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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자가 어떻게 되면 배가 아플까? 복통에 관한 상식

입력 2012.10.10 00:00
  • 민영일·내과 전문의

창자가 몸 밖으로 쏟아진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할 것이다. 이런 현상은 교통 사고, 총상 등의 외상 사고에서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창자가 몸 밖으로 노출된 상황에서 창자를 만지면 감각이 있을까? 칼로 찌르면 통증이 느껴질까?

창자창자

창자는 겉에서 만져도 감각이 없다. 또, 칼로 베어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심한 통증을 느낀다.

1. 창자를 잡아당기거나 비틀 때
2. 창자에 공기를 넣어 부풀릴 때
3. 창자의 뿌리 부분이 조여서 피가 안 통하게 될 때

인체의 다른 장기들도 마찬가지다.
위장이나 장이 마비가 됐거나 막혀 그 상부가 늘어나게 되면 공기와 물이 고이면서 장이 부풀어 오르게 되고 이 때 통증이 생기게 된다. 단, 서서히 부풀어 오르면 적응이 돼서 통증을 별로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또, 창자는 항상 연동 운동과 분절 운동을 하고 있는데 이 운동이 강해져서 경련이 생기면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런 통증은 창자의 운동에 따라서 통증이 서서히 시작해서 최고조에 달하고 갑자기 통증이 없어졌다가 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창자가 막히는 경우에는 그 상부에 창자가 내용물을 아래로 내보내려고 강한 수축운동이 일어나게 되면서 통증이 생기게 된다.

복부의 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져서 창자에 피가 안 가거나 덜 가면 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심장 근육에 피가 덜 가면 심장에 심한 통증이 생기는 협심증이 생기는데, 창자에서도 이와 같은 기전으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탈장이 생기면 탈장이 된 부분에 피가 안 통해서 통증이 생기고 오래되면 그 부분이 썩게 된다.

위장에서 느끼는 통증은 다르다. 위에서는 위산이 위 조직 속으로 거꾸로 역류해 들어가서 위 점막을 손상시키고, 위 점막에 있는 통증 신경 말단을 자극해서 통증이 생긴다. 이 때문에 거의 모든 위장병은 산을 억제하는 약을 사용하면 증상이 좋아진다.

복통을호소하는어린이와진찰의사복통을호소하는어린이와진찰의사

또 배가 아픈 중요한 원인의 하나는 ▲복막의 염증이다. 복막에 염증이 생기면 바로 그 자리가 예민하게 아프고 손으로 누르거나 누른 손을 떼거나 하면 통증이 심해진다. 이것은 피부가 염증이 생기면 그 곳이 벌겋게 달아 오르고 붓고 아픈 것과 동일하다. 충수염에서 오른쪽 하복부가 아픈 것은 충수 염증이 복막에 퍼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뱃속의 장기가 아니고 다른 곳에 있는 장기의 통증을 복통으로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어린이에서 더 흔하다.
노인에서는 ▲심장의 통증이 배로 퍼질 수도 있고, ▲폐렴이나 ▲척추 통증 때문에 배가 아플 수도 있다. 이런 것을 참조통이라고 한다. 물론 뱃속이 아니라 뱃가죽에 병이 있을 때도 배가 아플 수 있다.

그 외에 복통의 원인으로 기능성 복통들이 있다. 이들은 과민대장, 기능성 소화불량 등이 있는데 검사에서는 이상은 없으나 통증은 있게 마련이다. 이런 것은 위장관이 통증 감각에 대해서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증상은 복통 하나라 해도 원인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해 복통 진단이 간혹 잘못됐다고 해도 너무 나무라기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글 =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 민영일(소화기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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