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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환자 Report] 엄마는 '외계인'

입력 2012.02.07 00:00
  • 김주현·HiDoc 전문의
엄마와아기엄마와아기

오늘 방문하신 환자는 현재 16개월째 모유수유를 하느라 아기 옆에서 일년 반을 쪽잠만 자온 한 어머니셨습니다. 종종 목이 아팠지만 ‘모유를 끊으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해 진료를 미루다가 모유를 끊은지 일주일, 하지만 지난 주말부터 목 부분의 통증이 심해 고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목을 두 손으로 잡고 진료실에 방문하셨습니다.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예상대로 요즘 흔히 관찰되는 ‘거북목’사진 이였습니다. 이 환자분은 일자목이다 못해 목이 앞으로 굽은 C자 모양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정상은 앞쪽이 아닌 뒤쪽으로 C자 모양이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환자분께서는 현재 5번과 6번 목뼈 사이도 상대적으로 많이 좁아져 있어 목디스크로 퇴행성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제가 흔히 말하는 목디스크 환자인가요?”

“아직 꼭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가능성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치료하면서 증상을 봐야 하겠네요”

환자는 그래도 당장 가능한 치료들을 모두 해달라며 여전히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물리치료실로 들어가십니다.

이번 환자는 최근 제가 본 환자들 중 가장 오랫동안 모유수유를 하신 분이었습니다. 아기도 엄마의 정성 담긴 모유를 먹고 자란 덕에 볼살이 통통하게 오른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환자분은 ?모유수유가 힘들긴 했지만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말하시면서 다만 잠이라도 편히 자봤으면 좋겠다고 하십다.

“모유수유를 그렇게 오래 하셨으면서 아기가 혼자 자기를 기대하다니요. 제 생각에는 엄마의 체온이 없으면 울지 않을까요”

환자분은 털털 웃으시며 물리치료를 받고 이제는 수유도 안하니 약도 먹을 수 있겠다며 기뻐하십니다. 한편으론 자식을 위해 힘든 것을 마다 하지 않는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지구인이 아니라 어쩌면 외계인은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저는 오늘도 어머님이 싸주신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합니다. 처음엔 힘드시니까 싸지 말라고 당부 했는데도 굳이 보온 밥통에 따뜻한 쌀밥과 각종 반찬을 담아 주셨네요. 어머님도 아시겠지요, 자식이 짜증을 내는 것은 노모가 힘들까봐 걱정돼 그런다는 것을요. 하지만 80세가 다 되신 '엄마'는 아들에겐 늙은 노모가 아닌 저에게 모유를 주셨던 하나뿐인 '엄마' 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김주현 하이닥 소셜의학기자 (재활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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