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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길 열려

입력 2013.03.12 12:09
  • 강수현·의학전문기자 (RN)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에서 공통으로 관찰되는 뇌염증의 발생기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뇌조직에 존재하는 면역세포에서의 뇌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정체를 밝힘으로써 이들 단백질을 제어하는 방식의 뇌질환 치료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건국대 이승재 교수가 주도하고 김창연 박사(제1저자), 건국대 이혜진 교수, 포스텍 황대희 교수, 캘리포니아대 엘리에저 마슬리아 교수, 서울대 이성중 교수 등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도약연구)과 미래기반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고,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지 3월 6일 자에 게재되었다.

퇴행성_뇌질환퇴행성_뇌질환

최근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퇴행성 뇌질환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그 발병이나 진행 기전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부족하여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뇌염증 반응이나 단백질의 응집과 같은 병리 현상이 신경세포 사멸과 연결될 것이라는 이론적 배경에 따라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그 병리 현상의 발생기전은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에 이승재 교수 연구팀은 신경세포로부터 분비된 알파-시뉴클린(신경세포에서 발현되는 단백질)이 뇌조직의 면역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톨유사수용체2(병원체를 인식하여 포식 세포가 병원체를 제거하고 염증반응을 일으키도록 하는 수용체)의 신호전달체계를 활성화시켜 주변 신경세포로의 손상이 확장되어 염증반응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시스템생물학 기법을 활용하여 톨유사수용체2가 알파-시뉴클린의 수용체로서 미세아교세포의 활성화를 매개할 것이라는 가설을 수립하고 이를 실험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톨유사수용체2가 제거된 생쥐를 관찰했다.

그 결과 정상 생쥐와 달리 톨유사수용체2가 제거된 생쥐는 알파-시뉴클린 분비에도 불구하고 미세아교세포(뇌조직에 존재하는 유일한 면역세포)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그리고 염증성 사이토카인 등의 염증매개물질의 생산도 일어나지 않음을 관찰했다. 이를 통해 뇌염증반응에 톨유사수용체2가 필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아가 연구팀은 마치 자물쇠와 열쇠처럼 톨유사수용체2에 알파-시뉴클린이 직접 결합함을 확인하였다. 특히 단량체나 피브릴(퇴행성 뇌질환조직에서 발견되는 필라멘트 형태의 단백질 응집체) 형태가 아닌 베타-쉬트(단백질 이차구조 중 하나) 구조의 알파-시뉴클린 중합체만이 수용체에 결합하여 활성화시킴을 밝혔다.

어떤 형태의 단백질이 발병에 관여하는지는 퇴행성 뇌질환 기전 연구에서 주요한 문제로 이번 연구는 베타-쉬트 구조의 중합체가 병리적으로 중요한 단백질 형태일 가능성도 함께 제시한 것이다.

연구팀은 알파-시뉴클린이 단백질의 응집과 신경세포 사멸을 유도하고 주변의 성상교세포에서 염증반응을 유도하며 알파-시뉴클린의 효율적인 제거가 치료법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음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퇴행성 뇌질환에서 염증반응이 유도되는 새로운 기전을 제시하고, 이에 근거하여 질병의 진행을 차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연구결과는 기초연구 수준에서의 기전 제시이므로 치료법 개발을 위해서는 아직 기전의 확실한 검증 및 응용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추가 연구의 필요성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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