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ion
머리가 맑지 않은 증상, 우울, 불안장애
나이: 20대 후반
증상 발현 시기: 7~8년 전
증상: 머리가 맑지 않음. 명료하게 표현하기 힘들지만 흔히들 말하는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 잠에서 덜 깬 느낌이 깨어 있는 동안 늘 지속됨. 아침일수록 더 심함. 항상 멍하다 보니 시각적으로 들어온 정보를 인지적으로 처리하고 판단하는 과정이 둔해짐(특히 이러한 작업을 많이 요하는 군대 생활에서 지장을 받았었습니다.) 책을 읽어도 읽은 것을 다소 빨리 잊어버림. 활자도 멍하게 보이니 읽고 기억하는 데도 지장이 큼.
증상 이전과 달라진 것: 암기력, 연상력, 기억력의 현저한 저하(가장 심각), 몸이 늘 지치고 피곤한 감이 듬, 멍하다 보니 문장이나 단어를 인출하는 것이 느려짐, 말을 좀 버벅거리기도 함, 밤을 새기 힘들고 이전에는 그냥 더 졸릴 뿐이었는데 지금은 밤을 새면 생활 자체가 안 됨. (잠은 잘 자는 편)
특이사항: 잠을 충분히 못 자면 피곤함까지 겹쳐 극도로 상태가 안 좋아짐. 반대로 잠을 많이 자도 증상이 심해짐.
관련 병력: 몇 개월 전, 인턴 업무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불안장애 진단을 받음. 이 증상 때문에 업무를 잘 처리하지 못할까 봐 계속 걱정했던 게 원인인 듯함.
불안장애를 겪었을 때 신체화 증상: 기존의 멍한 머리 상태가 극심하게 악화, 멍한 게 굉장히 심해져서 깨어 있어도 마치 꿈꾸는 듯한 느낌이 지속되었음. 특히 술을 마신 다음날은 매우 심해져 타인의 말에 전혀 집중하기 힘들었음. 종종 심장이 빨리 뛰는 부정맥 증상 찾아옴. 잠을 자도 편히 자는 게 아니라 계속 깨어 있으면서 뭔가를 생각하는 느낌이었음. 꿈을 꾸지 않는 편이었는데 항상 꾸게 됨. 밥을 먹어도 허함. 시간의 흐름이 달라진 듯 했고, 익숙한 공간이 낯설게 느껴짐.
처방: 신경(정신)과에서 ssri 계열 항우울제, 약간의 항불안제 처방받아 6주가량 복용. 복용 3~4일차부터 빠르게 호전되어 기존 수준의 상태로 회복됨. 약을 임의로 끊었지만 악화되거나 하지는 않음. (현재는 꿈만 자주 꾸는 증상이 남아 있음.) 현재는 불안장애를 앓기 전 머리 상태보다도 약간 좋아진 듯함. 머리가 맑은 시간이 늘어난 느낌. 약 외에는, gaba가 주로 함유된 영양제를 먹어보았을 때 일시적으로나마 맑아지는 효과가 있었음.
검사 이력: MRI, CT, 자율신경, 갑상선, 종합건강검진, 만성피로, 한의학적 검사 등. 모두 이상 없었음.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입니다. 최대한 상세하게 적어봤습니다.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불편한 의식 상태로 살았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생명에 지장이 있다거나 통증이 있다거나 하지는 않아서 원래 이랬던 것처럼 생각하며 지낸 지 오래되었습니다. 하지만 늘 있는 불편감과, 어느 일을 하든 제 능력을 모두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존감이 크게 낮아진 상태입니다.
딱히 이렇다 할 원인은 없었습니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났는데 증상이 찾아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신적 스트레스 등도 생각해봤지만 전혀 걸리는 게 없습니다. 인간관계나 가정환경 등이 매우 원만합니다.
정신과 선생님께 질문을 드리는 것은, 몇달전 겪었던 우울, 불안장애와 뭔가 연관되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우연히도 실제 불안장애에서 파생된 신체화 증상을 겪게 되었고 항우울제로 증상이 개선되는 걸 경험해서 뭔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다른 과 선생님들께서는 나이가 젊으니 증상을 가볍게 받아들이시구요. 다만 걸리는 것은, 정신과적 증상인지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방문하는 부담과 우울하지 않은 상태에서 복용하는 항우울제가 근본적인 치료책으로 기능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입니다. 비슷한 사례를 경험하셨거나 도움을 주실 수 있는 선생님들께서 부디 많은 조언을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