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닥

전문가칼럼

슬개골 연골연화증, 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

입력 2015.04.20 14:34
  • 임지순·광명새움병원 전문의

# 영화를 보러 가자는 친구의 말에 한숨부터 쉬고 있는 25세 박모 양. 수 년 전부터 ‘슬개골 연골연화증’으로 고생을 하는 박모 양은 영화관에서 2시간 가량 무릎을 구부린 채로 앉아 있는 것이 큰 곤혹이다. 영화가 후반으로 진행되면 벌써 무릎의 앞쪽이 시큰거리기 시작하고 영화가 끝나고 일어나려 하면 무릎의 통증 때문에 한 번에 일어나기가 어려울 정도다. 병원에서 받은 진단명은 '슬개골 연골연화증'. 물리치료나 약물치료 등 여러 치료를 해봤지만, 눈에 띄는 호전은 없었고, 병원에서는 항상 허벅지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는 대답만 들을 뿐이었다.

슬개골 연골연화증은 슬개골(무릎의 정면에 있는 둥근 모양의 뼈)과 대퇴골 사이의 압력과 마찰에 때문에 무릎의 앞쪽에 통증이 나타나는 병으로 '슬개-대퇴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슬개-대퇴증후군이 슬개골 연골연화증을 포함하는 더 큰 개념이다. 이 병은 비교적 젊은 나이부터 잘 발생하며 영화를 보거나 장시간 차를 탈 때처럼 오래 앉아있는 동작이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동작에서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무릎 꿇는 동작과 쪼그리는 동작에서 심한 통증을 호소하기도 하며, 관절운동 시 염발음이 많이 나거나 다리의 무력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슬개골의 병변은 질환이 진행함에 따라 연골의 가벼운 연화(연골이 물러지는 것)에서부터 심하면 균열이 가거나 떨어져 나가는 단계까지 진행될 수 있다. 증상은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며, 수년을 지속하게 된다.

◆ 쉽게 낫지 않는 슬개골 연골연화증, 가장 바람직한 치료는?

무릎의 통증무릎의 통증

문제는 치료, 한번에 나을 방법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경우 무릎관절의 근육의 불균형이나 슬개골을 잡아주는 인대나 뼈의 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약이나 물리치료로 완전히 좋아지지 않고 재발을 잘 된다.

가장 바람직하고 부작용이 적은 치료라면 환자 스스로 허벅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하는 것인데, 사실 누구나 알다시피 꾸준히 운동하기는 쉽지가 않다. 이런 특성 때문에 대부분 환자들이 처음에 얼마간 치료를 받다가도 재발하거나 호전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슬개골 연골연화증 환자에게도 최근 의학계에서 새로운 좋은 소식들이 들리고 있다. 다양한 방식의 치료법들이 시도되고 있으며 그 효과가 어느 정도 인정받아지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치료들인 운동이나 재활, 그리고 약물치료(소염제)를 제외하고 최근 시도되는 치료들을 살펴보면, 우선 최근 의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프롤로주사 요법이 있다.

이는 슬개골 주변의 인대조직과 연부조직을 강화함으로써 슬개골의 압력을 줄여주고 염증반응을 완화하는 치료법이다. 주사 시 일시적으로 통증이 따르는 단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슬개골 주변을 강화해 효과를 지속시키는 장점이 있다.

그 외에 다른 방법으로는 연골주사를 통해 관절 내 자극증상을 완화하는 방법, 보톡스 주사를 통해 슬개골의 위치를 담당하는 근육의 불균형을 조절하는 방법 등도 시도되고 있다. 물론, 슬개골 주변의 구조적인 변형이 심한 경우는 수술적 치료가 사용되기도 한다.

상술한 여러 치료를 시행하기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다. 슬개골 연골연화증이란 용어는 현재 슬개골 주변의 통증을 일으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질환들을 모두 포함하는 용어로 혼동되어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연구에 의하면, 슬개골 연골연화증, 슬개-대퇴증후군은 수 십 가지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하며, 이에 따라 치료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슬개골 연골연화증이라 하여 쉽게 그러려니 하고 치료를 포기하고 사는 것보다는 정확한 원인을 검사해 보고 그에 맞는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글 = 광명새움병원 정형외과 임지순 원장 (정형외과 전문의)>

URL이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