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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앞으로 숙일 때 더 아프면 디스크 의심

입력 2011.05.20 00:00
  • 홍의표·신관연합정형외과의원 전문의

허리통증허리통증

20대부터 디스크 기능 감소

인간은 항시 직립 보행을 하며, 척추가 지면과 직각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두 손을 쓸 수 있는 자유를 얻었지만, 요통이라는 증상을 얻게 되었습니다. 특히, 디스크(정확한 의학적 명칭은 추간판, 추간 원반의 탈출증)라고 흔히 말하는 질병이 다른 동물에 비해 잘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알게 모르게, 척추는 수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척추가 잘 받쳐 줘야 물건을 들어올릴 수 있고, 세수를 할 수 있고, 머리를 감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앉아 있는 자세도 척추가 제대로 기능을 해야 할 수 있습니다.

척추는 26개의 척추 뼈와 그 사이의 추간판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추간판은 젤리로 가득 채워져 있는 일종의 쿠션으로, 척추 뼈와 척추 뼈 사이의 충격을 완화하는 작용을 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디스크’란 쿠션의 일부가 약해져서, 젤리가 쿠션을 밀고 나오는 경우 또는, 쿠션의 일부가 찢어져서, 젤리가 쿠션 밖으로 튀어나오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정상적으로, 20대 정도가 되면 쿠션 안에 있는 젤리의 수분이 약간씩 감소하기 시작하며 이 때부터 디스크의 충격 흡수 능력이 약간씩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미세한 진동이나 뒤틀림에 더 취약한 디스크

디스크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그 중에서 현재 디스크를 쉽게 일으키는 것으로 판명된 것은,
01 장시간 지속된 운전
02 드릴 작업을 하는 등의 척추 진동에 노출되는 경우
03 허리를 자주 구부려 물건을 들고 옆으로 옮기는 등의 직업
04 잘못된 자세(구부정한 자세)로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경우 등입니다.
디스크는 위에서 서술한 대로, 쿠션이기 때문에 수직으로 압박하는 힘에는 비교적 잘 견디지만, 미세한 진동이 오래 되거나, 구부린 상태에서 뒤틀리는 힘에 대해서는 취약한 면이 있습니다.

디스크의 증상

약간 밀고 나오는 경우에는 허리가 아픈 증상을 주로 호소하며, 정도가 심해지거나, 젤리가 아예 밖으로 튀어나오는 경우는 추간판 뒤의 다리로 가는 신경을 앞에서 직접 압박하게 되어,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증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 증상은 허리를 앞으로 숙일 경우 더 심해지게 되는 것이 디스크의 특징입니다. 심지어, 소변, 대변의 장애, 다리가 마비되는 증상까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매우 드물고, 실제로도 외래에 허리가 아파서 찾아오는 환자들 중 대부분의 척추 주위 근육 경련으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허리가 아프다고 하여 모두 디스크는 아닙니다.

척추관 협착증과 감별 필요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게 되는 병으로 척추관 협착증이 있습니다. 척추관 협착증의 경우도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증상을 호소할 수 있는데, 척추관 협착증은 오랫동안 지속되는 척추의 노화 과정에서 생기는 것으로, 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주위의 구조물들이 두꺼워져서 신경을 압박해서 생기는 것입니다. 척추관 협착증의 경우는 허리를 곧게 세울 경우 다리 저린 증상이 더 심해지고, 100미터 정도만 걸어도 다리가 저리고 땅겨서,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서 쉬어야 당기는 증상이 없어지고 걸을 수 있는 ‘신경인성 파행’이 주된 증상이 됩니다.

MRI, CT검사 필요하지만, 수술기준은 증상이 더 중요

요즘은 다양한 진단 방법이 개발되어 비교적 쉽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MRI(엠알아이; 자기 공명 영상)를 통해 디스크의 정도, 신경 압박 정도를 파악할 수 있으며, CT(씨티; 전산화 단층 촬영)의 경우 동반되는 척추 뼈의 기형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근전도 검사 등을 통해 증상이 유발되는 신경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증상입니다. MRI상에서 아무리 큰 디스크가 신경관을 막고 있어도 환자의 증상이 경미하다면, 수술의 적응증이 안됩니다. 수술을 해야만 하는 경우는, 환자의 증상이 매우 심하여 약물 치료 등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 감각 이상이나 근력 약화가 점점 진행하는 경우, 대소변 기능에 장애가 오는 경우입니다.

디스크의 치료

1. 약물 요법
아무리 커다란 디스크가 신경관을 압박하고 있더라도, 증상이 경미할 경우는 통증 조절만 하면서 경과 관찰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디스크에 의한 다리 땡기는 증상이 매우 심하더라도, 대개 하루 내지 이틀 정도 가만히 누워 있게 되면 통증은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주사 요법
주사 요법은 디스크에 의해 신경 증상이 있는 환자들에서, 약물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증상을 유발시키는 눌린 신경근에 직접 약물을 주입해 국소 마취를 시키는 방법으로, 통증 개선 효과가 뛰어나지만, 원인 치료는 될 수 없습니다.

3. 수술적 요법
수술 요법은 국소 레이저 수술, 내시경 수술, 현미경 수술, 육안적 수술 등 다양한 방법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레이저 수술은 국소 마취 하에 시술 가능하며, 시간이 적게 걸리지만, 디스크 조각이 탈출하였을 때는 쓸 수 없으며, 증상 개선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단점이 있어 제한 점이 있는 수술입니다. 내시경 수술은 1980년대로부터 계속적으로 발전하여 왔으나, 모든 경우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디스크의 탈출 위치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수술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디스크의 크기가 매우 큰 경우나, 아래로 흘러내린 디스크의 경우는 대개 현미경 또는 육안으로 확인하면서 충분히 시야를 확보한 후 수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4. 기타 치료법
강조했던 바와 같이, 허리가 아픈 것은 디스크가 아닙니다. 또한, 실제 디스크가 있는 것이 확인되더라도, 약물 치료와 휴식을 병행할 경우 증상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질병의 특성 때문에, 병원, 의료기 상사, 한의원 등 많은 의료 공급자들이 자신들의 치료의 성공률이 높다고 홍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 방법의 옳고 그름을 따지려면, 치료 안 했을 때와 했을 때를 비교 분석해야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 많습니다. 다시 말하면, 가만히 둬도 좋아지는 경우가 많은데, 쓸 데 없이 의료비를 지출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안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의료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보험 수술을 환자에게 권유하는 병원들도 있습니다.
허리 견인 요법, 추나 요법 같은 경우는 당장은 요통이 완화되며 시원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디스크가 탈출 되어 신경관 내로 흘러내린 경우에 있어서는 신경 증상의 심각한 악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허리 보조기를 착용하는 경우는 단기적으로 허리를 지지하는 효과가 있어 단기적인 통증 완화에는 도움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허리 근육의 약화를 초래하여, 만성적인 허리 통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결국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제대로 상태를 파악한 후 그에 맞는 치료를 해야 합니다.

첫째,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다 디스크는 아닙니다. 즉,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처음부터 MRI를 찍을 필요가 없습니다.
둘째, 디스크가 있다고 해서 처음부터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술적 치료는 약물로 조절이 되지 않는 통증, 감각 이상이나 근력 약화가 진행하는 경우, 대소변 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 놓는 것이 좋습니다.

대전중앙산재병원 정형외과 홍의표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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