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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없는 계류유산, 치료 대신 예방만 가능

입력 2015.06.26 10:37
  • 정소영·의료법인 성누가의료재단 성누가병원 한의사

임신 2~3개월째는 입덧 등으로 임신 10달 중 가장 힘든 시기이자 유산의 위험이 가장 큰 시기이다. 경험 많은 임산부들은 이 시기 ‘떨어지는 낙엽’에도 조심해 가며 몸과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 시기만 지나면 ‘안정기’에 접어들어 몸은 다소 무겁더라도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이 시기 겪을 수 있는 위험 중 하나로 ‘계류유산’이 있다. 임신임을 확인했으나 출혈이나 복통 등의 증상이 없이 태아가 자궁 안에서 숨져 자궁 안에 그대로 있는 경우를 말하는데, 2-3개월에 해당하는 6-10주 사이에 많이 일어난다. 주 원인으로는 염색체 이상이나 자궁의 기형, 내분비 장애, 면역학적 이상 등이 거론되고 있다.

침대에 누워있는 여성침대에 누워있는 여성

임신을 했지만, 입덧은 물론 임신의 징조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입덧이 있다가 갑자기 사라진 경우도 있으므로 이럴 경우 정기검진과 관계없이 병원을 한 번 찾아가는 게 좋다.

계류유산이 진행됐을 경우에는 약물만으로 유산시키기도 하지만, 소파수술도 진행한다. 소파수술까지 이루어지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자궁 손상이 커 습관성 유산이나 불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수술이 잘 이뤄졌다 해도, 정상적 출산보다 자궁 기능이 더 많이 손상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계류유산 후에는 다음의 건강한 임신을 위해 반드시 조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증상이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사전 또는 도중 치료는 사실상 힘들고, 예방만이 가능하다. 계류유산 경험이 있는 산모들이라면, 더 이상의 유산을 방지하기 위한 한약치료가 필요하다.

한의학적으로는 계류유산에 대해 산모의 자궁이 약하거나 기혈이 부족해 임신 유지가 힘들어져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기혈을 보충하고 자궁을 튼튼하게 해 주는 치료에 들어간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임신에서도 유산을 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유산 횟수에 따라 유산 위험도는 더욱 높아지므로, 습관성 유산으로 진단받지 않았더라도 유산 원인에 대한 치료를 하는 게 좋다. 한의학적으로는 자궁 내 어혈을 풀어주고, 자궁의 수축을 도와 자궁 회복을 돕는 치료가 진행된다. 계류유산 경험이 있을 경우, 임신이 확인되면 바로 유산방지 한약을 복용하는 방식이 좋다.

계류유산을 포함해 일단 유산이 되었다면, 출산과 똑같이 아니 다음의 건강한 임신 성공과 유지를 위해 더욱 잘 조리해 주어야 한다. 유산은 한방에서 ‘반산’, 즉 ‘밤 껍질이 익어 저절로 터지는 것이 아니고 발로 밟아 터뜨리는 것 같다’고 비유할 정도로 산모의 몸을 상하게 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정상 출산보다 오히려 더 조리를 잘 해 주어야 한다. 특히 소파수술을 한 경우라면, 자연 유산보다 자궁 손상이 더 심하므로 조리를 더욱 잘 해 주어야 한다.

유산의 경우 한 달 정도 조리를 한 후 유산방지 치료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조리는 소파수술까지 이루어진 경우 최소 3개월, 자연유산의 경우 최소 1,2개월정도의 피임과 함께 충분한 휴식을 취해주는 방식으로 하게 된다.

<글 = 인애한의원 정소영 원장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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