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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성형외과 전문의가 바라본 ‘목숨을 건 미용성형’

입력 2015.03.09 00:00
  • 이은정·연세자연미성형외과의원 전문의

미용성형수술은 신체적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이 아니다.
자신의 주관적 만족을 위해 시행하는 수술인 만큼 결과가 좋으면 자신감을 포함한 정신적 치료수단으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미용수술 역시 다른 수술과 마찬가지로 위험하고 긴 회복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심지어 예뻐지려다가 목숨을 잃거나 회복할 수 없는 부작용 등으로 오히려 수술전보다 못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일까? 최근 국내의 한 병원에서 미용성형수술을 받다 뇌사상태에 빠진 중국환자의 경우를 보면서 더욱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의사들이 사용하는 약물과 의료행위는 항상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가 있다. 그만큼 아직도 인체의 신비가 투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점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의사들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사고 역시 적지 않다.

해당 중국환자를 수술했던 병원의 책임의사는 눈과 코의 미용성형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내시경을 이용한 이마거상수술을 하는 중에 갑자기 산소포화도가 떨어졌다고 한다. 응급조치를 취한 후에 인근에 있는 삼성서울병원(한국에서 가장 시설이 잘 갖추어진 병원 중 하나)로 옮겼으나 뇌사판정을 받았다고 말한다.

우리 몸의 뇌세포는 산소공급이 4분이상 중단되면 영구적인 손상을 입는다. 그래서 심장박동과 호흡이 정지되었을 때 4분이내에 소생술을 시행해야만 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해당병원 관계자가 말하는 수술내용을 보면 특별히 위험한 수술은 없었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조심스럽지만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 과다투여에 의한 호흡중추마비가 원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그림자로 비치는 여성그림자로 비치는 여성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은 백색의 우유주사로 불린다.
수술전과 과정중의 공포감뿐 아니라 당시의 기억을 모조리 지워버리는 특이한 약리작용이 있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수술이 무사히 마쳐져 있기를 바라는 환자들의 요구에 의사들은 프로포폴의 용량을 증가시키고 싶은 유혹에 쉽게 빠진다.
또 이 약물은 중독성이 강해 여러 번 맞았던 사람들은 더 강한 용량으로 푹 재워주기를 원한다.
이 경우 뇌 속의 호흡중추까지 마비시켜 환자 스스로 호흡을 할 수 없게 되고 제때에 발견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 중국에서도 의료사고 중에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왕페이(王貝) 사건이 수년 전에 있었다. 한국판 슈퍼스타 K와 유사한 경연대회에서 우승해 잘나가던 아이돌 그룹 가수인 왕페이가 중국 우한(武漢)의 한 병원에서 엄마와 함께 사각턱 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 이후에 중국정부는 한참 동안 미용성형광고를 일체 금지시켰고 특히 안면윤곽 수술은 지금도 엄격하게 제한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의료사고가 날 때 우연히도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 해당병원과 상호협력관계를 체결하기 위해 방문했을 때 공교롭게도 사고가 난 것이었다.

먼저 엄마수술을 끝낸 원장은 한국에서 온 나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실무자를 소개시켜준 후 왕페이 수술을 위해 수술실로 향했다. 얼마 후 병원직원들의 안내와 환영 속에 진행되던 행사는 분주하게 오가는 외부인사들의 출입과 함께 차갑게 얼어붙었고 직원들의 표정은 점차 경직되어져 갔다.

지금도 안타깝게 생각되는 것은 당시 3미터 거리로 방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던 경험 많은 한국의사를 활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당황하는 수술집도의보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관장하는 의사가 더욱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은 의료계의 상식이다. 한편으로는 단순한 계약 차 온 것이므로 중국 행위면허가 없었던 나를 나름대로는 배려한 것이 아닐까 하고도 생각해 본다.

이번에 의료사고가 발생했던 C성형외과는 뇌사사건 못지않게 사무장병원이 아닐까하는 것이 또한 기사거리로 논쟁이 되었다. 해당병원에서는 부인했지만 외부자금이 들어와 경영에 관여하는 것을 사무장 병원이라고 하며 한국에서는 불법이다. 고도의 양심과 윤리의식 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의사들만 병원을 경영하되 환자를 상품으로 인식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진료하고 수술하라는 취지로 만든 국민적 배려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돈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의사를 고용하여 병원을 개설할 수 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미용성형수술도 점차 상품으로 변하였고 병원 역시 이익을 남기지 못하면 폐업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무리하게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대형 성형병원들은 막대한 홍보로 수집한 환자들을 고용한 젊은 의사들을 활용한 대리수술로 한국성형외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상담해준 의사와 수술하는 의사가 전혀 다른 대리수술은 특히 해외에서 온 환자들한테는 그 정도가 심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수술실에 알람 시계까지 비치해놓고 시간 내에 수술을 마치지 못하면 대리수술의사를 질책 하였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양질의 수술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인신매매를 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부끄러운 자화상이고 한없는 욕망에 희생된 환자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들 뿐이다.

<글 = 이정 자연미성형외과 이은정 원장 (성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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