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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지방이식 수술 후 패혈증 사망, 동안성형의 폐해

입력 2015.04.06 10:43
  • 이은정·연세자연미성형외과의원 전문의

# ‘지방이식’ 뒤 패혈증 사망 (3/1 보도)
2015년 2월 26일,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서 지방이식 수술을 받은 김모 씨(29, 여)가 수술 후 사흘째인 28일 패혈증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병원에서 허벅지 지방을 얼굴에 이식하는 자가지방이식 수술을 받은 김씨가 수술 후 이튿날 통증을 호소해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요즘 한국에서는 ‘동안 성형수술’이 유행이다. 남들보다 좀더 어려 보이도록 하는 수술이다. 20대 어린 나이의 여성들도 좀더 주변의 동료들보다 어려 보이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는다.

동안수술후의 특징은 이마 볼록, 앞광대 볼록, 코 오똑, 턱 뾰족이다. 대개 수술보다는 비교적 간단한 시술이 주를 이룬다. 자가지방이식이나 인공필러(filler) 물질을 주사한다.
특히 자가지방이식은 중국인들도 좋아하는 시술이다. 지방이 많은 부위에서 자가지방을 채취한 후 원심분리하여 순수한 지방세포만을 원하는 부위에 주사하는 식이다. 특정부위에 많은 지방도 제거하고, 반대로 원하는 부위에도 넣을 수 있다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는 시술인 셈이다. 이식된 지방세포는 해당부위의 혈관과 연결되어 최초 이식양의 약 30~40% 정도가 생착하게 된다. 지방을 빼내서 다른 곳에 넣는 자가지방이식은 비교적 간단하고, 자기조직이므로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을 우선하게 된다.

그런데 지난 달 강남의 한 의원에서 얼굴에 자가지방이식을 받았던 20대 여성이 패혈성 쇼크(septic shock)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났다. 패혈성 쇼크는 혈관내에 균의 증식이 급속도로 일어나서 다발성으로 신체장기에 악영향을 일으켜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무서운 증상이다.

눈을 감고 있는 여성과 수술장갑을 낀 손눈을 감고 있는 여성과 수술장갑을 낀 손

지방이식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
지방이식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지방을 채취하는 과정에서의 부주의 때문이거나 지방을 이식하는 과정에서 혈관내로 지방세포나 기름기(triglyceride) 등이 들어가 발생하는 혈전(embolism)에 의한 경우이다.

자가지방이식을 위해 지방을 채취하는 부위는 복부나 허벅지내측이다. 특히 복부에서 지방을 채취할 때는 경험미숙으로 장천공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지방을 흡입하는 캐눌라(cannula)가 복부의 장기를 둘러싸는 복막을 뚫고 장기부분의 손상을 일으키고 결국 장내 세균에 의한 패혈증 쇼크를 일으켜 사망하는 경우이다.
지방흡입은 순전히 시술자의 경험이 중요하다. 채취하는 지방흡입기는 직경이 2~3mm 정도로 비교적 굵다. 이 흡입기가 복강내로 들어가 창자 사이에 있는 지방을 흡입해 내는 줄도 모르는 의사들에 의한 패혈성 쇼크는 심심치 않게 보고된다.

두 번째로 이식과정에서 발생하는 혈전에 의한 사고는 의사들도 어떻게 대처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다.
지방 이식바늘 역시 볼펜심 굵기로, 이는 지방세포의 파괴를 방지하여 생착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또한, 이식하는 바늘은 끝이 뭉툭하여 통상적으로는 혈관을 뚫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식하는 지방세포 혹은 기름기(triglyceride)가 이식부위의 손상된 혈관을 통해 혈관내로 이동하다가 한 부위에서 막히게 된다. 막히는 부위에 따라 결과로는 피부괴사, 뇌경색, 실명, 사망 등 다양한 형태의 끔찍한 부작용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번에 지방이식 후 사망사고가 났던 병원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원이 아니었다.
일반의(general physician)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자가지방이식 성형술을 받은 것이다. 당연히 4년간의 정식 수련의과정을 마치고 국가에서 인정하는 자격시험에 합격한 성형외과전문의에 비해 경험이 적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의료법은 특이해서 해당 진료과목의 전문의가 아니어도 의사 자격증만 있으면 어느 과목을 진료하든지 불법은 아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성형수술을 받으러 오는 많은 분들도 이와 같은 한국의료법의 맹점을 모르고 일반의나 다른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성형수술을 받고 그 결과에 불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튼 젊어지는 수술을 받다가 사망사고로 까지 이어지는 미용성형수술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하는 것이 좋다.

한편, 인공필러를 이용한 동안성형수술은 그 종류에 따라 지속기간이 다르다.
대표적인 히알루론산 제재 필러는 9~12개월여 유지되며,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하이알라제에 의해 쉽게 녹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테콜, 아테필 같은 PMMA(poly methyl methacrylate, 폴리 메틸 메타크릴레이트) 제재로 만든 필러는 그 지속기간이 10여년 이상이 되고, 또 자가 콜라겐 형성으로 자연스러운 반면 제거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필러 역시 종류와 관계 없이 해당부위 혈관내로 들어가면 지방이식의 부작용과 똑같은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글 = 이정 자연미성형외과 이은정 원장 (성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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