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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환·치료

“잦은 코피, 피곤함이나 건조함이 원인 아닐 수도”

입력 2011.10.19 09:57
  • 이현주·의학전문기자
# 5살 동훈이는 밤에 잠을 잘 때마다 자주 코피를 흘려 부모를 걱정케 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한 달에도 몇 번씩 코피를 흘리는 것. 날씨는 건조하지만 가습기 살균이 걱정돼 아직 가습기를 틀  않아서인지, 아니면 코 감기가 다 낫지 않아서인지, 원인 모를 코피 때문에 엄마는 막연하게 두렵기만 하다.
일생에 한번쯤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코피. 환절기 같은 계절의 탓도 있고, 외부의 충격일 수도 있으며, 이 외에도 코를 지나치게 세게 풀거나 감기 등으로 코 속 점막에 염증이 생겼을 때, 때론 아무런 이유 없이 코피가 날 때도 있다. 물론 코피가 자주 나거나 지혈이 잘 안될 때는 단순 피로가 아닌 다른 원인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최근 발표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코피 질환’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가 2006년 26만2000명에서 2010년에는 29만2000명으로 매년 조금씩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코피는 왜 날까?  

코피가 나는 이유 중에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는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코피는 대부분 다 이유가 있다.
코피의 원인은 일반적으로 크게 국소적(특정 부위) 원인과 전신적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국소적 원인으로는 외부 충격에 의한 기계적 외상, 비중격(우리 코를 둘로 나뉘는 벽) 및 비강 질환, 콧속 점막염증 등에 의해서 생길 수 있으며, 전신적 원인으로는 혈액응고 장애, 동맥경화증, 유전성 출혈성 모세혈관 확장증 등으로 다양하다.
이 중 외상은 가장 흔한 원인인데, 코를 자주 후비는 습관이 있거나 기온과 습도의 변화가 심할 때 코 속이 건조하게 되어 생긴 코딱지로 인해 코점막 손상 시에도 혈관이 쉽게 터져 코피가 발생한다. 코피의 대부분(약 90%)은 비중격 전방의 모세혈관총에서 발생하며, 약 10%는 하비갑개의 후상부에서 출혈을 하는데 이는 동맥경화증이나 고혈압을 가진 노인환자에게서 주로 관찰할 수 있다.
또한 비중격만곡증(콧속 가운데를 둘로 나누는 뼈와 연골부분이 반듯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휘거나 돌출된 상태)같은 비강의 구조적인 이상이나, 염증으로 인해 점막이 건조해지면 콧물이 증가하여 코딱지를 많이 만들게 되면서 잦은 코피를 일으키는 주원인이 된다.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코를 후비다가 코피가 나는 일도 종종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김경수 교수는 “코의 앞 중심쪽 벽 부위에는 ‘키젤바흐 부위(Kiesselbach's Area)’라고 하는 혈관이 모여 있는 곳이 있는데, 흔히 이 부위에서 코피가 난다”며 “이곳은 아이들이 코를 파다가 자극하기 쉬운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코피를 나게 하는 원인으로는 감기, 알레르기비염, 축농증 등이 있다. 김경수 교수는 “코피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야기되는데, 원인이 하나인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원인에 의해 발생된다”고 말했다.

◆코피의 정도가 심하다면 비중격 만곡증, 혈소판 감소증 등 의심해 봐야
외부의 큰 충격이나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도, 코피가 자주 나거나 정도가 심하다면 분명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대표적으로 비중격만곡증 이나 혈소판 감소증을 동반한 질환들이 코피의 원인일 수 있다.
비중격만곡증은 호흡 시 들어오는 비강 내 공기의 흐름을 변화시켜서 코 안의 특정 부분의 공기 와류, 세균과 외부 환경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됨으로써, 그 하부의 코점막이 쉽게 건조해져 코를 문지르는 등의 가벼운 외상에도 혈관이 손상돼 코피가 발생하는 것. 비중격만곡증이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증상의 정도가 심하지 않아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하지 않지만, 정도가 심하다면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특히 혈소판 감소증을 갖고 있는 백혈병과 다발성 골수종, 혈우병, 특발성 혈소판감소성 자반증 등의 환자는 코피가 잘 날 수 있다. 또한 심장이 좋지 않을 때 복용하는 아스피린을 포함한 항응고제를 복용할 때도 잦은 코피를 유발할 수 있다. 동맥경화증, 유전성 출혈성 모세혈관 확장증, 성홍열, 천연두, 장티푸스, 류마티스성 열, 백일해 등의 질환도 코피를 유의해야 하는 질환들. 또한 인, 수은, 크롬 등 중금속 중독도 잦은 코피를 유발할 수 있어 정확한 원인진단이 필요하다.
김경수 교수는 “일년에  한 두번 정도 나는 코피라면 추가적인 치료는 필요 없으나 코피가 자주 반복되거나 15분 이내로 지혈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원인을 찾아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코피가 자주 나는 사람은 습관적으로 코를 만지거나 후비는 등 코 점막에 상처를 주는 행동을 피하고, 실내습도를 높이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라고 덧붙였다.

<코피가 날 때 취해야 할 응급처치법>
- 일반적으로 앞쪽에서 나는 코피의 경우, 환자가 앉아서 머리를 앞으로 숙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출혈을 멈출 수가 있다. 또한 입으로 숨을 쉬고, 코 안에 솜을 넣은 후 양쪽 콧구멍을 약 15분 정도 손가락으로 눌러 주면 도움이 된다.
- 환자의 코 주위에 얼음주머니를 대거나 얼음물로 콧속을 세척해서 혈관수축을 일으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로, 긴장을 피하도록 하고 재채기를 할 때는 입을 벌리게 하며, 집안이 건조하지 않게 습도를 높이거나 비강 내에 생리식염수를 분무하는 것이 좋다. 코피가 난다고 해서 아스피린이나 항응고제를 사용하는 것은 피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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