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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은 차고 아래쪽은 따뜻하게, 인체의 기혈순환이 중요한 이유

입력 2015.10.19 17:03
  • 이훈·HiDoc 한의사

한의학의 기초 이론에는 천인상응설(天人相應設)이라는 것이 있다. ‘자연과 인간이 서로 통한다’ 정도로 해석될 수 있겠다. 자연을 살펴보면 하늘이 위쪽에 있고, 땅이 아래쪽에 있는 것처럼 인체의 위쪽인 머리는 하늘에 속하고, 팔다리를 제외한 복부 아래쪽 부분은 땅에 속하게 된다. 음양으로 나눌 때 자연의 하늘을 양(陽)이라고 하고 땅을 음(陰)이라고 하는 것처럼, 인체의 머리는 양이고 아래쪽 복부는 음이라고 나누는 식이다.

자연 대기의 흐름을 살펴보면 하늘에 있는 태양의 따뜻한 기운이 차가운 땅의 기운을 덥혀, 수증기가 올라오고, 올라온 수증기가 모여 구름이 되어 비가 내리면서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게 되듯이 인체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풀밭에 가부좌 자세로 앉아있는 여자풀밭에 가부좌 자세로 앉아있는 여자

인체 상부에 있는 심장(心臟)의 열(熱)이 아래쪽에 있는 신장(腎臟)을 따뜻하게 하면 수기(水氣, 물의 기운)가 위쪽으로 올라와 심장의 열을 식혀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승화강(水升火降), 즉 ‘아래 쪽의 물의 기운은 상승해야 하고, 위 쪽 불의 기운은 내려가’야 순조로운 기혈 순환이 되고 인체는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병들은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수승화강에 영향을 미쳐 발생하게 된다. 원인은 같지만 타고난 체질에 따라서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어떤 사람들은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명치부근이 뻐근하면서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인체 내의 화(火)가 성해져서 기운이 위쪽으로 올라가려고만 하고 내려오지 않게 되어 가슴 위쪽은 열이 많아지고 아래쪽은 열기가 내려와 따뜻하게 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람들은 아랫배가 점점 더 차게 되어 설사나 변비를 일으키고, 여성의 경우 월경에 문제가 생기고 심한 경우 불임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렇게 되어 장에서 불완전한 소화로 인해 간의 해독능력에 부하가 생겨 알레르기, 피로감이 증대 되고, 심하면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요가와 같은 운동이나 명상, 음식 조절로 다양한 질병을 고쳤다는 것이 비과학적이라는 말로 치부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현대의학에서도 요가나 태극권, 명상 등을 질병 치료 프로그램에 같이 포함시켜 관리해 나가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침과 뜸, 한약과 같은 전통적인 한의학적인 치료로 기혈순환을 회복시켜 독자적으로, 또 현대의학적인 치료와 병행하여 각종 질병을 치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생약 성분의 약들이 이용되는 것도 모두 기혈순환을 좋게 하기 위한 것들이다.

수승하강이 잘 되도록 하고 기혈 순환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요가와 명상 같은 것을 꾸준히 하면 더 좋겠지만 복식호흡만 꾸준히 잊지 않고 시도해도 큰 도움이 된다. 열이 많아지면 호흡을 길게 하지 못하는데, 복식호흡으로 깊이 호흡하려고 하면 자율신경계가 반응하면서 열을 내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아래쪽의 찬 기운을 따뜻하게 하려면 꾸준한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을 통해 장이 움직이면서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며, 밀가루 음식이나 인스턴트 음식은 장을 차게 하기 때문에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밤에 일정한 시간에 7-8시간의 잠을 자는 것도 노폐물 배설에 도움이 되므로 일정한 수면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수승화강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한 것들을 보면 건강 수칙에서 많이 보아 왔고 익히 잘 알고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럼에도 계속 강조되고 있는 이유는 사소해 보이지만 지켜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 때문에 실천하기는 어렵지만 건강하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는 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작은 것부터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미래의 건강을 챙기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글 = 아미율한의원 이훈 원장 (한의사, 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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