로 복귀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본 답변은 참고용으로 의학적 판단이나 진료행위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