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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알레르기 비염, 불로초를 찾으시는 건 아닌지요?

입력 2012.03.28 00:00
  • 유승두·열린이비인후과의원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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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어릴 때 의사를 꿈꾸며, 이런 생각을 하곤 했었다. ‘내가 만약에 무슨 병에 걸리면 무엇이든지 닥치는 대로 마구마구 먹어야지. 먹다 보면 먹었던 것 중에 치료 약이 있어서 치료되지 않을까? 아니면, 먹기만 하면 무슨 병이든 다 낫을 수 있는 약을 개발하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의대에 들어와서 6년을 공부하고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을 공부하면서 이러한 내 생각은 한 낮 어린아이의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질환에 따라서 약이 필요없는 바이러스 질환(단순 감기, 바이러스성 장염 등)도 있고, 단기간 약을 먹으면 치료되는 감염성 질환(편도선염, 중이염 등)도 있다. 그리고 장기간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완치되는 질환(결핵 등)과 완치되지 않아서 조절하면서 지내야 하는 질환(당뇨, 고혈압, 천식 등)이 있다. 물론 아직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질환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무시한 채, 모든 질환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항상 빠르게 치료하는 것을 찾고 완치만을 생각한다. 마치 진시황이 불로장생을 꿈꾸며 불로초를 찾아다녔던 것처럼… 이러한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질환에 따라 그 원인이 다르고 치료와 접근을 다르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이야말로 여기에 가장 적합한 주제인 것 같다.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는 환자분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항상 이 시기만 되면 콧물이 물처럼 흐르면서 재채기 나고 눈도 가렵고, 이후에는 코도 막혀요. 그래서 병원에 와서 약을 먹으면 그때 잠시 좋아졌다가 다시 또 심해져요” 이처럼 알레르기 비염은 많은 사람이 불편해하는 질환 중 하나이다. 그리고 병원에서 처방해 주는 약들을 먹으면 그때 잠시 좋아졌다가 다시 심해 지곤 하며, 알레르기 원인에 따라서 일 년 내내 코에 불편함을 줄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알레르기 비염에 대해서는 한약과 침, 뜸, 허브 및 아로마 테라피, 각종 기구 및 민간요법들이 서로 자신의 치료법으로 완치시킬 수 있다고 환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의대 다닐 때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알레르기를 정복할 수 있으면 노벨의학상을 무조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알레르기 비염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이비인후과 의사로서 정말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다. 누구든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 알레르기 비염을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면 정말 노벨의학상과 세계 의학사에 획기적인 발견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어떠한 치료 방법도 일시적인 증상 치료일 뿐 근원적인 치료라고 말할 수 없으며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없다. 다만 현재 면역 치료가 가장 근원적인 치료에 근접한 치료라고 할 수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다”라는 말이 있다. 내가 진료의 신념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환자가 본인의 질환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의 상태를 안다면 치료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알레르기는 우리의 면역 반응에 의한 질환이다. 면역반응이란 우리 몸에 이물질이나 세균, 항원이 들어오면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일어나서 거기에 적합한 항체가 만들어진다. 이것의 가장 좋은 예가 바로 예방 접종일 것이다. 예방 접종을 하면 그 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형성되어 다시 그 균이 들어왔을 때 이미 만들어져 있는 항체가 있어서 손쉽게 이겨낼 수 있다. 하지만 알레르기 반응이란 이물질, 즉 항원에 대한 면역 반응 중 인체에서 비정상적으로 나타나는 과민성 반응을 의미한다.

그러면 이러한 알레르기 비염이 왜 생활 환경 및 식생활 개선, 의학 발달에도 불구하고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할까?

첫째, 유전적 소인이 강해서이다. 양쪽 부모 중 한쪽이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경우 50%에서, 양쪽 모두가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경우 약 75%에서 유전된다.
둘째, 대기오염이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미세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오존, 일산화탄소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셋째, 생활의 서구화이다. 인스턴트 음식으로 대표되는 서구화된 음식들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며, 실내 생활과 냉난방 시설의 향상으로 실내ㆍ외 간의 공기 순환이 줄어들어 많은 먼지나 진드기, 곰팡이 등의 노출이 증가하게 되었다.
넷째, 정신적 스트레스다. 현대 사회의 정신적 스트레스 증가는 알레르기성 질병의 발병 위험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1.75배, 기관지 천식은 1.5배나 증가시킨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사회적 공해의 개념을 가지며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생물학적 방어 기전에 장애를 가져온다.

이처럼 알레르기 비염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유병률이 증가하며 우리 몸의 면역 반응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알레르기 비염의 치료 목적은 일상생활이나 인지 능력에 지장을 주는 증상을 조절하고 기관지 천식이나 부비동염과 같은 후유증을 방지하는 것이다. 즉, 완치보다는 당뇨처럼 조절해 나가는 질환으로 생각해야 한다. 물론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고양이 항원이 알레르기의 원인일 경우 면역 요법을 통해서 완치에 가깝게 치료될 수도 있다. (면역 요법은 원인이 되는 알레르기 물질인 알러젠을 우리 몸에 저농도부터 서서히 농도를 올려가면서 우리 몸에 주사로 주입하거나 혀 밑에 주입함으로써 우리 몸에서 알레르기 반응을 시작하는 농도가 높아지게 하는 치료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면역 치료 역시 오랜 시간(3~5년)과 많은 비용이 소요되며, 면역 치료를 받았다고 해도 재발할 수 있다. 그래서 회피요법과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때 사용하게 된다.

