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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한 퇴행성 관절염

입력 2013.07.05 00:00
  • 고용준·한의사

무엇이든지 많이 사용하고 자주 쓰면 낡고 닳는다. 심지어 쇠로 만들어진 기계조차도 아무리 관리를 잘하고 기름칠을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고 오랫동안 사용하게 되면 닳고 고장이 나기 마련이다. 우리 몸속의 관절도 마찬가지다. 연골과 인대, 건 등으로 이루어진 관절은 평생 우리가 걷고 앉고 일하는 등의 몸을 움직이는 모든 동작에 사용된다.

관절염관절염

삶을 마치고 활동이 정지하는 그 순간까지 사용해야 하는 관절이지만 평상시 관리를 잘해주지 않는다면 이 역시 닳기 마련이다. 이렇게 해서 나타나는 병변이 바로 퇴행성관절염이라 할 수 있다.

퇴행성관절염은 관절을 보호하고 있는 연골의 점진적인 손상이나 퇴행성 변화로 인해 관절을 이루는 뼈와 인대 등에 손상이 일어나 관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질환으로 통증과 함께 심할 경우 관절 주변 조직에 염증이 생기게 된다. 무릎, 어깨, 발목, 허리, 손목, 손가락 등 모든 관절에 발생할 수 있으며, 관절의 염증성 질환 중 가장 발병률이 높은 질환이다.

◆ 나이, 여성, 비만이 퇴행성 관절염의 원인

퇴행성관절염은 크게 그 원인을 명확하게 찾기 어려운 특발성 퇴행성관절염과 외상이나 질병, 기형 등의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속발성 퇴행성관절염으로 나눌 수 있다. 특발성 퇴행성관절염의 발병원인으로는 나이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이고, 그 밖에 성별, 유전적 요소, 비만, 특정 관절 부위 등을 꼽을 수 있다.

속발성 퇴행성관절염은 심한 충격이나 반복적인 외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65세 이상에서 68%의 발병률을 가지게 된다. 대부분 고령의 나이에 질환이 발생하고, 노화와 연관된 변화가 퇴행성관절염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이기는 하나 노화 자체가 원인인 것은 아니다.

또한, 55세 이하의 연령층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환자 비율이 비슷하지만 55세 이상의 연령층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의 발병률이 약 4배 정도 높다. 이는 여성의 근육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출산이라는 거대한 경험으로 인해 신체적인 조건이 남성에 비해 불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퇴행성관절염은 발병 부위별로도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 척추의 경우 직업적으로 반복되는 작업이나 생활습관이, 고관절의 경우 무혈성 괴사와 고관절의 기형이, 발목 관절의 경우 습관적인 발목 삠이 반복되거나 주변 인대의 손상이 가장 큰 원인이 된다.

퇴행성관절염이 시작되면 발병 부위에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관절을 사용할 때만 통증이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 증세가 악화되게 되면 약간만 움직여도 통증이 심해진다. 관절염이 진행돼 연골이 소실되면 움직일 때마다 마찰음이 생기고 관절운동에 제한을 받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염증이 심해지면 관절이 붓는 것은 물론 변형이 되기도 한다.

특히 무릎, 손가락, 고관절의 심한 염증은 경우에 따라 수술적인 치료가 요구될 만큼 심한 변형을 초래할 수 있다. 다만 류마티스 관절염처럼 2, 3년 이내에 급속도로 심한 변형이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며, 대개는 수년 또는 몇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본인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변형을 예방할 수 있다.

퇴행성관절염은 관절 연골의 퇴행성 변화로 발생하는 관절 부전이기 때문에 이를 완치시키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퇴행성관절염의 치료는 질병의 진행속도를 늦추는 것이 목표다. 퇴행성관절염은 염증성 변화 보다는 연골의 소실과 관절의 변형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연골의 변성이 더 진행되지 않도록 원인적 요인을 최대한 억제해 통증을 완화시키고 기능을 회복시키는데 치료의 목적을 두게 된다.

◆ 통증제어뿐 아니라 연골과 뼈를 강화시키는 한방치료가 효과적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행하는 약물치료나 관절 주사 등은 관절염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보다는 일시적인 통증의 제어와 악화의 방지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특히 급성 염증 시 사용되는 스테로이드 주사는 염증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오히려 주사로 인해 통증이 감춰져 환자들의 부주의로 관절의 파괴와 장애를 유발한다는 보고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수술적 치료 역시 관절의 변성이 심한 경우 한두 개 관절에 제한적으로 시행할 수 밖에 없으므로 완전한 치료법이 되지는 못한다. 또한, 관절염 환자의 대부분은 주변 조직의 인대와 근육이 약화되어 있기 때문에 약화된 근육 및 인대의 치료가 함께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통증의 완전한 제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퇴행성관절염을 노쇠에 따라 뼈를 강하게 하는 정기의 허손과 함께 풍한습 이라고 하는 주변 연부 조직을 약하게 하고 굳게 만드는 요인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보고 연골의 재생과 뼈를 강화시켜줄 수 있는 약재와 풍한습을 제거하는 약재로서 통증의 치료를 하게 된다. 특히 관절에 발생한 염증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강력한 소염작용과 진통작용을 가지고 있는 봉침요법을 병행하기도 한다.

◆ 본인의 노력도 중요, 치료보다는 예방에 힘쓰도록

퇴행성관절염은 치료의 개념과 함께 관리라는 측면을 인지하고 환자 본인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한 통증의 제어뿐만이 아닌 생활 습관의 교정, 약물치료, 운동치료 등을 꾸준히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평소 수영이나 산책 등 관절에 부담을 적게 주면서도 관절을 단련시킬 수 있는 운동을 꾸준히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뿐만 아니라 비만은 퇴행성관절염의 최대의 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 식습관 조절과 운동으로 본인의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퇴행성관절염은 수년에 걸쳐 상당 기간의 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질환이 시작되기 전에 관절을 보호하고, 근육을 단련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 = 수완청연요양병원 고용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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