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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한번 씌운 치아 보철물, 평생 가는 것은 아니다

입력 2014.02.26 00:00
  • 김인수·임플란피아치과의원 의사

치과 치료에 있어서 보철치료는 잇몸질환과 치아교정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이 행해지는 치료 중의 하나이다. 충치가 광범위한 치아, 신경치료를 한 치아, 사고로 인하여 부러지거나 깨진 치아, 심미적으로 보기 좋지 않은 치아 등 흔히들 말하는 씌우는 치료(크라운)가 이에 해당된다.

이런 보철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보철물의 수명은 얼마나 되는지’이다. 그러나 질문자의 기대와는 달리 속 시원히 답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개인마다 관리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보철수명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그 평균을 내는 것 자체가 무리고 명확한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통계는 치아 하나의 보철물은 약 10년 정도, 치아 하나가 상실되어 3개 치아로 연결된 브릿지의 경우 7.5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치아 치료 받는 여자치아 치료 받는 여자

대부분의 환자들은 여러 번의 치료 과정 끝에 보철치료를 마치고 나면 후련한 마음으로 치과를 나서며 “일단 한번 씌워놓았으니 반영구적, 아니 영구적으로 사용하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는 않다.

우리가 자동차를 사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조금 이해가 빠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새 차를 사서 수시로 차 외부도 닦고 내부 부속도 점검하며 관리하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차에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점검 한번 안 하고 주행만 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같은 자동차라 할지라도 주행 거리가 다르듯 치아도 단단한 음식을 얼마나 자주 먹느냐에 따라 보철물의 수명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자동차의 수명이 차를 운전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치아 보철물도 구강검진과 정기적인 관리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서 보철물 수명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치아에 여러 방향의 강한 힘과 넓은 범위의 온도변화 등 다양한 자극들이 지속된다면 아무리 단단한 보철이라도 버티기가 어렵다. 치료 받은 보철물이 수명을 다하는 경우는 여러 가지 현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씌운 치아 보철물 안의 나머지 치아 부위가 부러지거나 보철물 자체가 닳거나 깨질 수도 있고, 혹은 보철물 속 치아가 다시 썩을 수도 있다. 처음에는 보철물과 잇몸경계부위에 틈이 없도록 잘 맞춰서 제작하지만 치주질환이나 자연스런 노화 현상으로 인해 잇몸이 퇴축되면 그렇게 생긴 틈 사이로 음식물 잔사(찌꺼기)들이 저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이런 잔사물들이 제대로 제거하지 않는다면 그 부분의 치아에는 충치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보철물이 오래되어 구멍이 생겼다거나 변형이 온 경우에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보철물을 씌운 치아가 신경치료를 한 치아라면, 속에 남아있는 치아가 많이 썩어 거의 삭아 없어지는 지경에 이르러도 자각증상이 없다. 온도 자극이나 통증을 느낄 수 있는 치아 신경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증이 없으니 아무 문제가 없겠거니 하고 그대로 방치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오히려 관리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치아는 자연치아보다 보철치아일 수 있다. 실제로 방사선 사진상 의심스러워 환자에게 교체를 권유해 기존 보철물을 제거해 보면 이미 속에 있는 치아의 상태가 심각한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겉보기에는 멀쩡하고 통증이 없다 하더라도 이미 안에서는 문제가 생긴지 오래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철치료를 한 치아를 잘 관리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1. 치실이나 치간 칫솔 같은 구강 보조용품 사용을 병행한 올바른 칫솔질과 정기 검진으로 보철물 속 치아가 안전한지, 또 문제가 보이면 심해지기 전 재치료를 받아 최악의 경우가 되는 발치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2. 평소에 딱딱하고 질긴 음식을 즐겨 먹는다면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다. 딱딱하고 질긴 음식을 자주 먹다 보면 보철물에 무리한 힘이 가고 그로 인해 보철물이 파절된다면 그 역시 교체의 적응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철치료를 한 치아는 내 자연 치아를 건강하게 보존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으나 관리를 잘못하게 되면 오히려 더 큰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 정기검진으로 조기에 문제를 발견한다면 보철물을 교체하는 선에서 끝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시기를 놓쳐 발치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보철치료를 한 치아를 천하무적으로 여기며 간과할 것이 아니라, 내 치아가 새로이 생겼으니 앞으로는 소중하게 관리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할 것이다.

<글 = 임플란티아치과 김인수 원장 (치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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