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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ADHD, 치료 없이 문제아 낙인, ‘얌전히 좀 있어봐’로 될 일 아니다

입력 2012.09.12 00:00
  • 고시환·고시환의원 전문의

초등학교를 입학한 아이의 부모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아이나 엄마, 아빠에게 좋은 시절은 다 갔네요.”

초등학교 저학년이야 좀 덜하겠지만, 3-4학년만 올라가도 학업에 대한 중압감을 보이고, 5-6학년이면 이미 반중학생으로서 생활을 하게 된다. 이미 초등학교부터 잠재적 수험생 생활을 하게 되는 아이들과 부모들을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주의력결핍이나 과잉행동장애, 학습장애가 될 것이다.
이런 장애들, 좋게 보면 활동적인 모습들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업에 지장을 준다하여 지적 받는 횟수가 늘어나고, 학업수행에 지장을 주게 된다.

주의력결핍이나 행동과잉을 보이는 아이들에게 매를 들고, 야단으로는 도움이 되지 못함에도 아이가 겉으로 보이는 소견만으로 아이를 대하다 보니 실제적 도움을 받아야 할 아이들이 오히려 문제아로, 낙오자가 되어 버리는 안타까움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폐렴으로 기침을 하는 아이에게 기침이 시끄러우니 하지 말라는 것과도 같다 할 것이다. 기침의 원인을 찾아 이를 해결하고 도와줘야 하는 환자에게 기침 소리가 시끄러움만을 지적할 경우 아이는 적응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어린이가장난감을들고앉아있는모습어린이가장난감을들고앉아있는모습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는 3%내외로 보고되었으나, 현재 적어도 15~20%정도의 아이들이 ADHD로 힘들어한다고 보고 있다.
ADHD는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성인들에서도 ADHD는 소아만큼 흔하나 관심대상에서 벗어나 있어서 진단률이 적다고는 한다.

이렇듯 ADHD가 늘어나는 이유는 유전적, 정신적, 심리적 소견도 있으나 그 보다 먹는 것과 환경에 더 영향을 받고 있다. 밀가루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환경호르몬인 중금속에 대한 노출도가 높아지는 것에 비례하여 ADHD환아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ADHD에 대한 진단이 더욱 어려운 것은 혈액검사나 방사선 검사 등을 통해 선을 긋듯이 진단이 내려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그 원인을 논하기보다 결과인 아이의 행동만을 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ADHD를 확진하기 위한 절대적 의료 검사는 없다.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기에 이에 대한 이해와 부모님들의 관찰이 요구되는 것이다. 무조건 정신력을 말하고 집중을 요구하기에 앞서 아이는 물론 성인에서도 학습이나 독서, 작업에 대한 집중의 어려움을 보인다면 한 번쯤 ADHD에 대한 고려를 해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마치,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정신력으로 사물을 보라고 하기에 앞서 안경 등을 통한 시력교정이 필요하듯이 ADHD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 DSM-IV 진단기준에 따른 ADHD 진단
각 유형에 있는 9가지 행동 중에서 적어도 6가지가 일치하는 경우 ADHD 진단대상이 된다.

(1) 주의력 결핍
1. 세밀한 작업을 하는 데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학교나 다른 곳의 활동에서 부주의한 실수를 한다.
2. 작업이나 놀이를 할 때에 지속적으로 집중하지 못한다.
3. 직접 앞에서 말을 해도 잘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4. 지시사항을 잘 따르지 않고, 숙제나 싫어하는 일은 끝내지 못할 때가 많다.
5. 주어진 일이나 활동을 조직화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낀다.
6. 정신적인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하는 활동(학교 수업이나 숙제 같은)을 피하거나 싫어하고, 하더라도 마지못해 겨우 하는 경우가 많다.
7. 어떤 활동이나 임무에 필요한 물품을 자주 잃어버린다(예; 장난감, 알림장, 연필, 책, 기타 도구들)
8.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금방 산만해진다.
9. 매일 해야 하는 일을 잊는 경우가 많다.

(2) 과잉행동/충동성
1. 자리에 앉아서 꼼지락거리거나 손발을 계속 움직인다.
2. 교실같이 지속적으로 앉아 있어야 하는 곳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3. 적절하지 못한 상황에서 뛰거나 기어 올라가곤 한다.
4. 조용히 하는 레저활동이나 놀이를 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낀다.
5. 자주 끊임없이 움직여서 마치 모터가 달린 것처럼 행동한다.
6. 말을 과도하게 많이 한다.
7.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불쑥 대답한다.
8. 자기 차례를 기다리기가 어렵다.
9. 다른 사람에게 참견하거나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 식생활(밀가루와 우유)와 ADHD의 연관성
1. 밀단백인 글루텐과 유단백인 카제인
정상적으로 단백질은 섭취후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소화흡수과정을 거쳐 생리적으로 이용된다. 글루텐과 카제인은 아미노산으로 완전분해되기 전의 펩타이드형식으로 흡수될 경우 그 분자구조가 마약과 유사하여 뇌에 자극하고 흥분을 초래하게 된다. 글루텐은 신경자극만이 아니라 면역계를 교란시켜 관절염이나 알레르기 등 다양한 소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2. 글루텐과 카제인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지 못하고 펩타이드 형태로 흡수되어 과잉행동 등을 초래할 뿐 아니라, 악순환으로서 건강에 손상을 받은 아이들이 이러한 글루텐과 카제인의 섭취를 계속할 경우 증상은 더 악화 되어 면역력이 감소되고 체내 중금속 등의 노폐물의 축적이 증폭된다.

3. ADHD나 자폐아에서 글루텐이나 카제인을 제한하는 식이요법이 필수적이지만, 밀과 유제품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들이어서 무조건 제한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글루텐은 밀가루, 쌀, 콩, 옥수수 등에 있고 카제인은 우유,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빵, 참치캔에서도 섭취될 수 있다.)

# ADHD의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결과적으로 보이는 아이의 소견을 중점으로 보는 것만이 아니라 그 원인적인 접근과 근본적 관리가 중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고시환성장클리닉 고시환 원장(하이닥 소셜의학기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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