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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방은 덥게? 산후조리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입력 2016.04.22 10:09
  • 김윤경·인애한의원(노원점) 한의사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산후 조리에 대한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적어도 21일은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는 말도 많이 듣게 되고, 산모가 미역국을 먹으면 좋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처럼 통한다.

또, 출산 후에는 절대 찬바람을 쐬면 안된다고 해서 한여름이라도 땀을 흘리며 따뜻하게 방에 누워 있는 것이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산후 조리에 관한 속설들 중에는 맞는 것도 있지만 현재 실정에 맞지 않는 것도 많이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지나친 장기 안정은 오히려 자궁 복직근 및 골반저 근육의 회복을 지연시키고 오로의 유출 기간을 연장시키며, 기력의 회복을 지연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으며, 지나친 땀 분비도 좋지 않다.

앉아서 배를 어루만지는 임산부앉아서 배를 어루만지는 임산부

분만 후 여성의 몸, 어떻게 변할까?

분만 후 첫 6주를 산욕기라 하는데 이 기간 동안에 생식기가 정상적인 비임신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태반 만출 이후에 곧 자궁은 수축되는데 분만 후 2일째부터 자궁이 줄어들기 시작하여 약 4주 내에 임신 전의 자궁 크기로 돌아간다. 자궁 내막도 다시 재생되는데, 자궁 내막의 표면층은 괴사되어 오로로 배출되고 자궁 근층과 가까운 기저층은 남아서 새로운 자궁 내막의 근원이 된다.

분만 후 질과 질 출구는 점차 크기가 줄어서 이전의 형태로 되지만 완전히 분만 전의 상태로 회복되기는 어렵다. 산욕기 방광은 용량이 증가되고 방광 내 압력에 대해 상대적으로 둔감하므로 과도한 팽창, 불완전한 배뇨, 과도한 잔뇨가 흔히 나타난다.

팽창된 요관과 신우는 분만 후 2-8주 내에 임신 전 상태로 회복된다. 그리고 분만 후 5-6kg의 체중 감소 외에 이뇨를 통해 2-3kg이 더 빠진다. 대부분의 임신부들은 분만 6개월 후에 임신 전 체중으로 회복됨을 느끼나 이 시기에 평균 1.4kg의 산후 체중 증가가 있다.

월경의 경우 수유를 하지 않으면 분만 후 6-8주 내에 돌아온다. 수유 하는 경우에는 매우 다양한데 분만 후 2-18개월 내에 돌아온다. 배란은 수유부에서 비수유부보다 현저히 감소되나 수유부에서도 임신이 될 수 있다.

후 조리 잘못하면 나타나는 산후풍

이렇게 산욕기에 서서히 산모의 몸은 임신 이전의 상태를 회복하게 되는데, 이 때 산모의 몸이 제대로 회복되지 못하면 각종 산후병을 초래할 수 있다. 제일 대표적으로 '산후풍'을 들 수 있는데, 산후풍이란 좁게는 산후 조리를 잘못하여 나타나는 관절 질환 및 근육통을 의미하고, 넓게는 산후 조리를 잘못하여 생기는 각종 증상 집합군을 총괄하는 명칭이다.

산후병의 특징은 어혈과 기혈허약이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산후 조리에 있어서도 이 두 가지 원인을 잘 해결해야 산후병을 예방할 수 있다.

산후 조리의 첫 단계는 어혈을 푸는 것이다. 어혈은 나쁜 피가 뭉쳐 있는 것으로 인체의 병리적인 산물로 볼 수 있다. 어혈은 후에 산후풍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자궁근종이나 선근증, 내막증 등 자궁 종양의 가장 큰 원인이고, 생리 불순, 불임의 원인이기도 하다.

산후 조리 한약의 첫 단계도 바로 이 어혈을 풀어주는 방향으로 처방한다. 모유 수유나 가벼운 보행 등 어혈 정체를 막는 생활 습관을 유지하면서 산후 조리 한약까지 함께 복용한다면 효과적으로 산후 어혈을 제거할 수 있다.

다음으로 산모의 허약해진 기혈을 잘 보충해 주어야 한다. 출산이 워낙 에너지가 많이 소모하는 일이기도 하고, 출산 중에는 출혈 때문에 출산 후에는 수유를 하면서 엄마의 진액이 소모된다.

진액은 우리 몸 속에 있는 생리적인 기능을 하는 수분 형태의 물질들을 총칭하는 용어이다. 산후에는 더 이상 진액을 소모하지 않도록 진액을 손상시키는 일을 피해야 한다. 땀을 억지로 내서는 안되고, 인위적인 설사나 이뇨도 좋지 않다.

산후 조리시 유의할 사항은?

산후 조리 시에 무조건 따뜻하게 한다고 온도를 너무 높여 땀을 많이 흘리거나, 산후 변비 때문에 변비약을 먹는다든지, 산후 부종을 해결하기 위해 이뇨 작용이 강한 음식을 다량으로 장복한다든지 하는 행위는 오히려 몸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산후 보약이 꼭 필요하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혈을 제거하는 한약 복용 이후에는 바로 산모의 소모된 기혈을 보충하는 방향의 한약을 처방하여 산모의 몸을 온전하게 회복시키고 모유 수유에도 도움이 되게 한다.

위에서 본 것처럼 산후병을 예방하고 산후에 온전하게 몸이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어혈을 제거하고, 그 뒤에 기혈을 보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민간요법에 따라 무조건 몸을 보하는 것은 이미 영양 상태가 좋은 현대인들의 상황과는 맞지 않고, 그 정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산모의 몸 상태를 안 좋게 할 수도 있다.

산후 조리는 출산 후에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하는 것이 가장 좋으므로, 출산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출산한 산모라면 산후에 지체하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 몸 상태를 파악한 후에 체계적인 산후 조리를 하는 것이 좋다.

<글 = 인애한의원 노원점 김윤경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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