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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어머니께서 비가 와서 안방 창가에서 물이 새면 초조해 하십니다.
최근 15년 사이 3번 이사를 했는데, 이상하게도 이사가는 집마다 물이 샜습니다.

비가 새면 고치면 되는데,

집이 새면 공사 문제로 우선, 이웃과 조율하는 것도 힘듭니다.

집에 남자가 없기에 그동안 엄마가 하셨는데,

엄마가 76세로 다른 사람들이 엄마를 할머니라 생각하고 만만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42세)가 나서야 하는데, 사실 직장다니면서 이웃과 협의하는 것도, 업자 상대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공사야 뭐...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되지만...

엄마가 비가 와서 물이 새면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며 불안해 하십니다.

공사하면 해결되는 일인데, 왜 엄마가 비가 새면 불안해 하는지..

살면서 비와 관련하여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생각해 보라 말씀드리면

모르겠다고만 하십니다.

제가 고민고민 끝에 생각해 낸 것이

엄마가 저를 혼자 키우시며 시장에서 행상을 하셨는데,

그때, 혹시나 비가 오면 장사를 못해 돈을 못 버니 불안했던 심리가 노년이 되어서 표출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어디까지나 제 추측일뿐 엄마는 비 오면 놀 수 있으니 좋은 거지...라며 아니라고 하십니다.

어제는 불안한 것이 많이 심하셨는지 약국에서 두근거릴 때 먹는 약까지 3일치 사 오셔서 드시고 계십니다.

그리고 월요일에 정신과에 가시겠다고 하십니다.

정말로 정신과까지 갈 일인지,

약 6년 전에 조기위암까지 시술 받으셨고, 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등 약도 드시는 것이 많은데...

정신과 가면 약을 또 줄 테고... 정신과 약까지 드시는 것이 맞는지...

외동딸인 제가 옆에서 어떻게 모셔야 할 지...

우선 두렵습니다. 걱정도 많이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아프다고 하시면 제가 막 스트레스 받아 엄마께 더 짜증을 내게 됩니다.

저는 투잡까지 해 가며, 제가 혼자 벌어 엄마께 생활비를 드리고 사는데,

이나이까지 하고 싶은 공부는 다 했지만, 공부 마치고 주위를 돌아보니 결혼 못 한 것이 꼭

집에 생활비 대느라 못 간 것 같아 솔직히 제 가정 환경이 원망스럽고,

그 원망이 자꾸 엄마께 갑니다.(엄마는 혼자 저를 키우시느라 엄청나게 고생하셨는데... 저를 이기적으로 이렇게 원망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도 제가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막막합니다.

엄마는 비가 새면 어쩌나, 비가 새는데도 못 고치면 어쩌나, 비가 새서 집이 안 팔리면 어쩌나 이런 생각에 불안해 하실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는 저도 모르게 자꾸 원망스러운 제 환경에 대해 생각이 들 때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하는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answer Re : 어머니께서 비가 와서 안방 창가에서 물이 새면 초조해 하십니다.
김윤석
김윤석 전문의 서울맑은 정신건강의학과의원 하이닥 스코어: 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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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이닥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의 김윤석입니다.

여러가지 생각들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것 같네요. 불안의 원인은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질문자님께서 파악하신 부분도 여러가지 퍼즐의 한 조각이라고 보입니다. 정신과 의사는 환자분들에게 구체적인 질문들을 던짐으로써 과거에 왜 자신이 불안해했는지에 대해서 함께 찾아나서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마음의 원인을 찾는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마음을 원인과 결과론적으로 접근하면 끝이 없습니다. 우선 불안감을 다스리는 약물 치료를 하면 2~3개월만에 삶의 질은 많이 호전되므로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픈 부분이 있는데에도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당신과 질문자님 모두에게 힘든 일 아닐까요? 약을 먹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아서 삶의 질이 좋아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겠죠. 정신과 약물이라고 내과나 타과 약들과 다를바 없습니다. 정신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을 추천드리며 틈이 나는대로 보호자가 동행해서 치료자가 가족 구성원들의 상호작용 등을 파악할 수 있게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질문자님은 정서적으로 아주 깊숙히 연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으셨겠죠.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어머니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지쳐 있는 것 같으니 한 발자국 정도 뒤로 물러서서 상황을 보려고 노력해보는건 어떨까요? 어머니에게 일어나는 일은 감정의 색채가 덧씌워져서 질문자님에게 전달됩니다. 가령 다른 사람이 '허리가 아프다'라고 하면 '어디어디 병원가봐~'라고 대답하겠지만 어머니가 아프다고 한다면 감정이 섞여서 이성적인 부분이 마비될 것입니다. 생각의 어디까지가 감정인지, 어디까지가 해결방법인지 잘 구분해보시기 바랍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본 답변은 참고용으로 의학적 판단이나 진료행위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