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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경구 피임약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입력 2015.06.10 11:42
  • 황종하·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전문의

피임은 어떠한 형태이든 여성의 성적 자유를 증대시키는 쪽으로 기여해 왔다. 피임을 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경구 피임약과 자궁 내 장치가 있다. 그 외에도 피부 피하에 삽입, 불임 수술 (난관 결찰술, 정관 수술)이 있다. 효과가 다소 떨어지지만 주기법, 질외사정, 콘돔, 페미돔 (여성용 콘돔), 살정제 등도 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에 개인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피임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문화도 피임 방법에 영향을 준다. 외국인 여성들이 나와서 한국 생활에 대해 말했던 ‘미녀들의 수다’ 란 토크쇼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외국인 출연자중 한 명이 ‘한국 사람들 피임약을 잘 먹지 않는다. 피임약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 보인다’ ‘피임약을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놀랐다’ 고 했다.

통계를 보면 서양인에 비해 한국 사람들은 피임 방법으로 경구 피임약을 선택하는 빈도가 적다. 경구 피임약 복용률이 벨기에 (42.06 %), 프랑스 (36.4 %) 독일 (29.8 %) 등의 서구에 비해 한국 (2.5 %) 은 저조하다 (IMS Midas, 2006). 피임약에 대한 잘못된 상식으로 경구 피임약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걱정하는 여자걱정하는 여자

경구 피임약은 크게 에티닐 에스트라디올이 50 ug 이상 들어 있는 고용량과 50ug 미만 들어 있는 저용량 (주로 30-35 ug) 제품으로 나누어 진다. 개발 순서에 대하 1세대부터 4세대가지 분류하기도 하는데 2세대 이후의 제품은 저용량이다. 피임약에 대한 일부 부작용은 주로 고용량을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것으로 저용량 경구 피임약에서는 개선되었다.

2, 3 세대의 경우 시중의 약국에서 구입이 가능하며 4세대의 경우에는 전문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하다. 4세대의 경우 피임 효과에 더하여 생리전 증후군 감소나 월경과다에 도움이 되는 기능적인 측면이 강화되었다.

경구용 피임약은 임신 예방이 기본적인 기능이지만 다른 효과도 있다. 생리 불순, 여드름, 생리통, 생리전 증후군, 생리과다 등에도 유용하게 사용이 된다. 임신 예방 외의 목적으로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들도 많다. 시험이나 여행 기간중 생리가 예상되는 경우 이를 미루기 위한 방편으로 경구 피임약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목적으로 피임약을 복용하는 경우라면 생리 예정일 일주일전부터 복용을 해서 생리를 미루기 위해 원하는 날까지 지속하면 된다. 같은 원리로 경구 피임약으로 생리 주기를 바꿀 수도 있다.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나 원발성 생리통에서는 피임약이 좋은 치료제이기도 하다. 자궁외 임신, 자궁 내막암, 난소암 등의 위험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헐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예방적 난소 절제술을 받아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BRCA 유전자가 있는 경우에 난소의 위험도가 증가하므로 예방적 난소 절제술을 할 수 있는데 임신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 하는 것이 보통이다. 임신전에는 난소암 예방을 위해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다 임신 계획이 있으면 피임약 복용을 중단한다. 출산 후에 추가적인 임신 계획이 없으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경구 피임약 복용 시점에 임신이 아닌 것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구 피임약은 임신중 복용 금기로 되어 있다. 임신을 했는데 모르고 복용했다고 하여 유산을 시키지는 않는다. 임신초기의 응급 피임약 및 경구 피임약이 태아의 기형을 유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경구피임약의 임신 예방 효과는 올바르게 복용을 했다면 99 % 이상이다. 생리 첫날부터 매일 일정한 시간에 복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생리시작 후 5일 이내에 복용하면 무리는 없다. 하지만 그 이후에 복용한다면 콘돔 등의 추가적인 피임방법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불규칙하게 복용하거나 중간에 약을 건너 뛰는 경우 피임 효과가 떨어지고 부정 출혈 등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경구 피임약 복용을 피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고혈압, 당뇨, 편두통, 유방암, 간담낭 질환, 색전증과 같은 혈관 질환 등이다. 피임약을 주로 복용하는 가임기 여성들이 흔히 있는 질환은 아니지만 염두해 두어야 한다.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좋다. 35세 이상의 흡연 여성은 경구 피임약이 금기로 되어 있다. 35 세 이하라고 할지라도 금연이 권장된다.

경구 피임약 복용시 나이, 기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최대 복용 가능 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으며 건강상의 위험요인이 없는 비흡연 여성의 경우 폐경전까지 복용이 가능하다. 2 세대의 이후의 경구 피임약은 부작용이 많이 줄어 들었지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므로 약 복용 전에 없던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사소한 부작용은 대부분 문제가 되지 않고 약 복용을 중지하면 호전된다. 경구 피임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생리를 안 하기도 한다. 드물지만 정맥 혈전증, 폐색전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다리가 붓거나 발적, 통증 또는 호흡곤란, 흉통 등이 있으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경구 피임약 복용을 시작했으면 약 한달 뒤 병원을 방문하여 다시 상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구피임약을 복용과 관련해 임신을 걱정하는 여성들이 많다. 혹시 아기가 잘생기지 않는 것이 아닐까. 아기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을 아닐까. 경구 피임약 복용은 불임을 유발하지 않으며 아기 기형이 많이 발생 하지도 않는다.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다 중단하면 1-3 개월 이내에 가임 능력이 회복된다. 피임약 중단 후 한번의 생리를 하고 임신을 시도하라고 하지만 경구 피임약을 끊고 바로 임신을 해도 된다.

<글 = 동원산부인과 황종하 원장 (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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