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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에이즈보다 무서운 성병은?!

입력 2011.12.15 15:45
  • 김양연·하이닥 건강의학기자

“제 인생은 그 인간 때문에 다 망가졌습니다.”

12월 1일은 ‘세계 에이즈(AIDS)의 날’이었다. 1981년 미국에서 첫 에이즈 환자가 학계에 보고된 후 전설적인 록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 미국의 명배우 록 허드슨 등 유명인들이 에이즈로 사망하면서 인류는 살인 바이러스의 공포에 휩싸였었다. 에이즈 진단은 곧 죽음을 의미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생존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여기엔 의학적 발전의 영향도 컸고, 레드 리본 달기 운동으로 대변되는 에이즈 퇴치 운동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우리가 주의를 딴 데 둔 사이 다른 성병은 더욱 창궐하고 있다. 필자는 성병과 관련된 일을 겪을 때마다 가엾은 여성 환자 J씨가 떠오른다. 그는 에이즈 환자는 아니었지만 남편의 끊임없는 외도에 따른 온갖 성병으로 여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난 아무 증상도 없고 콘돔도 열심히 사용했다.'J씨의 남편은 그렇게 주장하며 자신의 성병 치료는 철저히 거부했다. 콘돔으로 모든 성병이 예방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J씨의 남편은 부정했다. J씨는 성병 감염과 치료를 반복하다 결국 만성 골반감염으로 자궁을 통째로 들어내야 했다. 그 후 J씨가 겪은 우울증과 분노는 삶의 막바지까지 따라붙었다.

세포세포

최근 미국의 질병예방본부(CDC) 보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치료가 쉬운 성병인 데도 불구하고 클라미디아, 임질, 매독은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 특히 매독은 거의 사라졌다가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다. 제일 흔한 성병인 클라미디아는 2007년 110만여 명, 2008년 120만여 명으로 급속히 증가했고, 임질은 33만7000여 명, 매독은 2007년에 비해 18% 증가한 1만85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했는데 특히 여성에게서 36%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이 문란한 성생활, 즉 본인 또는 그 배우자에게 성 파트너 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미국의 통계에 대해 단순히 미국에 성병 환자가 많고 미국 사회가 문란하다고 여긴다면 대단한 오해다. 오히려 우리보다 통계가 정확하고 그만큼 치료를 많이 받기 때문에 환자 수가 많아 보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성병 현실은 더 나쁠 수도 있다. 외도나 성매매 빈도가 아주 높기 때문이다.

필자의 진료실에도 증상이 없으니 전혀 성병인 줄 모르고 있거나, 문란한 배우자의 외도나 성매매 문제로 성병이 확인되는 사례가 아주 많다. 특히 이런 남성 중에는 “아내와 무슨 재미가 있단 말이냐”며 성매매를 당연시하거나 “여자친구는 다들 있는 것 아니냐”고 뻔뻔한 말을 하는 사례도 꽤 많다. 한마디로 성병의 위험성은 콘돔을 사용했느냐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성 파트너 수가 훨씬 중요하다.

또 종합검진을 통해 혈액검사나 소변검사를 했고, 그 결과 정상이었으니 성병이 없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많다. 일반 소변검사는 성병의 유무를 보는 것이 아니다. 혈액검사나 소변검사가 정상이라도 성병일 가능성은 있으며 유전자 검사 등 좀 더 정밀한 검사를 요한다.

문제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 보니 스스로 확인하고 치료받는 경우가 적어 성병이 만성화한다는 점이다.

강동우성의학연구소 강동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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