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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듣는 아이, 가장 필요한 것은 엄마의 관심

입력 2015.08.18 15:25
  • 박종영·열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전문의

아이는 태어나면, 나와 나 아닌 것에 대한 구분이 없다. ‘나’가 곧 ‘세계’이자 ‘세계’가 곧 나이다. 이 통합체로부터 가장 먼저 분화 되는 것은 ‘나’라는 개념이 아니라 ‘엄마’라는 개념이다. 이때의 ‘엄마’는 실제의 엄마뿐만 아니라, 세계에 대한 개념도 포함된다. 이후 최초 엄마 개념에서 엄마와 엄마 아닌 것으로 천천히 분화되어 간다.

3살의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 아이에게 전부인 것은 무엇일까? 바로 엄마이다. 엄마는 나의 생물학적이고 심리적인 욕망을 실현 시켜주는 존재이다. 또한 앞으로 분화될 세계에 대한 개념의 첫인상을 주는 사람이다.

아동기 또는 청소년기에 폭력, 왕따 등의 문제 행동을 일삼는 아이들에게는 엄마에 대한 결핍이 관찰되는 경우가 많다. 맞벌이 하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부모의 부재 또는 주 양육자가 갑작스럽게 변경되는 경우도 많다. 주 양육자의 갑작스러운 변경은 아이에게 큰 충격이 된다. 어른 입장에서는 사소한 것일 수도 있으나,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이 가장 중요시 여기던 것을 어떤 존재가 나타나서 불가항력적으로 뺏어 가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또한, 주 양육자인 엄마가 남편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거나 시어머니 등 가족과 갈등이 심한 경우, 아이를 민감하고 수용적으로 양육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외로운 아이 외로운 아이

아이에게 엄마의 결핍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는 분노를 유발하고 이러한 분노 에너지는 타인에게 향하거나 자기 자신으로 향한다. 타인에게 향할 경우, 폭력성, 규칙을 어김, 분노 발작 등 소위 말 안 듣는 아이의 모습을 보이고 자신에게 향할 경우, 우울함, 극도의 소심 및 위축, 죄책감등의 증상을 보인다. 전자는 외부로 향하는 행동임으로 쉽게 관찰 되지만, 후자는 증상은 있지만 알아채기 힘든 경우가 많다.

말 안 듣는 아이를 접하는 부모 및 교사의 첫 느낌은 무엇일까? 어떻게든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려고 시도하고 그래도 안 되면 아이에게 짜증이나 분노를 표출 한다. 행동 교정의 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어떠한 상처로 이러한 행동을 하는 가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다.

시간을 돌릴 수 없으니 꼭 필요한 시기에 일어난 결핍을 지금 충족시켜 줄 수는 없다. 하지만 아이의 상처를 이해하고 나면,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아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아이의 행동을 어떻게 바꾸어갈지 알아보자.

가장 좋지 않은 방법은 일관성이 없는 훈육이다. 문제 행동이 있을 때, 부모나 선생님의 기분에 따라 어떨 때는 심하게 야단 치고, 어떨 때는 그냥 넘어가는 것이다. 일관성이 있는 훈육을 위해서는 행동수정요법 전략이 도움이 된다.

아이가 자신의 생각이나 요구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아이와 훈육자 모두 모여서 계획표를 작성하여야 한다. 아이의 문제 행동이 여러 가지라도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 행동을 하나 정하여 명료화 한다.

그리고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경우, 어떠한 보상이 있을 지, 아이의 선호도에 따라 충분히 상의하고 정한다. 또한 문제 행동을 하였을 경우, 아이 어떠한 권한을 제한할지에 대해서도 상의한다. 처음 이러한 전략을 짜기는 어려울 수도 있으므로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다.

귀를 막은 청소년귀를 막은 청소년

요즘은 아이의 문제 행동에 게임중독이나 TV 중독이 종종 발견된다. 이러한 아이에게도 기본적으로 위와 같은 접근이 기본이 된다. 하지만, 무작정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보다. 게임을 하지 않았을 때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아이와 충분히 상의하고 아이에게 제공해주어야 한다.

아이에 대한 접근도 중요하지만 부모의 입장도 헤아려야 한다. 대부분의 이러한 경우, 부모님은 아이 때문만 아니더라도, 원래부터 자신의 삶에서 지친 경우가 많다. 안 그래도 힘든데, 아이까지 힘들게 하니 얼마나 사는 게 힘들겠는가? 하지만 아이의 문제 행동을 방관하는 것은 금물이다. 상황에 따라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이 필요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면담과 심리검사 등을 통하여 아이와 부모의 심리 상태를 평가하여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 또한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부모의 훈육태도를 점검 및 조언을 한다. 앞서 설명한 행동수정요법에 대해서도 부모와 아이의 상황에 맞도록 개별화 하여 접근 한다. 또한, 필요할 경우 약물치료도 함께 시행한다. 물론 단시간에 변화가 오는 것은 아니다.

정신과 의사는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전문가이다.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부모나 아이가 이해 받는 느낌,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느낌을 의사에게 받음으로써, 내면의 상처도 조금씩 회복된다.

글 /청주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종영 과장

Profile 박종영 과장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며, 현재 청주의료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호기심이 많아 심리학 뿐만 아니라, 인문 철학, 종교, 과학, 정치경제 등 인간의 삶에 대한 모든 분야를 조금씩 공부하고 있다. 시련을 통해 삶의 의미가 드러난다고 믿고 있으며, 이해와 포용으로 힘이 되어 주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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