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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환자 Report] 근육은 안움직이는데 신경엔 문제 없다?

입력 2012.05.31 00:00
  • 김주현·HiDoc 전문의

얼마 전에 썼던 안면신경마비에 대한 글을 보고 한분이 찾아오셨습니다. 4년 전 안면신경마비가 와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고 1년 정도 치료를 받았지만 반응이 없어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지내다가 ‘신경이 회복될 때 눈을 감으면 입가가 씰룩거릴 수 있다’는 내용의 제 칼럼을 보고 내원하셨습니다.

환자의 상태는 입 주변 근육이 많이 뻗뻗해진 상태로, 입을 앞으로 쭉 내밀었을 때 우측 기능이 떨어져 움직임이 거의 관찰되지 않을 정도로 신경을 심하게 다친 듯 보였습니다.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먼저 신경 손상 정도를 확인하는 근전도검사를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과는 달리 회복되지 않아 보였던 신체부위의 신경들은 50~70%정도나 회복 된 상태였습니다. 기쁜 소식을 환자에게 전하며 신경이 살아있음에도 움직이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여자얼굴여자얼굴

“장기간 근육에 신경이 전달되지 않으면 신경에 의해 움직이는 근육이 위축됩니다. 따라서 신경이 살아나 신호를 보내도 움직이는 근육의 양이 상대적으로 너무 적어 움직임이 관찰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어 환자분은 초반엔 풍선도 열심히 불면서 노력했지만 회복이 느리자 점점 운동을 하지 않게 됐고 한의원에서 침만 열심히 맞았다며 꾸준히 노력하지 못한 자신을 후회하십니다.

아픈 사람들은 병원을 찾음과 동시에 치료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의사나 병원에게 맡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의사가 가진 전문적인 치료와 최신 의료장비도 중요하지만 성공적인 치료로 이끄는 가장 큰 힘은 바로 환자 본인의 정성과 의지 그리고 낫기 위해 노력하는 적극성입니다.

병을 낫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환자분들은 결국 상태가 호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병원을 자주 옮겨가며 치료받는 환자분들은 치료의 연속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치료가 더디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특히 신경이 손상된 경우 회복 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조급하게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근처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는 동안은 어느 정도 의사의 의견과 소견을 신뢰해야 합니다.

오늘 찾은 환자는 지금이라도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아서 다행이라며 꾸준히 운동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중간에 포기를 하거나 지쳐서 속도를 너무 늦추게 되면 결국엔 따라잡기 힘든 상태가 됩니다. 신경손상의 치료는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의 거북이처럼 꾸준히 달려가면 결승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치료에 임해야 합니다. 최근 줄기세포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기대를 걸어볼 만도 하지만 현재까진 획기적인 치료방법은 없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될 때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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