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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비뇨기과’ 가기 창피한가요?

입력 2016.08.08 08:30
  • 안창·굿맨비뇨기과의원 전문의

며칠 전 회비납부를 위해 대한비뇨기과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깜짝 놀랐다. 우리 과목의 명칭을 바꾸고자 설문조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비뇨의학과’가 후보로 떠올라 있었다. ‘비뇨기과’란 이름이 환자들과 의사들 모두에게 적잖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또한, 전공의 지원자가 최근 씨가 말라버린 것도 이러한 위기감에 일조한 듯하다.

내 기억에도 비뇨기과라는 단어는 ‘피식’하고 웃음 짓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많은 사람이 우리 과목의 이름을 들으면 가장 먼저 포경수술이 생각난단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비뇨기과비뇨기과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포경수술 시행률이 매우 높다. 유럽에서 건너간 유대인 의사들이 미국의 의료계를 장악하고 자신들의 문화인 포경수술을 퍼뜨린 것인데 이것이 일본과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끼쳤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한때 미국에서는 신생아에게 Routine으로 포경수술을 하던 시절도 있었다. 많은 반대의견(돈벌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덤...)이 있지만, 음경암, 에이즈, 궤양성 성병 등을 예방하기에 비뇨기과 의사들은 포경수술을 권하는 편이다. 내 작은(?) 소원이 있다면 포경수술에 의료보험 적용이 되는 것이다. (심평원이 나를 째려보는 것이 느껴진다) 아무튼 어느덧 비뇨기과의 대표수술이 되어버린 포경수술 말고도 우리 과는 여러 가지 대단한(!) 수술을 많이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신장암, 방광암, 전립선암 등 다양한 종양 수술에서 활약 중이다. 특히 전립선암의 다빈치 로봇수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술케이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신 기법 또한 선도하고 있다.

종양학 이외의 분야도 많다. 배뇨문제, 요로결석, 불임, 성문제 등 다방면에서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를 병행하고 있는 곳이 비뇨기과다.

자랑은 이쯤하고 명칭에 대해 여러분의 의견을 다시 묻고 싶다. Smith Urology라는 미국 교과서의 첫 장에 있는 비뇨기과의 정의에 대해 언급하자면,

“Urology deals with diseases and disorders of the male genito-urinary tract and the female urinary tract. Surgical diseases of the adrenal gland are also included.”

라고 되어 있다. 남성의 비뇨기와 생식기, 여성의 비뇨기(생식기는 산부인과) 그리고 부신의 외과적 질환(내과 쪽은 내분비내과)을 다루는 학문이라는 의미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현 ‘비뇨기과’의 적당한 이름은 무엇인가? 대한비뇨기과학회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궁금해진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안창 (비뇨기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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