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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효과 좋으면 스테로이드다?

입력 2011.05.27 00:00
  • 최승영·영한의원 한의사

한약한약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며칠 만에도 빨리 안 낫는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분들도 있는가 하면 너무 잘 낫는다고 불만인 분도 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이해가 잘 안될 수도 있겠지만 환자치료의 실제가 그렇다.

5년이상된 만성 구내염으로 치료가 안돼 고생하시는 분을 3개월 치료관리하기로 했는데 한달 치료 후 연락이 안되다가 연락이 되고 내원하셔서 보니 염증이 잘 가라앉아 있었고, 한달 만에 나을 병을 3개월 치료한다고 불만스러움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분은 구내염은 놔두고 다른 병을 고쳐달라 했고, 의사로서 구내염의 재발 가능성이 높아 마저 치료가 필요하다 말씀 드리고 다른 질환은 부수적으로 좋게 해드리겠다고 했으나 다음날 따님께 불친절한 의사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과잉진료였을까?

예전에 만성질환 환자분들에게 한달 단위의 한약처방을 하고 추가치료를 받으시도록 했었는데 한달 후 연락이 끊기는 수가 적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달 만에 증상이 좋아지면 다 나았다고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고, 생각보다 빨리 낫지 않는 것 같으면 이 역시 치료를 중단해 버리는 것이었다.
한달 만에 좋아졌다고 스스로 치료를 중단한 분들도 1~2개월 후 재발하여 다시 내원하거나 악화되었다고 불만스러운 경우들을 볼 수 있었다.

만성질환의 치료에는 3개월 정도는 소요된다.
그런데 한달 만에 증상이 잘 가라앉는 경우에 전화를 걸어와 스테로이드를 넣은 것이 아니냐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제는 “스테로이드를 넣었다면 당첨입니다. 1억원 드릴게요.”라고 웃으며 되받아치기도 한다.
이렇게 직접 물어보지 못하거나 물어보지도 않고 부정적인 의심을 단정지어 버리는 분들도 있을 것을 추측하게 될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된다.

스승 사(師)자를 쓰는 의사로서 어떠한 시기에는 존경을 받는 직업이었을지언데, 이러한 불신이 의사와 환자의 정상적인 관계를 너무나도 쉽게 넘나드는 현실을 볼 때 씁쓸한 생각이 들고, 이것이 비단 의료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게 될 때 사회가 보다 건강해지기에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침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한의원으로 전화가 걸려와 비만약으로 쓰이는 시부트라민이라는 양약이 판매금지가 되었다는데 한약 비만약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이 들어왔다.
한약은 한약일 뿐 일체의 양약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잘 설명했으나, 마음의 의심이 깨끗이 풀리셨는지 모르겠다.
어떤 분이 바지를 내려 보여줘야겠다는 심정이 이해되기도 한다.

예전에 어떤 곳에서 한약에 스테로이드가 들어간 일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 같은데, 어느 분야나 문제를 일으키는 부분이 있을 수는 있지만 부정적인 일부로 긍정적인 전체를 모두 가려버린다면 당연히 많은 좋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의사는 글자 그대로 스승으로서의 양심을 다해야 할 것이다.
환자의 증상에 따른 정확한 한의학 치료방법으로 처방될 때 우수한 치료효과를 나타내게 되는 것이며, 서양의학의 난치질환이 낫기도 하는 것은 일부 왜곡되고 저평가되어 있는 한의학 본연의 우수한 치료효과이지, 잘 나으면 스테로이드가 들어가서 그런 것이 전혀 아니다.

때로는 서양의학을 전공한 분도 한약이 스테로이드 성분 때문에 치료효과를 나타낸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음에 놀라게 된다.

특히 감초에 스테로이드가 들어있어 치료효과를 나타낸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는 것 같은데, 감초는 콩과이기 때문에 콩류에 들어있는 식물성 스테로이드가 미량 들어있을 뿐 이것은 무기질 스테로이드이기 때문에 양약으로 쓰이는 당질 스테로이드와는 관계가 없다. 이는 마치 양약의 스테로이드 치료를 콩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도 같다.

본인이 양약이 듣지 않아 다년간 고생하는 구내염, 포도막염 등을 한약으로 치료하여 우수한 치료효과를 내면서 스테로이드가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심성 문의를 여러 번 받은 적 있는데 그것은 그만큼 한의학 치료의 우수성을 나타내는 반증일 것이다.

만일 한약처방에 스테로이드를 넣는다면 세상에 해가 되는 일을 하는 것이 될 것인즉, 한의사 면허는 내놓아야 할 것이다.

영한의원 최승영 원장


* 이 글은 칼럼으로 하이닥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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