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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속칼럼] 미궁속궁합 (2) 불임, 사실은...

입력 2014.04.04 00:00
  • 황진철·그랜드비뇨의학과의원 전문의

# 세상에 ‘속궁합이 안 맞아 헤어진다.’는 말은 이제 없습니다. 속궁합, 서로의 배려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속궁합이 맞지 않아 헤어진다는 말보다는 서로에 대해 마음이 변했다는 것이 진실일 겁니다. 미궁 속에 빠진 속궁합.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 보겠습니다. 속궁합! 우리는 함께 만들어 갑니다!!

두 번째 이야기, “불임, 사실은...”
그는...

난 쉽게 말해 개천에서 용이 난 케이스다. 참 처절히도 가난했다. 뭐라고 표현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우리 집에서 믿을 수 있는 건 나 자신이었다. 성공하고 싶었다. 그래서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참! 그래도 부모님은 내게 한 가지는 주셨다. 반듯한 외모. 내가 생각해도 외모 하나는 괜찮다. 하지만 난 가난하다. 몸도 마음도...

그녀를 처음 만난 날, 표현하기 어려운 황홀함에 넋을 잃을 정도였다. 아름다웠다. 거기에 그녀는 완벽한 배경을 갖고 있다. ‘아~ 내가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에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녀를 잡으리라!! 우리는 뜨겁게 사랑했고 8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모든 게 순조로웠다. 그녀에게 난 완벽한 남편이다. 아니 그녀 앞에선 늘 완벽한 나이고 싶다. 물론 그녀 또한 내게는 완벽한 여인이다.

난처해하는 남성과 그를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 여성난처해하는 남성과 그를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 여성

그런데, 일 때문일까? 어느 순간 이상하다. 건강에 이상이 온 걸까? 그녀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섹스가 두렵다. 내가 원하는 대로 그녀를 사랑하고, 섹스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그녀를 보면 흥분이 된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사정을 해버린다. 조절이 어렵다. 그녀는 마냥 어리광을 부리며 내게 달려든다. 나의 완벽함이 그녀에게 무너지는 순간이다. 난 서서히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속된 표현으로 밤이 그리고 그녀가 무섭다. 그리고 그녀의 헌신적인 사랑이 점점 마음의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괴롭다. 그녀는 오늘도 나를 채근한다. 내가 어떠냐며, 싫어졌냐며 혹시 다른 여자가 생긴 게 아니냐며 계속 추궁이다. 난 할 말이 없다. 서재에 혼자 앉아 그녀가 잠들기 만을 기다린다.

그런데 삽입이 아니면 괜찮다. 어느 정도는 견딜 수 있고, 그녀와 로맨틱한 감정을 공유할 수도 있다. 나는 그녀가 해주는 오럴섹스가 차라리 편하다. 그리고 나 또한 입술, 손, 온몸과 마음으로 그녀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다 용기를 내어 천천히 삽입을 시도해 본다. 여지없다. 급히 사정을 한다. 난 또 좌절하고 만다.

그녀가 조심스레 내게 묻는다. 그리고 병원을 찾아보자고 한다. 어렵게 말을 꺼낸 듯하다. 나도 그래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지르고 말았다.

수치심일까? 아니면 두려움일까?

그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분명 그녀를 원하고 여전히 사랑한다. 그녀 또한 나와 같을 거라 그렇게 믿고 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녀는 지금 거실에서 TV를 보며 웃고 있는 듯하다. 난 서재에 갇혀 혼자 울고 있다. 눈으로가 아닌 마음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울고 있다. 난 어떻게 이 방에서 나갈 수 있을까?

<글 = 임비뇨기과의원 황진철 부원장 (비뇨기과 전문의), 의학PD>

[미궁속궁합 연재]

(1) 불임, 사실은... 그녀는...

(2) 불임, 사실은... 그는...

(3) 불임, 사실은... (마지막 이야기)

# 본 칼럼은 미궁속(미치도록 궁금한 속이야기) 연재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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