알레르기 비염의 가장 기본적인 치료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종류가 있다.

1. 회피요법 2. 약물요법 3. 면역요법 4. 수술요법이다.

1. 회피요법은 말 그대로 본인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이 무엇인지 찾아서 그것을 피하고 노출되더라도 최소한으로 노출되게 생활하는 것이다. 원인 물질인 알러젠을 찾는 방법은 피부반응 검사나 MAST라는 혈액 검사를 통해서다. 가장 흔한 것이 집먼지 진드기이고 여름과 환절기에 주로 증상이 나타날 때 대개 풀이나 잡초의 화분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또 집먼지 진드기와 다양한 알러젠에 중복으로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한 원인 물질에 노출되지 않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1) 진드기의 먹이가 되는 사람의 피부각질(인설)이 달라붙지 못하도록 이불, 베게, 침대 매트리스 등을 비닐커버로 싸세요.
2) 양탄자, 천으로 된 소파나 인형, 카펫, 담요, 오래된 가구 등은 치우도록 하세요.
3) 실내 온도는 20도 이하, 습도는 45% 이하로 유지하세요.
4) 매주 60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침구류를 세탁하세요.
5) 특수 필터(헤파필터)가 장착된 청소기로 자주 청소하세요.
6) 진드기나 곰팡이 제거제를 사용하고 자주 통풍해 습기를 제거하세요.
7) 실외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증가하는 계절에는 가급적 창문을 닫고 외출을 삼가시고 외출시에
는 마스크나 보호안경을 착용하세요.
8) 음식물 부스러기를 치우고 바퀴벌레를 제거하세요.
9) 집안에 애완동물이나 화분은 치우는 것이 좋아요.
10) 집먼지 진드기나 곰팡이 알레르기가 있는 분은 가습기 사용을 피하도록 하세요.
11) 실내 공기가 오염되지 않게 자주 환기하고 실내 흡연을 금하세요.
12) 방향제나 스프레이 사용을 피하고 석유난로는 사용하지 않도록 하세요.

알레르기비염알레르기비염

2. 약물요법은 회피요법을 했으나 증상이 발현되어 진행될 때 병원을 방문하여 적절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면 된다. 실제로 항원에 노출을 완전하게 회피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회피요법만으로 증상을 치유하기는 무척 어렵다. 원인물질에 대한 노출을 최대한 줄이도록 노력하면 증상을 완화시키고, 약재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요즘은 대개 먹는 약보다 효과가 조금 늦게 나타나지만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하는 스프레이를 많이 사용한다. 대개는 스테로이드 스프레이이지만, 체내 흡수되는 비율이 워낙 낮아서 큰 부작용은 없다.

스프레이를 7일 정도 꼭 매일 하루 1~2회 꾸준히 사용하면 증상이 호전되며 그 이후에는 증상 정도에 따라 하루 1회 혹은 이틀에 한 번씩 혹은 삼 일에 한 번으로 스프레이를 줄여가며 사용하면 되고 나중에 증상이 심해지면 다시 스프레이를 자주 뿌리는 식으로 조절하시면 된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로서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해 드리는 방법이다. 스프레이 하나면 한동안 알레르기 비염 및 눈 가려움증까지 3~6개월 정도 편하게 조절할 수 있고 몸에 흡수되는 정도가 낮아서 부작용도 없이 안전하여 2세 이상부터 사용할 수 있다.

3. 면역요법은 약물 요법으로도 조절이 안 되거나 약물 요법에 부작용이 보일 때 하는 방법으로 우리 몸에 알레르기 증상의 원인이 되는 알레젠에 대한 역치를 높이는 방법이다. 농도를 옅은 농도부터 서서히 높이면서 우리 몸에 주사로 주입하거나 혀 밑으로 주입하면 우리 몸에서 알레르기 반응이 시작되는 농도가 짙어지면서 알레르기 반응이 잘 나타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면역요법은 알레르기 물질에 특이하게 과민한 면역 반응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에 면역요법이 가능한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고양이 항원 등에 알레르기 있는 경우에 완치할 수 있다. 재발하는 경우는 매우 짙은 농도의 항원에 노출되거나 항원 선택에 실패할 경우이다.

4. 수술요법은 코막힘이 심한 경우에 특히 효과가 좋다. 주로 이비인후과에서 시행하는 것으로 레이저나 고주파 등으로 하비갑개를 줄여주는 것이다. 증상의 발현이 대개 하비갑개에서 일어나고 하비갑개가 비대해서 코막힘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대개 초기 1~2년 정도에는 콧물과 재채기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과 치료에 대해 알아보았다. 알레르기는 단순한 감염성 질환이 아니고 우리 면역 반응과 연관이 되어있는 질환이다. 물론 10~20%는 발병 10년 이내 자연치유 되고 65세가 지나면서 증상 감소 및 호전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먹는 약이나 한약, 보약, 건강식품, 음식으로 이러한 알레르기 면역 반응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회피요법과 약물요법으로 알레르기 증상발현을 줄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치료이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합병증과 만성적인 점막변화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옳은 대처방법이 아니다. 알레르기 비염을 방치할 경우 만성 축농증으로 진행하기도 하고 천식을 유발한다. 그러나 조금만 주변 환경에 신경 쓰고 적절한 약물(비강 스프레이)로 조절하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

이제 진시황처럼 불로초를 찾으러 다니는 잘못을 하기보다는 먼저 원인 항원 검사부터 받고, 적절한 환경관리와 투약치료로 알레르기에서 해방되길 바란다.

유승두 하이닥 소셜의학기자 (이비인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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