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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골로 얼굴윤곽 만들고… 성형외과 천사들이 이룬 또 하나의 기적

입력 2012.04.03 13:20
  • 이현주·의학전문기자

# 지난 3월 8일 밤 10시 고려대 안산병원 6번 수술실에서는 “와”하는 탄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10시간에 걸친 박경진(21세) 환자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무사히 끝난 것이다. 고난이도 수술에 정통한 성형외과 의료진이지만 이날 수술은 성공보다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21살의 박경진 군은 선천적인 반안면왜소증을 가지고 있는 환자로 왼쪽 턱뼈가 없고 귀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 소이증까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누나와 할머니, 장애를 가지신 삼촌까지 있어 치료는 먼 남의 이야기처럼 들렸고, 병원을 찾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어릴 적 병원을 간 적은 있지만 큰 수술비와 경제적 여건은 이를 허락치 않았던 것이다.

이런 박 군의 삶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 성형외과 학회에서 자원봉사를 지원했던 김덕우 교수와의 운명적 만남 이후다.
“박군을 처음 만났을 때 빨리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넉넉하지 못한 집안 사정에 치료도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정부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은 치료를 더욱 어렵게 했죠” 박경진 군을 처음 만난 김덕우 교수는 첫 만남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직접 나서 후원자를 찾아 어렵게 치료를 시작했다. 우선 치아 교정치료부터 지원하기로 결정된 것이다.

얼굴늑골수술을받은환자와고대안산병원의료진얼굴늑골수술을받은환자와고대안산병원의료진

그리고 시간이 흘러 올 해 교정치료를 모두 마치고 한 쪽 턱관절 이식 수술과 양악 수술을 동시에 실시하는 수술이 결정됐고, 김 교수가 적극 후원자를 찾아 나서면서 기적은 시작됐다. 팍스케어(Synthes)社가 박 군의 수술비를 지원하고 수술을 실시하는 의료진 역시 후원을 통해 지원을 결정한 것이다.

수술 이틀 전 입원한 박 군은 성형외과 동은상, 김덕우, 정순일 교수의 철저한 준비 속에 수술 준비를 마쳤다. 특히 3명의 교수팀이 각기 역할을 나누고 각 역할에서 한 치의 실수도 일어나지 않도록 철두철미한 준비 속에 수술은 이루어 졌다. 성형외과 교수진은 물론 모든 의료진의 이목이 집중되는 시간이었다. 고도의 집중력과 준비가 필요했고, 수 차례에 걸친 컨퍼런스도 이어졌다.

우선 김덕우 교수팀은 선천적으로 결여되어 있는 좌측 하악골과 관골궁 부위를 안면의 신경, 혈관의 주행을 피해 노출시켜서 안면 윤곽을 재건할 공간을 확보했고, 동시에 우측 6, 7번 두 개의 늑골을 채취했다. 두 수술을 마친 후 동은상 교수가 양악수술을 실시, 좌측으로 심하게 돌아가 있는 상악을 바로 잡고 이어 하악의 절골을 통해 얼굴의 위치를 바로 잡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다시 김덕우 교수가 미리 채취한 환자의 늑골을 잘라 턱뼈를 재건하고 위치를 바로 잡았다. 수술 시간만 12시간이 넘는 대 수술이었지만, 성공적으로 끝났다.

수술 후에도 경과는 좋았다. 중환자실에서 어려운 과정을 이긴 박경진 군은 10일 후 환한 미소와 함께 퇴원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3월 26일, 누나와 함께 외래를 찾은 박경진 군은 특유의 밝은 미소와 함께 의료진을 반겼다. 수술과정을 지켜본 경진군의 누나는 “어렸을 때부터 수술을 했어야 했는데 이렇게 큰 도움으로 수술을 할 수 있어 너무나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물리치료사를 꿈꾸는 동생도 아픈 사람들을 위해 나눌 수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수술을 진행한 동은상 교수는 “이번 수술은 성형외과 전체가 하나 되어 노력한 결실”이라고 말하고 “고도의 의술이 요구되는 만큼 최선의 준비를 했으며 이런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감회를 밝혔다. 김덕우 교수 역시 “2년 전 경진이를 봤을 때 어려운 사정 때문에 마음 아팠지만 이번에 이렇게 치료를 받을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말하고 “치료 과정이 남았지만 이제부터 자신 있는 삶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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