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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입력 2013.05.06 00:00
  • 민영일·내과 전문의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균이란 위의 유문(파이로리) 부위에 사는 나선(헬리코) 모양의 균(박터)을 말한다. 헬리코박터균은 전 세계 인구 반수 이상이 감염돼 있을 정도로 흔하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라 전 국민의 46.6%, 성인은 69.4%의 감염률을 보인다. 만성위염과 위암의 원인균으로 지목되고 있는 헬리코박터균의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자.

◆ 헬리코박터균, 키스를 통해서도 감염된다?

헬리코박터균은 대부분 아동기에 주로 일어나고, 그 감염경로는 가족 내 감염, 특히 어머니로부터 감염이 주된 경로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연구를 통해 가족 간 헬리코박터균의 일치도를 보았을 때 엄마와 자녀 간의 일치성은 56%로 높지만, 아빠와 자녀와는 일치된 경우가 거의 없고, 부부 사이의 일치율은 22%로 나타나 관계가 밀접할수록 감염이 잘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편 헬리코박터균은 구강으로 감염이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이 높으며 키스로 전염될 가능성이 있지만, 단 한 번의 키스만으로 감염될지는 확실치 않다.

◆ 헬리코박터균, 무조건 없애야 한다?

헬리코박터균은 만성위염과 위암 등의 원인균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는 헬리코박터균을 확실한 발암인자(class I carcinogen)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 100명 중 1~2명에서만 위암이 발생하며, 여러 연구에서도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한 후에도 위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 헬리코박터균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위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국내 관련 전문의들도 위암 예방의 차원에서 이 균을 치료할 것인가 하는 점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엄마아빠아이가족사진엄마아빠아이가족사진

서구에서는 소화불량증, 상복부의 불편한 감이 있으면 내시경을 하기 전에 헬리코박터균 치료를 권유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흔하고 또한 위암이 많은 상황에서 소화불량증이나 복부불편감이 있으면 내시경을 먼저 해서 정확한 원인을 살핀 다음에 의사와 상의하여 헬리코박터균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다만 만성위염이 있거나 위·십이지장 궤양 등을 앓은 경험이 있는 경우, 또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위암 수술 후 등에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는 치료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 헬리코박터균은 없애도 재발한다?

헬리코박터균은 우리 몸에 사는 일종의 세균이기 때문에 항생제를 먹으면 치료가 되며, 특이하게도 위산이 있어야 살 수 있는 균이기 때문에 위산억제제를 같이 먹으면 효과가 더욱 크다. 보통 항생제 2종류와 위산억제제 1종류를 포함해서 모두 3종류의 약을 7~14일 정도 먹으면 80% 정도의 제균율을 보인다.

최근 항생제 내성률이 높아지면서 헬리코박터균 치료를 받아도 균이 없어지지 않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이럴 때 2차 치료를 통해 균을 없앨 수 있다. 재발의 우려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성인은 균을 없애고 나면 1년 안에 재발할 우려가 2~3%로 낮은 편이다.

<글 =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 민영일(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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