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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혼동하기 쉬운 하지정맥류와 하지불안증후군

입력 2017.06.02 16:37
  • 박인수·참하지외과의원 전문의

'밤만되면 다리가 답답하고 힘들어요'

'가만히 누워있지를 못하겠어요'

'다리때문에 계속 뒤척이게 되요'

이름도 생소한 하지불안증후군. 무슨 병일까? 다리 근육에 문제가 있는건가? 혹시 정신질환인가?

명확한 원인을 찾고 명쾌히 치료하기 쉽지 않은 것이 '하지불안증후군'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진단 기준은 '밤에 더 심해진다', '가만히 있으면 다리가 불편하다',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든다', '다리를 움직이면 잠시 괜찮다' 이렇게 4가지를 꼽는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알수 없는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만한 괴로운 증상이다.

어린이의 다리어린이의 다리

낮에는 멀쩡한데 대체 왜 밤만 되면 이러는 걸까? 잠을 못 자니 낮에 더 피곤해지고 또 다시 밤에 잠을 못 자는 악순환.

요즘에야 인터넷이 발달하고 정보가 넘쳐나면서 이러한 증상이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것을 알고 병원을 찾아가는 경우가 과거보다는 많아졌다.

일반적으로 하지불안증후군은 신경과에서 다루는 질환이며 일종의 수면장애, 정신질환장애와도 연관성이 있을 수 있기에 신경정신과 또는 이비인후과 등에서도 진료를 겸하는 곳이 있다. 그렇다면 하지정맥류와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통상적으로 하지정맥류의 증상으로 '다리에 쥐가 난다', '다리가 저린다', '다리가 갑갑하다', '다리가 무겁다' 등의 증세가 있을 수 있는데 이와 더불어 하지불안증세가 같이 겸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2007년도 미국의 Phlebology라는 해외논문에 "Restless legs syndrome in patients with chronic venous disorders : an untold story"라는 제목의 논문이 발표된 적이 있다.

이 논문에 따르면 하지정맥류 환자들의 약 36%에서 앞서 말한 야간에 특징적으로 다리가 불편해지는 하지불안증세가 동반되어 있었다고 한다. 반대로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의 68%에서 혈관초음파상 하지정맥류때 관찰되는 정맥혈류의 이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즉, 하지불안증후군과 하지정맥류가 뭔가 연관성이 분명 있긴 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하는 논문이다.

필자의 경우 임상에서 수많은 하지정맥류환자를 만나는데 가끔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진단을 받고 몇년간 도파민 효현제를 복용하였으나 호전이 없어서 내원하게 되는 환자를 만나게 된다.

이러한 분들의 다리를 막상 관찰해보면 하지정맥류가 살짝 튀어나와 있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외관상 이상이 없다면 또한 다리를 유심히 관찰하지 않았다면 그 누구도 하지정맥류를 의심해보기는 어렵다. 하지불안증후군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의사라도 해도 사실 인지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순수한 하지불안증후군과 하지정맥류로 인해서 생기는 하지불안증세를 감별하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듯 하다.

다만 외관상 혈관이 이미 보인다면 그리고 하지정맥류에서 보다 빈번하게 나타나는 '다리에 쥐가 난다, 저리다, 붓는다'의 증세가 있으면서 약물치료로 낫지 않는 하지불안증후군이 있다면 한번쯤은 하지정맥류를 검사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하지정맥류를 치료하고 나서 하지불안증후군이 개선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된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박인수 원장 (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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