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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뇨기과를 찾는 환자들의 '예민함', 긍정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17.02.28 18:12
  • 이영진·대구코넬비뇨기과의원 전문의

필자가 비뇨기과 전공의를 시작할 때 비뇨기과 노교수님은 필자에게 비뇨기과 환자들의 공통적인 특성으로 ‘예민함’을 꼽으셨다. 그리고 필자도 오랜 기간 비뇨기과학을 전문으로 하면서, 이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특히, 비뇨기과 외래 영역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발기부전과 조루증, 과민성 방광, 전립선염 질환 등은 “예민함”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도 음경부 이상과 배뇨 이상 등 예민하지 않은 남성이라면 그냥 지나칠 정도의 소견이나 증상임에도 그 이상을 느끼면서 그에 따른 불편함으로 비뇨기과를 내원하게 된다.

특히, 성 기능 장애인 발기부전이나 조루증은 결국 ‘예민함’이 원인이 되며, 이러한 극도의 예민함은 발기 부전과 조루증이 계속 재발하여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만드는 핵심적인 개념이 되어 치료를 어렵게 만든다.

비뇨기과의 많은 질환을 발생하는 요인이 된다는 측면에서의 예민함이 아니라면 이러한 예민함이나 섬세함은 다른 분야에서는 성공이나 성취를 이루게 하는 척도가 되는 경우가 많다. 시각적인 예민함은 뛰어난 화가의 조건이 되고, 청각적인 예민함은 훌륭한 작곡가나 음악가의 조건이 되는 것이다. 촉각적인 예민함은 조각가나 건축가로서 대성할 조건이 되고, 이러한 이유로 인간의 진화의 결과로서 인간의 문화와 번영을 이루게 한 원동력이 예민성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많이 있다.

발달심리학자인 제롬 케이컨은 자극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를 고 반응성이라 칭하면서 인류의 가장 상위기질로서 얘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필자도 비뇨기과 영역을 치료를 하면서 예민한 남성들인 사회에서는 각각의 분야에서 최고의 실적과 위치를 차지하지만, 그러나 예민함으로 인해서 정작 본인은 다양한 불편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

즉, 아주 상위 기질인 예민함을 타고난 남성은 여성의 자극이나 외부의 신호에 고 반응성으로 반응하면서 사정이 조절 되지 않으면 조루증이 발생하고, 환경의 변화가 조금만 있어도 발기력이 저하되는 발기부전이 생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방광 배뇨근 역시 예민해 방광에 소변이 조금만 차도 요의를 느끼는 과민성 방광도 발생할 수 있다.

진료실진료실

이러한 “타고남”을 치료하는 비뇨기과 영역의 치료는 치료가 아주 어려운 경우도 간혹 발생한다. 발기부전의 경우 너무 예민해서 파트너가 불만을 느끼지 않을까 과도하게 걱정하는 경우나, 물 흐르는 소리를 들어도 요의를 느끼게 되는 너무 심한 과민성 방광증이나, “타고난 예민성”이 원인으로 되는 조루증의 경우 다양한 치료법을 사용해도 조루증이 지속되는 경우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극도의 예민함으로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되는 남성에게 비뇨기과 의사인 저자가 진심으로 조언해주고자 하는 바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상위기질인 예민성에 대한 주관적이면서 확실한 이해를 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라는 것이다.

치료에도 비뇨기과의 다양한 증상이 계속 지속되면 그러한 본인의 예민성을 숨기려 하지 말고, 당당히 얘기해 본인의 예민성으로 인해서 발기부전이나 조루증은 발생하지만, 그러한 예민성으로 인해서 본인이 사랑하는 여성을 위해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남성임을 자신감 있게 얘기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가지려고 악착같이 노력할 때는 안되다가도 포기하고 내려놓을 때 자연스럽게 얻어질 수 있는 것도 있다. 온갖 치료에도 치료가 안될 때에는 그냥 내려 놓고, 본인의 예민함을 지극히 긍정적인 시각으로 접근해보자. 예민한 남성은 본인이 인지 못하는 뜻밖의 잠재력이 있을 수 있다. 이처럼 비뇨기과 질환의 원인이 되는 예민함을 재구성하여 오랫동안 본인을 힘들게 했던 다양한 증상에서 손쉽게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이영진 원장 (비뇨기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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