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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잘해도 생기는 충치, 충치도 유전은 아닐까?

입력 2014.01.22 00:00
  • 김인수·임플란피아치과의원 의사

충치 치료를 위해 치과에 내원하는 분 중에는 “저희 부모님도 치아가 안 좋으신데 충치도 유전인가요?” 혹은 “저는 체질적으로 충치가 잘 생기나 봅니다. 하루 세 번 양치질은 꼭 하는데...” 라며 억울해하는 분들을 종종 보게 된다.

물론 어떤 사람은 양치질을 대충 소홀히 해도 끄떡없는 반면 또 어떤 사람은 올바른 양치습관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충치가 자주 생기기도 한다. 이것은 유전성 여부와는 별개로 충치가 잘 생길 수 있는 기질적인 요소와 본인의 관리에 따른 환경적인 요소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의 관리란 개인차가 있어 정기적인 스케일링을 하는지 안 하는지의 여부와 꼼꼼하고 규칙적인 양치 습관을 갖고 있는가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구강 내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충치가 잘 발생할 수밖에 없는 기질적인 요소는 있다.

그렇다면 어떤 조건들이 충치가 잘 생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 치아의 씹는 면에 생긴 골이 깊고 좁은 경우

치아의 모양을 자세히 보면 치아의 외형은 구강 내에서 수행하는 기능이나 역할에 따라 부위별로 모두 다르다. 어금니에는 음식물들을 씹고 갈기 위한 '교두'가 존재한다. 이 교두들은 편평한 모양이 아니라 위로 볼록하게 올라와 있기 때문에 여러 개의 교두가 씹는 면에 골짜기와 같은 모양을 형성한다. 생긴 골이 깊고 좁을 경우 음식물이 잘 끼고 제거되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 충치가 생기기 쉽다. 특히 초콜릿이나 캐러멜, 사탕, 젤리 등 끈적거리는 음식은 치아에 잘 달라붙어 제거가 어려워 충치가 잘 발생될 수 있다.

특히 만 6세 무렵에는 유치 어금니 맨 끝쪽으로 어금니가 올라온다. 이를 6세 구치라 하는데 제일 먼저 생기게 되는 영구치(어금니)이자 음식물 저작에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치아이기도 하다.

양치질하는 모습양치질하는 모습

간혹 어린 나이에 나오는 치아이다 보니 유치로 착각하기 쉬우나 제일 일찍 맹출하는 치아이며 평생 제일 오래 사용해야 할 치아이기도 해서 특히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따라서 학령 전 시기에 반드시 치과에 내원해 검진을 받아 치아의 씹는 면이 맹출 했다면 치아 홈 메우기(실란트)를 하는 것이 충치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실란트란 치아 씹는 면의 골이 깊고 좁은 골짜기 부분을 치아와 색이 비슷한 재료로 메워주어 음식물이 저류되는 것을 막아 충치를 예방하는 목적을 가진 치료이다. 우리가 평생을 써야 할 영구치들은 구강 관리가 소홀할 수 있는 어린 나이에 올라오기 때문에 맹출 하자마자 이와 같은 치료를 통해 충치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큰 어금니 8개에 한해서는 실란트가 보험 급여 비용으로 받을 수 있어서 효과에서뿐 아니라 비용 면에서도 큰 부담 없이 충치 예방을 할 수 있다.

◆ 침 분비량이 적거나 점도가 높은 경우

타액은 음식물을 부드럽게 하고 삼키는 운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저작 시에는 많은 양의 타액이 분비됨으로써 치아 면에 음식물 찌꺼기가 잘 달라붙지 않게 하고, 산성이나 알칼리성과 같은 화학적 자극을 중화시키거나 완충시킨다. 구강 내 이물질을 제거하고 바이러스와 세균감염을 막아주는 면역 기능을 담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타액의 분비가 원활하지 않거나 분비량이 적은 경우, 또 타액이 맑지 않고 걸쭉하거나 점도가 높다면 이러한 자정작용도 활발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증상이 심해지면 침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병원균에 대한 항균작용이 약화되어 충치, 플라그 형성, 치은염 등의 증상으로부터 치주질환까지도 유발할 수 있다.

◆ 치아가 충치균에 대한 저항능력이 낮은 경우

치아는 대부분 단단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어 우리 인체 조직 중 뼈와 같은 정도로 단단하나, 치아의 표면을 이루고 있는 법랑질이 유전적 또는 선천적으로 형성이 불완전하다면 그렇지 않은 치아보다 훨씬 충치균에 대한 저항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치과에 내원해 꾸준한 구강검진을 받아 그때마다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밖에도 구강 내에 세균이 많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세균에 대한 면역력이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 등 여러 가지 조건의 차이는 다양하다. 하지만 이런 개인차에 의한 충치 유발 요인들이 충치를 발생시키는 데 있어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평소에 올바른 칫솔질로 청결한 구강 상태를 유지한다면 건강한 치아관리가 충분히 가능하다. 따라서 충치의 원인을 선천적인 체질이나 유전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이런 조건을 가진 사람들일수록 정기적인 치과 검진과 조기 치료로 본인의 구강 관리에 힘써야 할 것이다.

<글 = 임플란티아치과 김인수 원장 (치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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