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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속칼럼] 미궁속궁합 (3) 불임, 사실은... (마지막 이야기)

입력 2014.04.21 00:00
  • 황진철·그랜드비뇨의학과의원 전문의

# 세상에 ‘속궁합이 안 맞아 헤어진다.’는 말은 이제 없습니다. 속궁합, 서로의 배려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속궁합이 맞지 않아 헤어진다는 말보다는 서로에 대해 마음이 변했다는 것이 진실일 겁니다. 미궁 속에 빠진 속궁합.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 보겠습니다. 속궁합! 우리는 함께 만들어 갑니다!!

마지막 이야기, “불임, 사실은...”
부부가 처음 클리닉을 방문했을 때 난 놀라움을 멈출 수 없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많은 이들이 원할 완벽한 결합이랄까? 능력과 재력, 외모 그리고 그들의 유명세...

오히려 내가 침착하려 노력했다.

진료의 순간이지만 얼음장 같은 첫 분위기를 허물어뜨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화의 시작은 불임이었다. 부부 동시 상담을 마치고 곧 개별 상담으로 들어갔다.

갑자기... 부인은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간의 고민을 모두 토해내려는 듯했다. 문제는 불임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남편의 외도에 대한 불안은 이미 두려움의 선을 넘은 듯했다. (상담을 통해 단지 불안 증세 일뿐 남편의 외도 사실은 전혀 없었다.) 그 동안 너무나 완벽해 보이는 남편에게 다른 여자들이 접근하는 일이 많았고, 따라서 본인은 늘 불안했다고 한다. 그래서 부인은 매력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남편이 완전히 변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것은 분명히 다른 여자가 생긴 거라며... 남편을 되돌리기 위해 부인은 아이 갖기에 더욱 몰두하였다.

남편은 분명 클리닉에 오길 원치 않았다. 하지만 가족의 평화(?)를 위해 부인의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상담을 시작한 그의 고민은 뜻밖에 단순했다. 여러 가지 장황한 말들이 오갔지만 결론은 조루였다. 거기에 혹시나 부인이 자신의 빠른 사정을 못 마땅히 여겨 혹시 자신을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내적 갈등을 심하게 겪고 있었다. 부인의 막강한 재력 앞에 그는 순한 양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고민이 깊어질수록 그는 부인과의 시간을 더욱 피하려고만 했다. 그리고 본인이 조루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본인의 완벽함을 유지하기 위해, 아니 본인의 결점(?)을 어떻게든 감추기 위해, 부인에게 자위를 강요하고 오럴섹스에 더욱 탐닉하게 된 것이다.

이 부부... 각자 다른 두려움 속에 있으나 분명히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세찬 바람이 부는 절벽 위에 서로 손만 잡고 마주선 위태로운 모습이랄까? 그래도 위태롭지만 다행히 서로를 위해 손을 꽉 붙잡고 있으니...

난 사랑의 본질만을 담담히 들려주었다. 그리고 둘에게 부부로서의 대화법(성적 대화법을 포함하여)을 차분히 설명하였다.

동시에 남자의 조루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귀두 감각의 예민도가 정상임을 확인한 후 다폭세틴 성분의 약(상품명 프릴리지)을 우선 처방하였다. 물론 행동요법도 함께.


진료실에서 많은 환자를 경험하다보면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할 경우가 많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조심스럽게 그리고 배려하는 부부간의 대화는 기본 중에 기본이다.

이 부부... 서로의 성적 욕구를 분명히 말하고 서로의 사랑, 그리고 기쁨과 불안을 분명히 전달하였다면, 이런 가슴앓이와 고통은 아마도 없었을 거다.
하지만 이제서라도 부부가 함께 클리닉을 찾을 것은 충분히 칭찬 할만하다.

침대에 누워 웃고 있는 남녀침대에 누워 웃고 있는 남녀

몇 차례 클리닉을 방문 한 후, 현저히 느껴지는 부부의 환한 얼굴이 마치 화사한 봄볕을 많이 닮았다. 나 또한 절로 동화되어 둘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모든 이에게 사랑의 시작은 한결같다. (물론 요즘은 부비부비 댄스와 같은 강렬한 육체적 접촉으로 사랑을 시작하는 이들도 많지만) 우선 둘이 마주보고 앉아, 나 스스로를 그리고 상대를 얘기한다.

성치료의 시작도 이를 똑 닮았다.

우리는 서로를 알아 갈수록 처음의 모습처럼 얘기를 하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모든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자~ 우리 이제!! 사랑한다면 그리고 서로를 더 강렬히 사랑하고 싶다면, 처음의 우리처럼 마주보고 사소한 것부터 얘기하고 또 얘기하자.

이 사연에서 속궁합을 논할 수 있을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 속궁합은 운명적인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마음만 굳건하다면 속궁합은 서로 알아가고 맞춰가는 삶의 부분이고 작고도 큰 기쁨인 것이다.

이 부부의 속궁합은 세상 그 어떤 부부보다도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이 부부의 변함없는 굳건한 사랑을 응원한다.

<글 = 임비뇨기과의원 황진철 부원장 (비뇨기과 전문의), 의학PD>

[미궁속궁합 연재]

(1) 불임, 사실은... 그녀는...

(2) 불임, 사실은... 그는...

(3) 불임, 사실은... (마지막 이야기)

# 본 칼럼은 미궁속(미치도록 궁금한 속이야기) 연재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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