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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남성 변비와 장 질환이 급증하는 이유

입력 2015.12.16 09:48
  • 이상욱·인천참사랑병원 전문의

흔히 ‘변’은 더럽고 지저분하고, 냄새가 난다는 편견이 있지만, 이 변을 통하여 우리는 건강 상태를 쉽게 확인해 볼 수도 있고 다양한 정보도 얻게 된다. 실제로 응급실에 내원하는 복통 환자들에게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는 ‘설사하셨어요?’ 내지는 ‘변이 이상하지는 않나요?’와 같은 변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이 변비나 잔변감을 경험한다. 국내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약 30%는 변비 증상을 경험했으며, 약 40%는 배변 뒤에서 뭔가 남아 있는 듯 한 잔변감을 느낀다고 조사됐다. 변비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많다고 알려졌고, 실제로 변비로 검색을 해보면 대부분 여성 변비에 대한 얘기다. 종합병원에 내원하는 만성 변비 환자군도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2:1 정도로 여성이 더 우월하다. 그렇다고 해서 남자는 변비로부터 자유로운가? 결코 그렇지 않다.

변기에 앉아서도 일을 하고 있는 남자변기에 앉아서도 일을 하고 있는 남자

최근 식생활 습관의 서구화로 인해 남성 대장암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잦은 야근 및 스트레스로 인하여 남성들의 변비 및 대장 질환 환자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남성들에게 변비와 장 질환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규칙적인 식사가 어렵다

하루 24시간이 짧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회사에서 일하고 하루를 보내는 것뿐 아니라 바쁜 일과를 보내고 저녁에 각종 약속과 야근, 회식으로 하루를 길게 보내는 남성들이 많다. 이러다 보니 불규칙한 식사습관은 우리의 장이 리듬감을 잃게 해 변비가 생기기 쉽다.

장은 규칙적인 연동운동을 하고 있으며, 먹는 식사에 따라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움직이며 소화를 시키고 변을 만드는데 이러한 리듬이 깨지면 이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규칙적인 변을 만들고 싶다면 규칙적인 식사시간이 되도록 해 보라. 의외로 장의 리듬이 회복되고 변도 규칙적으로 보게 될 것이다

- 스트레스를 술로 푼다

세상일이 내 뜻대로 되면 얼마나 좋겠지만, 현대인들은 다양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우리의 장을 편안하게 하지 못하게 하고, 특히 술은 우리 체내의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수분이 부족한 장은 단단한 변을 만들거나, 반대로 장 기능 저하로 인하여 설사를 하게 만들기도 한다.

남성들이 과음한 다음 날 자주 찾는 사우나도 좋지 않다. 이유는 술로 인해 체내의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술을 깨기 위해 사우나를 했다가는 탈수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오래 앉아 있으면 변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실내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 의외로 꼼짝하지 않고, 오랜 시간 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앉아서 일하는 경우 여성보다 남성이 더 요의나 변의를 덜 느껴 변비가 생기기 쉽다. 여성의 경우 요의나 변의를 느껴도 바로 화장실로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변비가 생기고 방광염 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지만, 남성은 반대로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못 하고 오래 앉아 있어 변비 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같은 자세가 반복되면 우리의 근육은 쉽게 피로해 지고, 굳어지게 된다. 따라서 굳어지기 전에 이완이 필요한 것이다. 앉아서 일하는 사람은 휴식 시간 없이 길게 일하다가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지만, 1시간 일했으면 가벼운 스트레칭을 포함하여 휴식시간을 규칙적으로 가져라. 의외로 장이 편안해질 것이다.

- 대장이 보내는 신호를 놓친다

많은 남성이 변이 가늘어 지면 단순히 변비가 생겼거나, 장이 안 좋아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이것은 대장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어 증상이 악화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혈변이 나오거나, 검은 변과 같이 색깔의 변화 혹은, 변을 다 보지 않은 느낌이 지속하거나, 최근에 변이 가늘게 나오는 것과 같은 증상 중 일부는 위암이나 대장암의 초기 증상과 유사하며, 굳이 암이 아니더라도 치질, 치열과 같은 대장 관련 질환이 생겨 나타났을 수도 있으므로 관련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위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 등의 장검사는 큰 미래를 대비하는 예방접종이 될 수 있다.

세상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변을 잘 보는 것도 건강한 증거이다. 비록 변이라고 무시를 당하고, 냄새가 난다고 싫어할 수 있으나, 처음이 좋으면 마지막도 좋아야 진정 좋은 결말이라 하겠다. 나의 배변 습관이나 대장에서 내보내는 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남은 일생을 잘 보내는 시작이 될 것이다.

▲ ‘잘 먹고, 잘 싸는’ 변비 예방법 5가지

잘 먹고 잘 싸는 변비 예방법잘 먹고 잘 싸는 변비 예방법

1) 일단 먹어야 변이 나온다
먹은 것이 없으면 우리 장은 변을 충분히 만들지 못하고 변을 내보낼 준비를 하지 않게 된다.

2) 채소나 과일을 많이 먹자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이 장 운동에 도움되므로 과일과 채소 등을 충분히 먹으면 변을 만들어 내보내기 쉽다.

3) 운동하면 장이 편안해진다
장은 근섬유를 통한 연동 운동을 하게 되고, 이를 통해 영양분을 흡수하고, 수분을 흡수해서 변을 만들게 되므로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장운동을 촉진하여 변비를 예방하고 장이 편안해진다.

4) 숙면은 몸을 회복시킨다
숙면은 나의 몸을 회복시키는 기본 과정으로 장도 편하게 만들어 변비를 예방할 수 있다. 자기 전에 따뜻한 물에 샤워도 좋고, 식사를 일찍 마치고 침대에서는 나의 휴식과 회복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도 숙면에 도움될 수 있다.

5) 변비 예방에는 물이 필요하다
필요한 수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장은 수분 부족으로 딱딱한 변을 만들기 쉽다.

<글 = 라아의원 이상욱 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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