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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조루증 대물림? 조루증 유전될까?

입력 2016.02.23 11:33
  • 이성진·트루맨남성의원 전문의

세간에 "조루는 유전된다."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에게 조루증이 있다면 아들에게도 조루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인데, 얼핏 생각해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사실 이에 관한 연구 논문은 해외에서 여러 차례 발표된 바 있다.

먼저 핀란드의 Pekka Santtila 박사는 "조루증은 도파민과 관련된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것이 원인이다."라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18세에서 45세까지의 남성 1,300명을 대상으로 성관계 시 삽입시간과 유전자 조사를 한 결과, 조루인 남성은 DAT1에 이상이 있었다. DAT1은 'dopamine transporter 1'의 약자로, 도파민 운반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이 유전자에 어떠한 이상이 있으면 뇌에 도파민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조루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벽에 기대고 있는 남성 벽에 기대고 있는 남성

한편 또 다른 유전자인 세로토닌과의 관련성을 제기한 연구 논문도 있다. 세로토닌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으로, 초당 2~3초꼴로 항상 분비되며 주로 정신 안정과 관련된 작용을 한다. 일례로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

조루증 치료의 세계적 권위자인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의 마르셀 D 발딩거 박사는 180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성관계 시 삽입 시간을 측정하여 조루 남성과 그렇지 않은 남성을 구분했다. 그 결과 조루 남성은 세로토닌을 조절하는 유전자에 문제가 있어 항상 세로토닌이 부족한 상태였다고 한다. 남성에게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사정을 주관하는 교감신경이 발기를 주관하는 부교감신경보다 우위에 작용하게 되고, 이로 인해 조루증이 발생할 수 있다.

조루증과 유전에 관한 연구는 지금까지도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로는 이 세로토닌 유전자설이 가장 유력하다. 세로토닌은 도파민 분비를 제어하는 기능도 있으므로 앞선 Pekka Santtila 박사의 연구와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조루의 원인이 유전일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유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으니 그냥 포기해야 할까? 이 경우에는 세로토닌의 양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병원에서 처방받아 복용해볼 수 있다.

제약 회사의 보고 자료에 따르면 사정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16초였던 사람에게 SSRI를 투여한 경우 그 시간이 458초로 연장됐다고 한다. 이처럼 증상을 치료할 방법이 없지 않으므로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병원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덧붙여, 조루인 남성은 일반적으로 반사신경이 좋고, 테니스나 컴퓨터 게임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해외의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한 경향 역시 유전적일 가능성이 크니 너무 조상님을 원망하지는 말도록 하자.

<글 = 트루맨남성의원 부천점 이성진 원장 (비뇨기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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