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닥

거리를 걷다 보면 굽이 10cm 이상 되는 하이힐과 킬힐을 신은 여성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신발을 신으면 키가 커 보이고 다리가 길어 보이기 때문에, 젊은 여성들의 킬힐에 대한 사랑은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높은 굽의 신발을 즐겨 신으면 발가락, 발목, 무릎, 고관절, 허리에 영향을 주어서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아름다움은 잠시 접어두고, 높은 굽의 신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에 귀를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요?

높은 굽의 신발은 체중이 앞쪽으로 쏠리면서 발의 아치(arch)를 지탱하는 데 중요한 족저근막을 약화시켜 족저근막염을 일으키거나, 발의 정상적인 아치가 무너져서 평발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압력이 발 앞쪽으로 과다하게 쏠리다 보니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꺾여 휘어지는 무지외반증, 주로 3번째와 4번째 발가락 사이의 신경 조직이 변성을 일으켜서 찌릿거리거나 감각이 저하되는 모톤 신경종(Morton's neuroma)도 잘 발생합니다. 더불어 아킬레스 힘줄을 짧게 만들어서 뒤꿈치와 장단지에 통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런 아킬레스에 대한 영향은 무릎에 영향을 줘서 무릎관절의 연골이 약해지고 통증이 생기는 '연골연화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연골연화증이 나타나면 평소에는 괜찮지만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달리기를 할 때, 앉았다 일어날 때, 오래 서 있을 때와 같이 특정 자세에서 무릎의 전면부가 시큰거리거나 불편하며, 무릎이 움직일 때 '뚝뚝' 소리가 나는 등 젊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무릎 관절통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높은 굽의 신발은 척추와 골반에도 영향을 주게 되는데, 앞으로 쏠린 체중으로 인한 신체의 균형을 잡기 위해 상체가 평소보다 뒤로 젖혀져 허리는 들어가고, 엉덩이는 뒤로 빠지는 대신 배를 앞으로 내미는 자세를 유지하게 됩니다. 이런 자세가 오래 유지되다 보면 척추의 곡선이 변해 허리와 엉덩이의 근육이 약해져 척추전만증이 유발될 수 있고, 이 같은 체형변형은 만성 요통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한 아이템인 동시에 건강에는 나쁜 킬힐은 어떻게 신어야 할까요?

구두를 신고 난 후 발가락운동과 스트레칭을 반드시 해주어야 합니다. 특히, 발을 씻으면서 발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 신발을 선택할 때는 앞이 뾰족한 것 보다는 둥근 신발을 선택해 발가락의 변형을 덜 유발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직장인의 경우 출퇴근 시에는 높은 굽의 구두를 신더라도, 직장에서는 편한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하이힐과 킬힐의 올바른 착용법을 숙지해, 건강도 지키고 아름다움도 유지할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엘 재활의학과 내과의원 정재욱 원장(하이닥 소셜의학기자, 재활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