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닥

유명 연예인 이수근, 탁재훈, 토니안 등이 불법 도박 혐의로 소환 조사가 진행됐다는 언론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프리미어리그 같은 해외 스포츠 경기를 대상으로 예상 승리팀을 골라 한 번에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배팅을 하는 일명 ‘맞대기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사건에 있어 유독 눈에 띄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불법 도박 혐의자들이 유독 30, 40대 중년 남성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 도박 중독은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

2011년 보건복지부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의 전체 유병률은 1%였으며, 20~30대 남성 중 무직자나 아르바이트 종사자에서 특히 많이 나타났다. 그런데 이 1%가운데 ‘인터넷 도박 중독’의 경우 대부분이 40~50대 중년 남성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중년 남성이 도박에 손 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인해 언제 어디서나 도박이 가능해져 서서히 스마트폰이 손에 익게 된 중년 남성에게 큰 유혹으로 다가오고 있다.

◆ 여자는 채팅, 남자는 게임

최근에는 중년 남성들도 지하철이나 버스 안 또는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게임은 상하좌우로 장애물을 피하거나 총을 쏘는 형태의 아케이드 게임이나 퍼즐이 대부분이다.

이런 유형의 게임은 꾸준히 흥미를 유발하는 고난이도 게임이라기보다는 잠시 생각을 접고 몰입할 수 있는 단순한 게임이다. 경제적 문제, 가족 문제, 직장 문제 등으로 스트레스에 항상 노출돼 있는 중년 남성들에게는 큰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재미있어서라기보다 잠시 복잡한 생각에서 빠져 나오는 수단으로 접했다가 중독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쉬지 못하고 끊임없이 무엇인가 집중할 곳을 찾는 행태가 습관이 되어버리면 성인 ADHD가 생기기 쉽다. 우리나라 성인의 2~4% 정도가 ADHD로 추정되며 대부분은 병인 줄도 모르고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다가 충동조절장애나 조울증으로 잘못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 성인 ADHD 자가 진단법
※ 4개 항목 이상 해당되면 성인 ADHD를 의심하라

1. 어떤 일을 할 때, 대부분 끝내 놓고도 마무리를 짓지 못해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
2. 체계가 필요한 일을 해야 할 때 순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3. 약속, 해야 할 일을 잊어버려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
4. 골치 아픈 일은 피하거나 미루는 경우가 있다.
5. 오래 앉아 있을 때 손을 만지작거리거나 발을 꼼지락거리는 경우가 있다.
6. 마치 모터가 달린 것처럼 과도하게, 혹은 멈출 수 없이 활동하는 경우가 있다.

◆ 중독은 수명을 단축하는 직접적인 원인이다

중년 남성은 대부분 직장 내에서 어느 정도 높은 지위에 있다. 이 때문에 어렵고 복잡한 일을 처리하느라 뇌를 끊임 없이 사용하고 있으며, 항상 피곤하고 긴장돼 있다.
그런데 잠시 쉬는 시간이 생겼다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뇌가 쉬어야 할 시간에 더 혹사 당해 계속 피로한 채로 있게 되게 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결과적으로 수명을 단축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 느리게 사는 지혜가 필요한 중년 남성에게 드리는 당부

첫째, 과로하지 말자.
너무 많은 일은 자꾸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해방감을 갈구하게 만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습관을 고치자.
쉴 때마다 스마트폰을 잡게 된다면 다른 할 일을 만들자. 심호흡하기나 5분 명상 같은 ‘뇌가 쉴 수 있는 좋은 생활습관’을 만들자.

셋째, 나만의 시간을 가지자.
잠시 스마트폰을 끄고 규칙적으로 뇌가 쉴 수 있도록 하자. 가벼운 운동도 좋고 산책도 좋다.

넷째,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자.
수시로 정신건강을 체크해 보고 문제가 있다면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글 = 을지대학교 중독재활복지학과 이재원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