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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면 토하는 습관, 식도파열 부른다

입력 2013.01.08 00:00
  • 민영일·내과 전문의

술을 많이 마셨거나 속이 안 좋을 때, 식중독 등의 질환에 걸렸을 때 우리 몸에서는 구토 혹은 헛구역질이라는 증상으로 몸에 이상 신호를 보낸다. 구토는 해로운 물질을 제거시켜 우리 몸을 보호하는 하나의 자기방어 수단이라 할 수 있다.

구토는 우리 뇌의 연수에 있는 구토중추가 자극을 받으면 발생하게 되는데, 술이나 질환 등에 의해 자극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바로 칫솔이나 손가락 등을 입안 깊숙이 넣는 등의 인위적인 자극에 의해서 유발되는 구토다. 목젖을 포함한 식도의 전단계인 인두부를 자극하게 되면 미주신경이 자극되고, 이에 뇌의 구토중추가 흥분돼 구토를 하게 된다.

간혹 과음한 후 술을 깨기 위해, 혹은 다이어트를 위해 억지로 구토를 유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쩔 수 없는 경우 한 두 번씩 인위적인 구토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러한 구토가 습관적으로 반복되면 건강을 해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숙취숙취

구토로 가장 먼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식도 부위다. 먼저 구토가 반복되면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식도염이 생길 수 있다. 토하는 횟수가 잦을수록 위와 식도 사이의 괄약근이 느슨해져 위산이 더 잘 역류하는 환경이 조성되는데, 위와 달리 보호막이 없는 식도는 위에서 나온 위산에 의해 심하게 손상을 받는다.

한편, 위산이 식도를 지나 기도까지 넘어가면 만성 기침이 생기거나 목이 쉴 수 있고, 후두염, 천식 등이 유발되기도 한다. 식도가 오랜 시간 위산에 노출되는 경우에는 식도와 위 경계부위에서 식도조직이 위조직처럼 변하는 바렛식도도 발생할 수 있다. 바렛식도는 식도암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또 구토를 억지로 유도하면 자칫 위출혈을 일으키거나 기도 폐쇄가 발생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갑자기 많은 양을 한꺼번에 토하면 좁은 식도로 갑자기 많은 위 내용물이 몰리면서 식도 하부나 위의 상부 점막이 찢어질 수 있는데, 이때 피를 많이 흘리면 저혈량성 쇼크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를 ‘말로리 웨이즈 증후군(Mallory-Weiss Syndrom)’이라 한다.

구토가 습관으로 이어졌을 경우, 술이 과해 완전히 정신을 잃었을 때 자신도 모르게 토하게 될 수 있다.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토하게 되면 더욱 위험하다. 토한 음식물이 밖으로 배출돼야 하는데 기관지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흡인성 폐렴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인위적인 구토를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습관을 바로잡아 구토의 횟수를 줄여나가야 한다. 반면 자연적으로 나오는 구토가 잦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구토 자체만의 현상으로 질환을 진단할 수 없는데다, 추가적인 증상이나 징후도 함께 고려해 치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토에 대한 일반적인 대처방법은 먼저 입안과 구강을 청결하게 하고 자극적인 냄새, 기름진 음식이나 튀긴 음식, 짜고 매운 음식, 지나치게 달거나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는 것이다. 긴장이나 불안도 구역질과 구토를 자극할 수 있으므로 평소 과로를 피하고 적절히 안정을 취해야 한다.

< 글 = 비에비스나무병원 민영일 원장(내과 전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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