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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막염 달고 사는 아이, 혹시 유전병?

입력 2013.10.28 13:56
  • 박혜선·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자영업자인 A씨(30세, 남)는 8년 전 안과에서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동형접합자’라는 질환을 진단 받았다. 4세 경부터 각막염을 달고 살아 안과와 소아과를 자주 드나들었으나 원인을 알 수 없었으며, 각막염을 앓을 때마다 시력도 조금씩 저하됐다. 당시에는 혼탁의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해 특별한 관리를 해주지 못했다. 지난 해 왼쪽 각막이 흰 점으로 덮여 레이저 각막절삭수술을 받았다.

부모에게 모든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동형접합자는 어릴 때부터 각막 혼탁이 진행되므로 상처로부터 눈을 보호하고 자외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부모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나이가 어려 혼탁이 발생하면 시력 저하 등을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이가 습관적으로 눈을 자주 비벼 각막염 등에 쉽게 걸릴 수 있다. 각막염 등으로 인한 각막손상은 아벨리노 환자에게 급격한 시력 저하를 불러올 수 있으므로 소아과나 안과 등을 찾아 조기에 유전자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 동형접합자는 3세 경부터 흰 점 빨리 진행돼

눈을 비비는 여자아이눈을 비비는 여자아이

인간의 염색체는 상염색체 22쌍과 성염색체 한쌍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유전자는 쌍으로 존재하며 하나는 어머니, 다른 하나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는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을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는 TGFBI(Transforming growth factor, beta-induced)로 각막에 상처가 생기면 치유되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단백질 침착이 일어나 흰 점이 생긴다.

한 쌍의 유전자 중 하나만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유전자를 물려받는 이형접합자는 약 12세부터 각막에 흰 점이 생기기 시작해 60~70세 경에는 시력이 떨어지게 된다. 만약 20~30대에 라식∙라섹 등 시력교정술을 받게 되면 각막혼탁이 급격히 진행되어 단시간에 시력이 저하되기도 한다. 이형접합자와 달리 한쌍의 유전자 모두가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유전자로 이루어진 동형접합자는 약 3세경부터 증상이 발현되어 6세 경에는 급격한 시력저하에 이르게 된다. 동형접합자는 질환이 일어나는 시기가 빠르고 급격하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관리해주는 것이 필수다.

◆ 검진 통해 조속히 질환 발견하는 것이 최선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의 치료법은 현재까지 없기 때문에 흰 점의 정도에 따라 각막이식, 혼탁제거술(레이저각막절삭수술) 등으로 시력을 유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개인에 따라 흰 점이 다시 생기는 시기도 다르고 영구적이지 않기 때문에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최선이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유전자 검사(AGDS; Avellino GENE Detection System)가 이용된다. 소아과, 산부인과, 안과 등에서 구강세포를 채취해 검사한다. 면봉으로 구강을 몇 차례 긁기 때문에 통증이나 출혈이 전혀 없어 어린 아이들도 쉽게 검사 받을 수 있다. 결과는 약 2시간 경과 후 나온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각막의 상처가 증상의 발현과 연관된 만큼 평소 눈을 비비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각막에 자외선이 과다 노출되면 단백질 변형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외출 시 반드시 자외선 차단 지수가 높은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한다. 평소 콘택트렌즈보다는 안경 착용이 비교적 안전하다. 콘택트렌즈는 각막의 수분을 부족하게 하며, 산소 공급을 떨어뜨려 각막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인천 부평성모안과 이승원 원장은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조기 검진을 통해 꾸준히 관리하고 노력하면 흰 점의 발현을 늦출 수 있다”며 “지나치게 걱정하고 신경 쓴다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므로 질환에 대해 잘 이해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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