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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ion 강박장애 질문이요!!!
우선, 인터넷으로도 힘드신 분들 도와주시는 의사쌤들 존경스럽고 너무 감사해요! 치료를 잘해주는 의사도 좋은 의사지만... 환자가 필요한 곳마다 있어주는 의사또한 좋은의사일테니까요. 정말요. 진심이에요.

여하튼, 각설하고 제 정신과적 증상들을 설명해보려고 해요.

일단, 간단한 정보를 드리자면 필자는 만21세이고, 남성이며, 군필, 대학교 재학중이에요.
음... 제 본격적 증상은 고등학교 1학년, 그러니까... 약 6년전 일까요...? 6년전부터 시작된것 같아요.

어디서 부터 풀어야 할까요... 음...
초등학교때부터 중학생 내내 전교순위권에 들어가면서 부모님의 공부에 대한 압박이 컸어요. 저는 그렇게 공부하던 도중 부모님과 많이 충돌하며 중3때 자해도 많이하고, 많이 울고 그랬죠.

저는 문학공부가 좋았어요. 아, 철학하고 과학공부도요.
문학은 시를 쓰면서 제 감정을 얼마나 함축적이고 전달력있게 전달할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게 너무나도 행복했고,처철학과 과학공부는 저에게 세상의 근본적인 진리가 무엇인가- 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어줬어요.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학적,그리고 철학적으로 모든 방면에서요.

아무래도 평범하진 않죠. 그래서인지 부모님은 제가 시를쓰거나 글을 쓰는걸 못마땅해 하셨고, 노트를 찢어버리거나 하시면서 화를 많이 내셨어요. 사실 뭐. 사춘기였기에 다른 충돌도 엄청 많았구요.



그렇게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어요. 고등학교는 과학고로 입학했어요. 당연한 얘기지만, 합격하니 부모님도 기뻐하셨고, 저또한 무지 기뻤지요.

그러나, 과학고에서 중간정도 등수를 받았던 저는, 부모님의 권유와, 저의 선택으로 일반고로 전학왔습니다. 그게 과학고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 이었어요.

여름방학 때 부터였어요. 강박증상이 심화된것이.
사실, 중 3때부터 약간의 증상( 책이 구겨지거나, 오물이 묻으면 매우 신경이쓰임& 심한경우 아예 새로 책을 사버림 )
이 있었지만, 크게 문제삼지 않고 넘어갔어요.

그러다가 여름방학때, 수학문제를 풀던 어느순간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면서 잡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강박증상은 절 쫓아왔죠.

초기에는, 음악소리같은게 계속 뇌속에서 재생되며 집중을 방해했어요. 환청이나 환시가 아닌, 말그대로 '생각'요.
음악소리를 떠올리는걸 거부하지 못하고, 계속 하며 증상은 심화되었고, 점차 이 증상은 확대 되어갔지요.

인터넷에서 본 혐오스럽거나 불쾌한 단어, 사진들이 갑자기 연상되며 제 몸도 그렇게 변하는것 아닌가 - 하고 걱정이 되고 불안함이 느껴지며 여러증상( 예를들어 인공항문 관련 이야기가 나오면, 제 괄약근도 지금당장 힘을 잃을까 두려워 계속 그부위에 힘이 들어가고 신경쓰이는 등)이 나타났어요.

그러다가 결국, 어느샌가, 그 걱정과 불안은 인관관계로 넘어갔어요.

고등학교 2학년 1학기때까지 전교10등안에 들다, 강박으로 점차 성적이 하락하며 반 3등을 겨우 유지하는 등수가 되어버렸어요.

대부분은 절 공부를 잘한다고 생각하며 나름 존중을 해줬고( 조금 웃긴얘기기도 하지만, 그런 사회적, 공동체적 감각에서 자신감을 얻었던것도 있었던것 같아요)
친한 친구중 한명은 제 성적이 낮아지자, 은근히 무시하는 발언들 ( 이 문제 모르겠는데 공부잘하는 우리반 누구누구 한테 물어봐야겠다 등) 을 하며 제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어요.

무시하고 싶었지만.. 친한친구 무리였기에 헤어질수가 없었어요.

그때부터 가끔 , 그 자식 말이 생각나며 화가나가슴이 두근거렸어요. 분명 "머릿속으로는 그 자식을 무시하고 내 실력을 보여주면 그 친구도 입을 다물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계속 같이 어울려다니는 무리가 되어버리며, 매일 마주치자
무시가 안된거죠.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 그친구가 저보다 열등한 존재라는걸 100% 확실히 증명하는거였어요. ( 물론 당연히 이게 상식적인 사고라는 생각은 안해요..)

그친구가 한 말들, 행동들, 과거 업적들을 떠올려보며 계속 그친구가 얼마나 열등한 존재인지를 떠올리려 노력했죠.
물론 저는 알고있었어요. 그친구를 무시하고, 그 친구와 관련된것을 전부 잊어버린채 제가 할거를 하면 된다는걸요.

결국 강박증은 고치지 못한채, 다른 강박증상들과 함께 고등학교 졸업을 맞이했고, 재수를 했어요.
질병과 함께 하는 재수라... 솔직히 기대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않은건 당연한 일이죠. 응.

재수하고 곧바로 저는 군대로 도피.
군대에서도 꾸역꾸역 강박을 참아가며 겨우 전역했어요.

군대가기전, 부모님께 정신과를 가고싶다 말씀드렸지만,
미친사람 취급하시더라구요.. 아하하...

군대 전역후, 복학한뒤, 저는 6주전부터 결국 몰래 정신과를 다녔고, 폭세틴 캡슐(플루옥세틴) 40mg을 받아 복용중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를 통원중임에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대면으로 의사선생님께 모든걸 털어놓기엔 시간도 없고, 뭔가 내키지가 않아서요....

여기다 털어놓기라도 하니 속이 좀 후련하네요.




저는 강박사고에 질 생각도 없고, 제가 이렇게 된것은 제가 못나서가 아닌, 뇌의 다양한 생물학적-화학적 문제의 발생 기전으로 인한거라고 확신해요. 그렇기에 빨리 이병을 털어내고 사회로 복귀하고 싶어요. 의사가 되어서 정신적 문제를 겪는 사람들을 도와주는게 목표에요...


answer Re : 강박장애 질문이요!!!
한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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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이닥 응급의학과 상담의 한재병입니다.

많이 힘드시고 불편하지만, 이렇게라도 극복을 하려고 노력하신다니, 정신과 담당선생님과 좀 더 충분한 상의를 해 보시는게 좋을듯합니다.

* 본 답변은 참고용으로 의학적 판단이나 진료행위로 해석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