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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한증 환자의 땀 흘리는 '스마트폰'

입력 2011.11.28 00:00
  • 김동현·HiDoc 전문의
스마트폰과노트북을사용중인여성스마트폰과노트북을사용중인여성

제가 초등학교 시설 공상과학 소설에서는 누구나 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전화기를 사람들마다 가지고 있거나 서로 얼굴을 보며 전화통화를 하는 장면, 또 아주 작은 컴퓨터를 들고 다니면서 작업을 하는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참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었지만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모두 실현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저희 병원에 스마트폰을 사용하기가 어렵다며 불만을 가진 환자분이 진료실을 찾아 왔습니다. 진찰을 해보니 긴장할수록 손과 발에 땀이 많이 나는 전형적인 ‘일차성 수족 다한증’ 환자였습니다. 보통은 문서작업이 힘들다거나 악수할 때 신경이 쓰인다든지 하는 호소가 가장 많은데, 이 분의 호소는 좀 특별하게 와 닿았습니다.

환자분께서 상담을 마치고 나갈 때 쯤 땀이 묻은 스마트폰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꼭 스마트폰이 땀을 흘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7년 스티브잡스가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모두 10개의 뛰어난 조작장치를 타고난다”라고 말했던 생각이 납니다. 결국에는 손으로 조작하는 아이폰 스타일의 스마트 기기와 운영체제들이 국제적인 표준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지요.

더구나 최근 모든 기기들의 스크린은 터치폰에 주로 사용되던 감압식 방식을 버리고 좀 더 손의 상태에 민감한 정전식 방식을 채택하면서 손에 땀이나 물이 묻을 경우 작동이 더욱 어렵게 되었습니다. 또 데스크탑을 대신할 수 있는 태블릿 컴퓨터가 보급화되면서 정말로 손가락(주로 검지손가락)터치의 전성시대가 도래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참으로 아쉬운 것은 스마트기기가 발전하면서 시각 장애우와 청각 장애우를 위한 기능들은 많이 포함되는 데 비해 다한증 환자들을 위한 기술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다한증 환자분들이 스마트폰을 불편하지 않게 다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술들이 하루 빨리 개발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과거와 같은 농경사회였다면 다한증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훨씬 많았을 것 입니다. 다시 말하면 현대사회가 땀에 민감한 사회로 변했다고나 할까요? 과거에 농사를 지을 때 쟁기나 호미 등에서는 덜 불편했던 다한증이 현대사회의 IT기기 앞에서는 던 큰 불편으로 와 닿게 된 것입니다. 다한증 환자들이 스마트시대로 달려가는 현대사회를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로 느끼지 않길 간절히 바래 봅니다.
<글 = 에비타의원 김동현 원장 (흉부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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