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닥

전문가칼럼

매운 맛이 당기는 이유

입력 2017.07.27 17:37
  • 김재호·HiDoc 전문의

다들 맛집 찾아다니시죠? 그런데 유독 매운맛이 당길 때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 이유에 대해 통증의학 관점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어떤 음식을 맛볼 때 화학적 정보가 제7뇌신경(얼굴신경)과 제9뇌신경(혀인두신경)이 담당하는 혀의 미뢰에서 감지되고, 냄새와 함께 네 가지 맛의 조합을 통해 다양한 맛의 경험을 느끼는 것입니다. 짠맛, 단맛, 신맛, 쓴맛, 감칠맛(제5미각)이 있습니다. 그런데 매운맛이나 떫은맛은 없습니다.

매운 음식매운 음식

매운맛은 느끼는 것은 미뢰가 아닌 혀, 구강, 비강 점막을 자극하는 통각과 온도감각이 복합된 피부감각, 즉 통증에 가깝습니다. 통증을 느끼는 수용체는 우리 몸의 피부나 조직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이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자극의 형태는 매우 다양합니다. 예를 들면 근육은 허혈, 복부의 내장은 팽만에 반응하여 통증을 느끼죠.

인간과 동물에는 진통 효과를 유발하는 우리 몸에 내재된 시스템(endogenous system)이 있습니다. 수두관주위회백질(periaqueductal gray matter) 같은 뇌의 특정 부위를 전기자극하면 통증 인지를 약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매운 음식매운 음식

더 자세한 통증 전달 기전과 만성통증에 대해서는 이만 줄입니다. 통증이 인지되면 우리 뇌에서는 이를 이겨내기 위해 엔도르핀 endorphin (내인성 모르핀(endogenous morphine)이라는 의미로 붙임)이나 엔케팔린 enkephalin (뇌 속에 있는 물질)이 분비됩니다. 엔도르핀도 병적으로 과하면 나쁘다는 학설도 있지만, 일반적인 성인한테는 모르핀보다 100배 강력한 진통효과가 있습니다.

저도 매운맛을 좋아하는데요, 마약떡볶이를 처음 먹으면 혀가 얼얼하고 얻어맞은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한편으로는 우리 뇌에서 통증에 대항하여 엔도르핀이 분비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뇌가 그 경험을 기억하고 좋은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다시 매운맛이 당기게 됩니다.

요약하면, 우리가 마약떡볶이 등 매운 음식이 생각나는 것은 신체의 통증을 잊고 싶은 뇌의 신호가 아닐까요?

<글 = 하이닥 의학기자 김재호 (재활의학과 전문의)>

URL이 복사되었습니다.