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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피임약’이 아니라 ‘응급피임약’

입력 2014.04.16 10:40
  • 박혜선·하이닥 건강의학기자

응급실을 배경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앳돼 보이는 젊은 남녀가 쭈뼛쭈뼛 하며 응급실에 나타난다. 주인공인 인턴들은 ‘아, 사후 피임약이요?’하며, 여기에는 없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 사람들은 산부인과 전문의들만은 아닐 것이다. ‘드라마니까 그럴 수 있지’ 하면서도 ’사후피임약이 아니라 응급피임약이라고 얘기하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피임 없는 성관계 후 임신을 방지하기 위해 처방을 받아 복용하는 피임약은 응급피임약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사후피임약이라고 부를 경우, 피임약의 한 종류로 성관계 후 먹는 피임방법으로 일상적으로 쓰여도 무방한 피임법의 한 종류로 오해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언론 등에서도 사후피임약이란 용어를 일상적으로 쓰는 것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고민하는 여자고민하는 여자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피임생리연구회 이예경 위원은 “응급피임약에 대해, 복용 시점에 따라 피임 효과가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약 85%의 피임 성공률을 보이므로, 그다지 신뢰할만한 피임법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반복해 복용할 경우에는 호르몬에 내성이 생겨 피임효과가 더 감소될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또한 응급 피임약은 먹는 피임약의 약 10배에 달하는 고용량의 호르몬을 함유하고 있어 복용 시 메스꺼움이나 구토, 두통, 피로 및 불규칙한 출혈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응급피임약은 반드시 필요할 경우에만 한해 산부인과 전문의로부터 처방을 받아 복용해야 한다. 이예경 위원은 “처방전을 발급 받는 과정에서 응급피임약의 정확한 복약지도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문의로부터 이후 지속적으로 실천 가능한 계획적인 피임법에 대한 상담까지도 함께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여성 건강에 큰 유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안전한 피임을 미리 준비할 수 있을까? 남성이 콘돔 등으로 피임을 한다면, 여성은 정해진 시간에 매일 복용하면 99% 이상의 피임성공률을 보이는 먹는 피임약 등으로 피임을 실천해 이중으로 피임을 하면 보다 안전한 성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먹는 피임약을 복용할 때는 생리 첫날부터 복용을 시작해 매일 정해진 시간에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 달치 약을 복용한 후 복용을 쉬는 휴약기 중에 생리가 시작되며, 생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더라도 약의 종류에 따라 4~7일로 정해진 휴약 기간이 지나면 새 포장의 약을 복용 시작하는 것이 피임약을 복용하는 올바른 방법이다. 그러나 당장 피임이 필요한데 이미 생리 시작 후 3~4일 이상 지나버린 경우라면, 지금부터 피임약 복용을 시작하되 첫 2주 정도는 콘돔 등의 다른 피임방법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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