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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속칼럼] 미궁속궁합 (1) 불임, 사실은...

입력 2014.03.27 00:00
  • 황진철·그랜드비뇨의학과의원 전문의

# 세상에 ‘속궁합이 안 맞아 헤어진다.’는 말은 이제 없습니다. 속궁합, 서로의 배려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속궁합이 맞지 않아 헤어진다는 말보다는 서로에 대해 마음이 변했다는 것이 진실일 겁니다. 미궁 속에 빠진 속궁합.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 보겠습니다. 속궁합! 우리는 함께 만들어 갑니다!!

첫 번째 이야기, “불임, 사실은...”

그녀는...

난 그를 보는 순간 내 남자이기를 바랬다.

2010년 여름,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난 그는 너무나도 완벽했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탄탄한 몸 그리고 변호사라는 직업까지.. 8개월간의 열애 끝에 2011년 봄 빛 화사한 날, 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5월의 신부가 되었다.

2014년 1월, 그는 오늘도 피곤하다. 물론 그의 바쁜 생활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건 아닌 듯하다. 남편을 돌려 세웠다. 그리고 물었다. 그는 역시나 짜증을 내며 한탄 섞인 한숨만 남기고 서재의 문을 닫아 버린다. 내 맘도 서재의 문과 같다. 닫혔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생긴 건 아닐까? 불안하다. 오늘도 TV 리모컨만 부여잡고 초조하고 답답한 마음을 공허한 개그 프로에 맡기고 있다. 잠이 드는 순간까지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침대에 있는 남녀침대에 있는 남녀

그래도 우리는 한 침대를 사용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스스로를 위로하고 또 위로해본다. 내가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심란하다. 그러다 곧 잠이 든다.

우리는 아기가 없다. 피임을 하지 않고 섹스를 한지도 일 년여. 의학적 정의로는 분명 불임 부부다. 하지만 내용은 다른 불임 부부와는 완전 다르다. 우리는 참 드물게 섹스를 한다. 설령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하더라도 그는 오럴 섹스 또는 서로 마스터베이션을 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아니 탐닉한다.

물론 처음부터는 아니었다. 열애 기간 그리고 신혼 초 우리는 그 어떤 커플보다 뜨거웠고 아름다운 사랑을 나눴다. 하지만 결혼 한지 반년쯤 지났을까? 난 문득 그가 조급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확한 설명을 하기는 어렵지만 예전과는 분명 다른 그 어떤 느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의 에로틱 또는 로맨스를 설득하며 남편의 판타지는 시작되었다.

난 그의 말이면 모두 따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는 삽입 없는 섹스가 시작되었다. 나는 그 이후 오르가즘을 느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의 만족스런 미소에 나는 행복했다. 아니 행복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점점 그의 집착이 더해 가면 더해 갈수록 나의 불안은 걷잡을 수없이 커져만 갔다.

그러다 혹 삽입 섹스를 한다 하더라도 그는 삽입과 동시에 사정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임을 하지 않고 섹스를 했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삽입이 없으니 아기가 생길 리가 만무하다. 당연히 불임일 수밖에..

나에겐 완벽하고 멋있기만 했던 그인데, 어느 순간부터 삽입 섹스를 피하고, “배려한다, 사랑한다.” 말하며 오럴 섹스 또는 자위만을 강요하고 있다. 한 침대 위에서 우리는 그렇게 사랑을 확인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멀게 하는 서재의 단단한 문 앞에 난 외롭게 서있다.

나는 분명 그를 원하고 여전히 사랑한다. 그렇게 믿는다. 내가 변한 걸까? 아님 그의 마음이 변한 걸까?

그는...

<글 = 임비뇨기과의원 황진철 부원장 (비뇨기과 전문의), 의학PD>

[미궁속궁합 연재]

(1) 불임, 사실은... 그녀는...

(2) 불임, 사실은... 그는...

(3) 불임, 사실은... (마지막 이야기)

# 본 칼럼은 미궁속(미치도록 궁금한 속이야기) 연재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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